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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행복한 수업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

행복 수업 초등 이야기

행복한 수업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

 

 

 

 

손현탁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청주 모임)

SNS 그리고 나의 가르침

제가 사회 교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 생활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기본 성향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SNS 때문이었습니다. 그전부터 여러 언론들을 통해 다양한 소식들을 접하면서 나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 보기도 하였지만, 그런 뉴스들의 이면을 알게 되거나 저의 개인적인 삶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뉴스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 자체가 익숙한 주제가 아닐 경우가 많았으며 용어 자체가 어려운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다양한 해석이 가미된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대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면서 동시에 증가하는 것은 제 자신의 무지에 대한 깨달음이었고, 그 무지함만큼 영향력 없는 저의 삶에 대한 깨달음도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배움과 성장이란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저에게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나름대로 고민하고 연구하여 아이들과 나누는 일을 시작하자는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좀 이상한 결심이었죠. 하지만 이런 결심에는 문경민 선생님께서 행복한수업만들기 청주 모임을 시작할 때 해 주셨던 이야기가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바로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그렇게 해서 저 역시 ‘성경적 토지 제도, 지공주의, 공정 국가, 인권과 복지, 성경과 정치’ 등에 대해 책 한 권 읽은 적이 없지만, 더구나 『기독교적 교육과정 디딤돌』, 『기독교교육의 기초』, 『기독교 세계관으로 가르치기』, 『가르침은 예술이다』, 『내가 사랑하는 수업』 등 기독교적인 가르침에 대한 책 역시 제대로 소화해 낸 것이 없는 상태였지만 제 나름의 가르침을 펼쳐야겠다는 결심했습니다.

 

나의 첫걸음, 대단원 재구성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아래의 수업 계획안입니다. 아래의 수업 계획안은 2011학년도 여름 계절 학기부터 시작하게 된 ACTS 교육대학원 교육 과정 전공에서 처음으로 수강하게 된 ‘통합 교육 과정의 실제’ 강의가 끝난 뒤 제출한 과제물이기도 합니다. 수업이 끝난 직후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 등을 싸 들고 한국교원대학교 도서관에 매일 출근하면서 씨름하였지만 제출 기한이 지나도록 과제는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수업 지도안을 완성하기 위해 저는 무수한 시간을 과제에 매달려 울어야만(?) 했고,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겨우 마무리해 교수님께 메일로 보냄으로써 과제 제출은 일단락되었습니다.

<표 1>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회 1단원 ‘우리나라의 민주 정치’를 재구성한 수업 계획안

단원

주제

차시

주제별 주요 내용 요소

차시별 학습 활동

1.

 

 

 

단원 도입

1

나와 공동체의 관계에 대해 이해 / 단원 학습 내용 개관

❶ 공동체에 담긴 원리

2

(1) 민주주의의 의미와

발달 과정

민주주의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찾아보기

3

민주주의의 발달 과정을 조사하여 글이나 만화로 완성하기

4

(2) 법의 의미와 구조

법이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을 깨닫고 의미를 파악하기

5

법의 종류와 구조에 대해 조사하고 첨삭하는 활동하기

6

(3) 인권의 의미와

발달 과정

인권의 의미와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하여 역할극으로 발표하기

7

인권의 발달 과정을 알아보고 인권이 잘 보장되지 않았던 이유를 찾아보기

❷ 공동체에 필요한 역할

8

(1) 국가 기관의 종류와

역할

국회가 하는 일과 나, 공동체와의 관계를 이해하기

9

정부가 하는 일과 나, 공동체와의 관계를 이해하기

10

법원이 하는 일과 나, 공동체와의 관계를 이해하기

11

(2) 시민 단체의 종류와

역할

시민 단체의 역사, 종류, 역할 등을 조사하고 정리하기

12

나에게 필요한 시민 단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홍보 활동하기

13

(3) 개인의 정치 참여

개인이 공동체에 무관심할 때 벌어지는 상황을 찾아보고 참여의 중요성 느끼기

14

내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과 실제로 실천하고 싶은 방법을 결정하기

단원 정리

15

민주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서 정리하고 발표하기

원래 교육 과정상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사회과 교사용 지도서에 제시되어 있는 대단원의 수업 내용은 ‘표 2’와 같습니다. 지도서를 보면서 중단원들이 유기적인 관계나 일정한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 있다기보다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또는 교과서 저자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관련 주제들을 대단원이라는 틀 안에 짜깁기하듯 구성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런 형식의 구성이 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른들도 어려워하거나 관심 없어 하는 정치 이야기를 이런 구성과 흐름으로 풀어 간다고 할 때, 그렇게 진행하는 수업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먹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 속에 중단원을 짜임새 있게 연결함으로써 ‘맥락과 생활’이 살아 있는 학습이 되도록 구성하고 싶었고, 그 내용적인 측면에서 성경적인 관점을 담아낼 수 있도록 단원을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특별히 정치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단체, 단체와 단체 간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시켜 갈 것인가 하는 고민에 대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측면에서 대단원을 ‘관계와 공동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풀어 가고 싶었습니다.

<표 2> 단원의 지도 계획

단원

주제

차시

주제별 주요 내용 요소

1.

 

 

 

단원 도입

1

단원 학습 내용의 개관

❶ 우리 생활과 민주주의

2

정치에서의 민주주의의 의미와 정신, 다양한 정치 참여 방법을 이해하고, 민주적인 문제 해결 과정 실천하기

3

4

5

❷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관

6

국회, 정부, 법원이 하는 일, 우리 생활과의 관련성, 견제와 균형의 관계 이해하기

7

8

❸ 생활 속의 법

9

법과 우리 생활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헌법의 의미와 구조, 기본 원리, 국민의 기본권과 의무 인식하기

10

11

12

❹ 인권과 인권 보호

13

인권의 의미와 발달 과정, 인권 보호를 위한 노력에 대해 알아보고 인권 보호 활동하기

14

15

단원 정리

16

민주적인 의사 결정의 뜻과 이를 위해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기

 

 

평생 계속될 고민의 방향을 정하다 !

어설펐지만 완성을 하고 나니 뭔가 뿌듯함이 가득해지면서 2학기 수업 준비가 다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수업 주제와 흐름만 잡았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통해서 이 주제를 풀어 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막했습니다. 즉 수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 가는 방법에 대한 내공이 없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2학기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거의 대부분의 수업이 ‘주제와 관련된 마인드맵 그리기 또는 관련 영상 시청 → 수업 주제와 관련된 문답 →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공책에 기록 → 발표 → 교사의 정리’ 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크게 나무랄 데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수업 시간을 면밀히 관찰하고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해 물어본 결과, 교사인 제가 사회 교과서와 지도서를 보면서 느꼈던 막막함과 답답함을 아이들 역시 비슷하게 느끼면서 결국은 암기 학습을 통해 시험을 대비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결국 행복한 수업을 위해서 크게 두 가지 부분에 대한 고민과 배움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역시나 가르치는 내용, 즉 수업 내용에 대한 고민이고 다른 하나는 가르치는 방법, 즉 수업 방법에 대한 배움입니다. 이것은 2011년 1월부터 시작한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청주 모임을 진행하면서 동일하게 느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 저희 모임은 대부분 신규 교사와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교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몇몇 선생님들께서 모임에서 하는 것들(대단원 재구성, 교육 과정 공부)이 어렵거나, 와 닿지 않는다고 하시며 모임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물론 하나의 원인만으로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즉 가르칠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과 재구성도 필요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 갈지에 대한 고민과 배움도 필요함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여정의 시작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모든 고민에 해답을 찾아갈 수 있었던 ‘첫걸음’ 인 것 같습니다.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그리고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다음 세대 백성이 하나님의 언약을 굳게 믿기만 할 뿐 첫걸음을 내딛지 않았다면 이집트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홍해의 갈라짐도, 가나안 정복을 위한 요단강의 갈라짐도 경험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부족함투성이에, 온갖 업무들에 눌려서 시간은 없고, 삐걱대며 아이들과 겨우 살아내는 하루하루가 버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은 다짐 속에 기도를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행복한 수업을 향한 여정은 시작될 것입니다.

저에게는 문경민 선생님과의 만남과 청주 모임의 시작이 그런 첫걸음이었고, ACTS 대학원 등록과 사후 과제 제출이 두 번째 걸음이 되었습니다. 이제 막 이 길에 들어섰으니 가야 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았네요. 하지만, 여전히 함께 계시고 인도하시는 우리 하나님을 신뢰하며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좁고 협착한 이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다만 그걸 바랄 뿐이지요, 평생 좁고 협착한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와 체력이 있기를요. 그리고 길동무가 좀 더 많아져서 조금 덜 외롭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