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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道人’ 되기를 요구하는 세상



지남철 위에서 함께하는 시사 수업
‘道人’ 되기를 요구하는 세상

임 종 화


12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지난 4월,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인터넷 게임 셧다운제)이 논란 끝에 통과되었다. 하지만, 게임 업체와 인권 단체에서 위헌 소송을 제기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네티즌 사이에서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리는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는 게임 중독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과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찬성 입장과,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인권 단체와 문화 산업에 대한 형평성을 잃은 과잉 규제라는 게임 업체의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자정을 넘긴 신데렐라

 이러한 논란을 떠나 현실은 어떤가?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는 닌텐도 게임, 청소년이 되면 인터넷 게임을 하려는 자녀와의 싸움에 지쳐 간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밤새 게임을 하고 와서 수업 시간에 정신없이 자는 아이와 핸드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과 씨름하고 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과 한판 일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단지 개인의 선택권과 절제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먹을거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간편하고 맛도 있어서 특별한 날 가정과 학교에서 배달시켜 준 햄버거, 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와 마트에서 일주일 치를 사서 냉장고에 채워 둔 인스턴트 음식이 이제는 아이들과의 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계속 먹어대는 아이와 못 먹게 하는 부모의 싸움은 끝이 없는데, 이 문제가 가정에서만 통제하면 해결될까?

 이 문제에 대해 어른인 우리들은 자유로울까.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유명한 맛집에서 세계의 음식을 마음껏 맛 볼 수 있고, 새로운 혁명으로 각광받는 인터넷이 ‘와이브로’, ‘3G’를 넘어 ‘클라우드’로 진화하면서 이제는 직장에서, 길을 걸으며, 심지어 침대에 누워서도 많은 사람들의 쉴 새 없는 지저귐(tweet)을 들을 수 있고 얼굴책(facebook)에서 많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비만이 인류의 가장 무서운 질병이 되어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고 있고, 언제나 스마트폰에 친구들이 넘쳐 나는데 외로움을 호소하며 자신의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여 깊이 있는 생각을 방해하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이제는 발 빠르게 ‘자기 절제력’과 ‘의도적 결핍’이 성공의 요건이라는 자기 개발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눈앞에 풍성한 음식이 있어도 적절하게 먹고, 인터넷과 스마트폰도 유용한 정보와 의사소통의 도구로만 사용하고 절제하라는 것이다. 이제 ‘비만’과 ‘폐인’은 자기 절제를 못하는 인간의 상징으로, ‘몸짱’은 성공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편리함, 풍요로움을 누리는 대가로 발생한 비만, 인터넷 중독 등을 개인의 의지박약과 게으름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빈곤층 자녀일수록 비만율이 높다는 기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개인의 절제력과 사회적 책임

 다행스럽게도 첨단 기술과 편리함의 추구로 인한 문제에 대해 최근 성찰의 목소리가 들린다.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구글은 신입 사원 중 4,000~5,000명을 인문 분야 전공자로 뽑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지금까지의 IT 개발자들은 기술과 운영 체제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앞으로는 도덕 운영 체제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기술 발달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에 온 IT 전문가 니콜라스 카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한번쯤 그 기술에 대해 의심해 보라고 충고한다. 곧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덥석 구입하지 말고 이것이 나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문득 전화가 발명되었을 때 지체들이 함께 모여 전화가 우리 공동체에 유익한지 아닌지를 오랫동안 논의한 끝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미국의 한 공동체 사례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모든 문명과 기술을 거부하는 것만이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의 의도하지 않았던 폐해와 악한 사회적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우리 모두가 ‘道人’이 되어 개인의 의지와 절제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하고 잘못된 접근이다. 이 문제는 공동체와 사회가 함께 풀어 가야 한다.

 학교에 패스트푸드를 없애고 값싼 과일을 공급하는 건강 매점을 늘리고 유기농 급식을 하며 먹을거리에 대해 아이들과 토론하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 주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 주면서 학생들에게 자기 결정권과 절제를 교육해야 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우리 때는 없었던 너무 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힘들어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문제 >

1. 자신의 삶에서 절제하기 어렵거나, 중독이라고 느끼는 것이 있는지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자.

2. 앞의 질문에서 나온 영역 중 하나를 골라, 반이나 학교 차원에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실천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실천해 보자.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ㆍ《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청림출판)

   부제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스마트' 시대,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있는가? IT 전문가이자 저명한 칼럼리스트인 저자 니콜라스 카가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이후 우리의 사고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글을 쓰는 방식과 읽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밝힌다.  

ㆍ《단순하고 소박한 삶 아미쉬로부터 배운다》 (임세근, 리수)

아미쉬 공동체 이야기. 전기와 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마차를 타고 다니며, 옛날 방식대로 밭을 갈면서 농사를 천직으로 아는 땅의 사람들. 단순함과 검소함을 추구하여 집안이나 외모를 꾸미지 않으며 수수한 디자인의 옷을 집에서 만들어 입는다. 세금은 내지만 혜택은 받지 않고, 제도 교육을 거부하는 아미쉬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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