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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읽지 말아 주세요

 새내기 편집장이에요.

  매달 받아 보던 《좋은교사》는 작고 가벼운 책에 불과했지요. 얇은 책이라 한 손이면 충분히 들 수 있었고요. 삶이 분주하면 서재 한 편에 잘 쌓아 두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번 4월호부터는 이 작은 책이 쉽게 들리지가 않네요. 새내기 편집장으로서 처음 내는 책인데, 그냥 서재 한 편에 쌓아 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이 작은 책의 무게를 알아 버렸기 때문 같아요. 이 작은 책을 매달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수고와 헌신의 깊이를 조금 알게 되었어요. 4년 동안 이 일을 해 오신 조은하 선생님의 헌신과 매달 이 일을 해 오신 사무실 간사님들의 수고를 이제야 알았거든요. 그리고 삶으로 살아 낸 진실한 이야기들을 펼쳐 주시는 저자들의 땀이 베인 삶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어디 그뿐인가요? 이 책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기대와 소망도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고요. 

  눈물과 땀이 베인 삶의 고백들이 저의 손을 통과하면서 너무 가볍고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되어 버린 것 같아 걱정이에요. 필자들이 보낸 준 원고 속에서는 분명 하나님의 숨결이 느껴졌는데, 편집을 하고 난 글에는 하나님의 숨결이 너무 미약하게 느껴져요. 어쩌죠?

  예수님께서 인간과 하나님을 새로 이어주는 길이 되셨던 것처럼, 저도 필자들과 독자들을 이어주는 ‘작은 길’이 될 게요. 제 마음속의 부담과 걱정은 새 길을 단단하게 하는 발자국이라 여겨도 되겠지요? 이번 호는 길이 좀 거칠 거예요. 돌부리들도 많을 거고요. 조심해서 천천히 읽어 가세요.


희망을 낚는 어부  한 성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