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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이 정말 정확할까요?

다시 3월이네요. 나이가 들어 가도 2월은 쓸쓸하고 3월은 설레는 것을 보면 저는 천상 선생인가 봐요. 올해 2월은 유난히 봄 방학을 반납하신 선생님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대부분 학교에 나가 새 학기를 준비하시더군요. 학교의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에서건 자의에 의해서건 준비된 채 3월을 맞는 것은 교사에게나 학생들에게나 복된 일인 것 같아요. 저마다 소중히 여기는 것이 다르고 소망이 다르기에 특별히 마음을 기울여 준비한 것도 다 다르겠지요. 선생님은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올해는 교원 평가가 법제화도 되기 전에 전면 시행되지요. 설익은 제도로 가르침을 계량화하여 서로 다른 교과의 교사들을 한 줄 세우기하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지요. 또 어떤 분들은 ‘아이들 눈은 정직하다’고는 하나 정확하지는 않다며 걱정하시더군요. 돌아보면 저도 아이들에게 오해를 산 적이 많이 있어요. 자기들 위해서 한 일을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꼭 있지요. 그런데, 오해가 고마운 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피곤하고 힘들어 의무감으로 마지못해 겨우 했던 일들에 대해 두고두고 고마워하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주로 별로 사랑받아 본 적 없는 말썽꾸러기들이나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별것 아닌 것을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얼마 전 우리 좋은교사운동이 전교조와 함께 국회 도서관에서 학습 부진아 살리기 운동 실천 선언 대회를 했지요. 이 일을 준비하면서 학습 부진아 살리기 매뉴얼도 만들었는데, 그 매뉴얼 중 실천 대안 몇 가지를 이번 2010년 3월호 특집으로 실었어요. 저도 글을 하나 썼고요. 너무 보잘것없는 것이라 내놓기 부끄럽지만, 이것 때문에 고마워하던 저희반 아이들을 생각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며 실었어요.

이 해가 끝나갈 때, 학생과 학부모, 동료들에게 우리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님 앞에 서서 “너 기독 교사가 여기 내 아이들 중에 지극히 공부 못하는 아이 하나를 정성껏 가르치고 보살핀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는 말씀을 듣게 될 순간의, 가장 두려운 평가를 잊지 말고 한 해를 살았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