절망한 아이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어주십시오
조성돈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대표)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사회학과 목회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인 라이프호프 대표, 기윤실 교회신뢰운동 본부장,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머 거룩한빛광성교회 협동목사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목회사회학》, 《시민사회 속의 기독교회》(공저), 《그들은 왜 가톨릭 교회로 갔을까?》(공저), 《공공신학》(공저) 등이 있다.
인터뷰,정리_임종화 사진_김만호
정신없는 새학기가 지나고 정신차려보니 따뜻한 봄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빨라진 대통령 선거로 인해 온 나라는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공약과 이슈로 인해 분주합니다. 교육영역에서도 현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이 경쟁하고 있죠. 하지만, 오늘도 학교 현장은 여전히 어렵고 교사와 학생들은 고통 가운데 있고, 올해 3월에만 해도 20명이 넘는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립니다. 우리와 함께 하는 한 아이 한 아이가 너무도 귀한데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생명존중교육을 해 온 조성돈 라이프호프 대표를 만나 보기로 하였습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사회학을 가르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학교와 전공에 대해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2005년에 설립된 목사님들을 위한 재교육기관입니다. 목회자를 양성하는 과정은 아니고 목사님들이 계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목사님들이 우리 학교에 오시면 종교사회학, 교회론, 목회신학 등을 공부하며 목회 방향을 잡게 됩니다. 목회를 왜 하는지에 대한 정체성을 갖게 되는거죠. 우리 학교는 작은 교회에 관심이 많은데 작은 교회 목사님들이 그동안 성장에 대한 갈망으로 성장 위주의 목회를 해 오시다가 지치고, 성장이 안 된 것에 대한 자괴감을 품고 오셨다가 공부를 하시면서 ‘목회가 이것이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전공하는 과목은 ‘목회사회학’입니다. 그동안 교계에 종교사회학 과목은 있었지만 자리를 잘 잡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종교사회학이 기독교를 위한 과목이 아니라 기독교를 학문의 대상으로 보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신학을 했고 조금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고 실제적으로 교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했기 때문에 목회사회학을 하며 교회랑 조금 가까워지게 된 것 같습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이후 교회가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서 목회사회학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지기도 했구요. 제가 주로 관심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분야는 교회가 어떻게 사회랑 소통할 수 있을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교회가 뭐라고 응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현대인의 종교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카톨릭 성장에 대한 연구, 포스트모던 시대에 현대인의 영성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이슈 중에서는 자살문제 등에 관심이 많고,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사회는 교회를 어떻게 보는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와 수업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중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에서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을 맡고 계시는데 어떤 사역을 하시나요?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는 기윤실 내에서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이후 ‘교회가 사회랑 너무 동떨어졌다’, ‘사회와 연결점을 가져야겠다’, ‘교회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여졌는데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3년에 한 번씩 하고 있고, 최근에는 교회 부교역자 조사를 통해 부교역자의 인권 상황을 다루기도 하면서 이 시대 교회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교회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발표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과가 궁금합니다.
2013년에 이어 3년 만에 조사를 했고 이번이 다섯 번째인데 지난 조사와 비교해 보면 처음 조사에서 18.4%가 ‘교회를 신뢰한다’고 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20%가 나와서 많이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처음으로 교회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할 때 충격적인 것은 당시 개신교인이 18.3%였는데 교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18.4%가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불신과 개신교인의 충성도가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거든요. 당시 조사에서 ‘신뢰하지 않는다’가 48.3%였습니다. 설문 조사할 때 ‘아주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하지 않는다, 보통이다. 신뢰한다, 아주 신뢰한다’까지 5점 척도로 조사하면 보통 50% 정도가 ’보통이다‘라고 응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에 대해서 만큼은 절반 가까이가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기독교에 대해 상당히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거죠.
이번 조사의 경우도 ‘신뢰한다’는 응답이 조금 높아졌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50%를 넘어 제일 높았습니다. 정말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두 개를 합치면 70% 넘는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자기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의 핫 이슈인 것이죠. 특히 ‘아주 신뢰하지 않는다’가 처음으로 20%를 넘었습니다.
또 하나 이번 조사에서 의미있는 결과는 ‘한국 교회가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덕성과 윤리 운동’을 해달라는 것이 1위였다는 것입니다. 2010년 조사까지는 사회봉사가 1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회봉사는 정부나 다른 단체도 하고 있고 최근 사회가 혼란스러우니 누군가 윤리적 기준을 정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많은 행사가 기획되어 열리고 있는데, 실제로 종교개혁 정신을 가지고 사회를 개혁하려면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에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100주년일 때도 대대적인 행사를 했는데 그 이후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2007년 대부흥 100주년 때도 큰 행사 후에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등으로 교회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도 조금 불안합니다. 무언가 외향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는 것은 힘의 과시입니다. 하지만 대사회적 메시지는 그것이 아닙니다. 사회적 역풍이 올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칭찬이 아니라 오히려 철퇴를 맞을 수 있습니다. 지금 교회는 오히려 내려가야 합니다. 대규모 행사가 아니라 교회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예수의 제자인지 베드로의 제자인지 묻고 싶습니다.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를 지실 생각을 하시면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고민과 번뇌를 하실 때 베드로는 칼을 차고 권세 잡을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 교회가 예수님의 십자가 언어. 희생의 언어가 아니라 베드로의 칼의 언어를 가지고 세상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가 우리에게 진지한 고민을 가져와야 하고, 도덕의 기준을 세우고,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내적인 운동이 많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큰 행사는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힘들고 어렵습니다. 화려한 외양은 지양해야 합니다.
기윤실 활동 뿐 아니라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인 ‘라이프호프’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자살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단체를 시작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유학을 마치고 2002년 말 한국에 들어와 시간강사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목회 사역을 할 때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분야와 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 ‘자살’이 우리나라에서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도 하고 학생들도 가르쳤습니다.
사회학의 특징이 ‘이것이 문제다’라고 터뜨리기만 하고 도망가요.(웃음) 분석만 하고 해결하지는 않는거죠. 제가 자살 예방에 뛰어든 이유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도 안 하려고 하는 거예요. 또 다른 이유는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을 인터뷰하고 유가족을 만나보니 마음이 아픈거예요. 뭔가 해야 하는데 나서는 사람은 없고... 그래서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자살에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목회 관련 학회지에 글도 쓰고 리서치도 하다가 제가 하고 있던 목회사회학연구소 이름으로 ‘자살예방학교’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자살 예방 사역을 시작하니 교계에서는 핫한 이슈를 잡았다, 새로운 영역을 개발했다고 격려도 많이 해 주셨지만 같이 하자고 했을 때 함께 하는 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목사님들 입장에서 자살한 사람이 지옥갔냐 안 갔냐 등의 신학적 문제가 있어서 이 주제 자체를 꺼내고 싶어하지 않으세요. 결국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고 교회가 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못 한다는 거죠. 상담에서도 ‘자살’ 문제가 중요한 문제이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안 다루려고 합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외부 기관에서 자문위원도 하고 연구도 하다가 그쪽에 기독교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의 사회복지사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분들 도움을 받으면 단체를 만들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고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인 ‘라이프호프’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단체 설립 이후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이 장소도 저의 제자가 목회하는 교회입니다. 이분들이 헌신을 해 주셔서 이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자살 관련해서 우리나라 상황을 간단하게 공유해 주시죠.
우리나라에서는 자살이 최근 사망원인 4위에서 5위가 되었습니다. 사망원인은 암이 압도적으로 1위이고 그 다음으로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그 다음이 자살이었고 그 다음이 폐렴, 당뇨병 순이이었는데 노인 사망의 주요 원인인 폐렴이 4위로 올라오면서 자살이 5위가 되었습니다. 자살은 2011년에 15,000명을 넘어서 가장 많았고 지금은 2015년 기준 13,513명으로 조금 줄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평균 38명이 자살을 합니다. 상당히 큰 숫자입니다. 10대, 20대, 30대까지는 사망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한지는 12년이 되었습니다. OECD 평균 자살률이 10만명 당 10명인데 우리나라는 10만명 당 27~28명 선입니다. 2위가 일본인데 10만명 당 18명 정도입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자살률이 높죠. 제가 자살 문제를 연구하면서 우리나라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다행인 것은 2011년도에 최고로 높았다가 지금 2,000명 정도 줄었으니 이 기간 누적으로 보면 5,000명 이상 살린 셈이 됩니다. 감소한 원인을 살펴보면 정부가 2011년도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만들어요. 그때부터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거죠. 그때까지는 자살 문제를 개인 문제로 봤습니다. 하지만 자살은 사회적 질병이기 때문에 사회가 책임져야 합니다. 국민이 이렇게 많이 죽는데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국가 보건 문제로 봐야하는데 그때까지는 그렇게 안 본거죠. 그 이후 법을 만들고 노력하기 시작하니 4년 만에 자살이 2,000명 정도가 줄었습니다. 정부가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살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죠. 더 놀라운 것은 자살예방예산이 올해 획기적으로 늘어 100억 원이 되었습니다. 이것도 2011년보다 열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자살 예방을 위해 1년에 3,000억 원 정도를 씁니다. 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청소년 자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충격적인 데이터를 접한 이후입니다. 2014년 기독교 언론에서 청소년 실태조사를 위해 교회 다니는 학생 500명, 교회 안 다니는 학생 500명을 조사했었는데 그 질문 중 하나가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였습니다. 이 질문에 30% 학생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특히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아이들에게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냐고 물었더니 1년에 평균 4회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이 결과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원래 40~50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나이가 40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자들이 여자에 비해서 3배가 높은데 그 원인은 결국 경제 문제입니다. 한국 사회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죠. 그런데 청소년 통계를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자살을 왜 안하느냐, 왜 멈추게 되느냐’를 살펴보니 결국 금기(taboo)거든요. 사람들이 자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방어벽이 되어서 이것을 못 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청소년 시기에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은 벽을 하나 넘은 것입니다. 한 번 넘어 본 사람은 그 다음을 넘는 것은 쉬워요. 방어벽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어릴 때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지개’라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살 문제를 연구하다 보니 우리나라 자살률이 IMF 이전에는 OECD 평균 이하였어요. 그런데 IMF 사태 이후 계속적으로 늘어납니다. 결국 이 현상은 가치관의 문제라는 거죠. 우리 사회가 돈을 우선에 두고 경쟁, 효율을 강조하다 보니 거기에서 낙오가 되면 살아갈 이유를 못 찾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40-50대 남성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직장 생활을 하다가 40대가 되면 아이들 교육, 부모 공양 등으로 고민하다가 개인 사업을 하다 망하거나 퇴직을 하게 됩니다. 평생 다니던 직장에서 나오게 되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생각만 했지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 못했는데 집에 돌아왔더니 자신을 품어주지 않고 위로받을 곳도 없게 되죠. 결국 살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 자살로 연결되게 됩니다.
결국 이 문제를 넓게 생각해 보면 문화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많은 이유는 죽음의 문화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돈, 경쟁,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대안은 생명의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생명의 문화가 살아나면 자살은 감소할 것입니다. 법 하나 생겼다고 자살이 감소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가 중요합니다. 라이프호프는 상담, 치료보다 그 전에 문화를 바꾸고 싶습니다. 생명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플래시몹도 하고, 걷기 캠페인도 하고, 페스티벌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에어키스 캠페인도 했구요.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바꾸고 싶습니다.
학교에 가서 학생 교육을 하는 이유도 어릴 때부터 생명가치교육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방주사 맞듯이 학교에서 1년에 한 번이라도 교육을 꾸준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치관이 변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교육하여 이들이 생명가치를 가지게 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자살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자살예방교육을 하면 학교분위기도 바뀝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같이 교육을 받았으니까 서로 지지가 되고 제가 나를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생기게 되는 거죠.
옛날에는 교통사고가 사망원인 4위였습니다. 현재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든 이유가 교통문화가 바뀌어 교통사고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예전 방송에서 이경규의 양심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이 바뀐 것처럼 문화를 바꾸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청소년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아이들이 왜 자살을 할까 궁금해서 전문가와 대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중학교 아이들이 사고를 치는 이유가 요즘은 아이들이 중2 때 인생이 결정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고등학교 때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자신의 인생이 결정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게 되고 사고를 칠 수 있는 구조를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아이들을 어려서부터 정글같은 세상에 몰아넣고 경쟁을 시키고 있는 것이죠.
자살예방을 위한 라이프 호프의 구체적인 활동을 알려주시죠.
저희는 일단 학생 대상으로 하는 무지개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게이트키퍼(gatekeeper)로서 문제 아이들을 발견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실제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캠페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살예방을 위한 걷기,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고 전국을 다니며 플래시몹도 하며 자살의 심각성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쉽게 접근하게 할까 애쓰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유가족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자살 유가족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자살 위험도 제일 높구요. 연쇄적으로 자살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환경과 기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격발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죠. 가족 중 한 명이 자살을 하면 가족들은 극도의 슬픔, 상처, 죄책감, 분노가 일어납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슬픔과 죄책감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위로가 필요할 때 하나님의 위로와 교회 공동체의 함께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면 교회에서는 장례를 치러줄 수 있느냐 없느냐, 자살한 사람은 구원을 받았느냐 등으로 분쟁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교회에서 장례를 할 때 문제가 되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국 사망 원인을 숨기고 장례를 하기도 합니다. 유가족에게 장례 절차가 고인과 이별하는 과정인데 이 과정을 못 거치면서 정리가 안 되어 계속 위험에 빠지고 실망을 해서 교회를 떠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년 유가족 위로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문화 행사를 하기도 하구요. 그 외에도 기윤실과 함께 장례에 대한 설교 가이드라인도 만들었고, 통합교단에서 자살에 대한 지침서를 만든다고 결의가 되서 위원장으로 참여하여 매뉴얼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장신대 김경진 교수님과 함께 장례예식서를 만들기도 했구요. 이러한 작업은 교단 차원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이 자기 반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떻게 돕거나 지도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어디에도 이야기할 때가 없다고 생각하고 참습니다. 심지어 선생님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선생님들이 평소에 아이들에게 ‘자살하면 안 된다. 절망하면 안 된다. 힘들면 나한테 와라’ 이런 말을 많이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만 있어도 아이들을 살릴 방법을 찾을 거예요. 사람들이 양가감정이 있다고 해요. 죽고자 하지만 살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요. 살고 싶다고 생각할 때 고리를 걸 곳이 필요해요. 어딘가 기대서 잡을 데만 있으면 산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혼자 참거나 친구 밖에 안전망이 없어요. 아이들이 어려울 때 선생님한테 가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실거야라는 여지만 있으면 많은 변화가 있을 거예요. 저의 경우에도 자살예방활동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불쑥불쑥 찾아와요. 그런 면에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나는 교육받았어. 자살 예방에 관심이 있어’라고 관심을 겉으로 보여주는 것이 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은 저 선생님에게 가면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줄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희가 게이트키퍼 교육을 할 때 강조하는 것이 죽고 싶다는 의사를 보일 때 진지하게 대하라는 거예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지한 이야기하는 것을 힘들어 하고 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눈 앞에서 죽고 싶다고 해도 피합니다. 누군가가 ‘죽고 싶어’라고 말하면 ‘괜찮니’부터 시작해서 도망가지 말고 한 단계 더 깊은 질문을 해 주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은 자극을 시킬까봐 안 하는데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야 ‘이 사람은 내 말을 들어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돼요.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받아줘야 해요. 나는 그런 진지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다가설 것입니다.
조성돈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마치며 교사인 우리의 역할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들을 경쟁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수고와 함께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아이에게 교사인 내가 고민을 들어주는 ‘의미있는 타자’가 되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그리고 나는 할 수 없지만 주님의 사랑으로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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