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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수업에서 배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태현의 기독교적으로 수업 보기 2
수업에서 배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오늘 우리들에게 수업을 공개해 주신 분은 거창 샛별초등학교 5학년을 맡고 계신 김상일 선생님입니다. 김 선생님은 거창에서 대구까지 멀지만,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모임에 나가고 계십니다. 오늘 학습할 내용은, '주장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내용인데요. 교과서에서는 이 단원이 주장을 기계적으로 분석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큰 흥미를 갖지 못하고, 주어지는 주장에 대해 관련된 근거를 찾거나 적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김상일 선생님의 수업 재구성

 이에 김 선생님은 수업을 재구성했는데요. 먼저 선생님은 자발적으로 두 명의 학생을 나오게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누가 나올래?” 하면 아무도 안 나오는데, 초등은 역시나 서로 하겠다고 난리더군요. 두 명의 학생이 나오자 선생님은 남학생 등에는 ‘양치기 소년’, 여학생 등에는 ‘이순신’이라고 적힌 종이를 붙여 줍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학생들 모르게 두 학생 중 한 명에게 사탕을 몰래 줍니다. 그리고 “이 두 명 중 누구에게 사탕이 있지?” 하고 선생님이 질문합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명의 학생들이 각자 사탕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습니다. 아직까지는 선생님의 수업 의도가 잘 안 보이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수업을 보는 저도, 선생님이 왜 이런 활동을 하시는지 아주 흥미 있게 수업을 지켜보았습니다.

 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사탕이 있을 거라고 판단되는 쪽에 손을 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순신’에게 있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우리 모두가 이순신에게 손을 든 이유는 우리 안에 편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양치기 소년’ 학생의 손을 펴서, 그 안에 사탕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는 왜 ‘이순신’ 학생을 더 신뢰하지?” 하고 질문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김 선생님은 우리가 어떤 사실을 받아들일 때, 그 사람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기보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그 사람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혹은 찬성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런 삶의 경험이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토의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토의 내용을 칠판에 적었습니다. 학생들 모두가 선생님이 디자인한 배움의 공간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수업은 예술이다

 저는 이 수업 장면을 보면서 선생님께서 수업 디자인을 참 탁월하게 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수업이란 교과서에 있는 지식을 아이들의 삶에 잘 연결하는 수업인데, 김 선생님은 스스로 실험을 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토의 학습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 선생님께 어떻게 이런 수업을 디자인했는지 물어 봤습니다.

 "저희 반 학생 중에 학생들 사이에 조금 무시당하는 학생이 있어요. 참 좋은 학생인데, 아이들은 그 학생의 겉모습만을 보고 그 아이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 아이를 무시하는 학생들에게 약간의 메시지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수업을 이렇게 디자인했어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업 디자인, 특히 배움이 있는 수업은 역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멋진 수업 디자인이 그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창의력은 타고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면밀한 관찰과 관심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아이들 삶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그 속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야 할 배움의 지점이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여러 창조적인 생각들이 만들어집니다. 수업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삶 속에서 같이 어울리다 보면, ‘짠’하고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나오는, 예술적인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김상일 선생님은, 학생들의 삶을 도와야겠다는 열망, 그리고 학생들의 삶에 대한 면밀한 관심, 이것이 모여서 이런 창조적인 수업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결국 좋은 수업 디자인은, 테크닉에 있지 않습니다. 교육 그 자체의 본질에 접근하는 행동과 관심을 보일 때, 그 속에서 좋은 수업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수업을 디자인할 때, 수업 내용을 학생들의 삶과 연관 지어서 연구하기보다는 남이 사용한 자료, 아니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동영상 자료로 수업을 대충 때우려 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업은 수업 차원에서 머무르게 되고, 학생들은 이 수업 속에서 배움으로 들어가지 못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김상일 선생님의 수업을 보면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 봅니다. 선생님들은 어떤가요?




더 생각해 보기

1. 수업 준비할 때, 나는 수업을 보고 있는가? 아이들을 보고 있는가?

2. 나는 평상시 아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있는가? 그 속에서 배움의 지점을 찾고 있는가?




ps) 이후의 수업 내용에 대해서 궁금하시죠? 그런데 이후 수업은 선생님께서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이후의 수업을 미리 알고 싶으신 분은 http://cafe.daum.net/happy-teaching을 방문하셔서 <좋은 수업을 찾아서> 게시판을 참고해 주세요. 그리고 자신의 수업을 바탕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신 분은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