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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진로 교육에 도전하다



비전 코디들의 행복한 수다 1
진로 교육에 도전하다

정 연 석


 '비전코디'는 이 땅의 청소년들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습으로 자아를 회복하도록 도우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목적에 따라 살아가기 위한 성경적 가치관을 정립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을 향한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준비되어 살아갈 때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도 윈(win)-윈(win)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청소년들의 삶을 코디해 주는 초, 중, 고등학교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전문 연구 모임입니다. (cafe.daum.net/visioncoordi)


전반전, 진로 교육이 필요한가?

 청소년 진로교육 연구회(비전코디)가 시작된 건 2010년 2월 11일, 이강은 선생님과 명진희 선생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좋은교사 사무실에 모여 기도로 시작한 것이 처음이었다. 2년 전 내가 기윤실교사모임을 통해 한창 도전받고 뜨거워지면서 꿈꾸는 섬김이(꿈섬) 6기 교육 과정을 참여하게 되었고 겨울 캠프를 하면서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 현장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 아이들과 현장에서 부딪치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그 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을까? 추운 겨울이라 다들 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는데 내 옆에는 이강은 선생님이 있었고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아이들 진로에 대한 고민이었다. 특히 전문계고 아이들의 진로 지도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나중에 소모임으로라도 같이 고민하고 연구해 보자는 암묵적(?) 계약을 하고서야 이야기가 끝이 났다. 지금에 와서 하는 고백이지만 이때 정말 나에게 진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시작할 용기가 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꿈섬 겨울 캠프를 마치고 바로 겨울 수련회에 참석했다. 여담이지만 수련회에 참석할 짐을 챙기는데 이렇게 간단할 줄이야. 주말 동안 꿈섬 겨울 캠프 때 입은 옷을 그대로 빨래해서 몽땅 챙기니까 끝났다. 3박 4일 수련회 짐을 챙기는 시간은 겨우 5분!

 이강은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잠시 잊은 상태로 겨울 수련회에 참석하여 나름 열심히 사진 찍고 영상도 만들고 꿈섬 콩트도 연습하고 정신없이 섬기던 와중에 마지막 날 선생님들과 헤어지면서 이강은 선생님과 다시 마주쳤다. 둘 사이에 흐르는 약간의 망설임과 미묘한 긴장감, 그리고 0.1초간의 눈빛 교환이 지나고 나니 웃음을 지으며 첫마디를 하셨다. “너 나랑 같이하는 거지?” 순간 가슴은 답답하고 머리는 멍해지고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진로 교육이 필요한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그럼요”라고 대답을 하였고 이강은 선생님이 연락을 준다고 하고 헤어졌다.



후반전, 우리 모임은요?

 2010년 2월 11일, 우리 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3학년 담임이라 멋지게 차려입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왔다. 졸업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보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강은 선생님이었다. “소망을 함께 나누자.” 청유형 스타일의 깔끔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짧은 문자였다.

 다시금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담임을 맡게 되었다. 첫 담임인데 그것도 3학년 담임이었다. 개인적으로 얼마나 설레고 두근거렸던지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언제나 친구처럼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일 거라 생각했다. 거기다 내가 담임을 하는 거니까 정말 특별한 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개학 전에 미리 우리 반 아이들이 사용하게 될 사물함을 혼자 청소하고 책상 위에 아이들의 이름표를 하나하나 붙이고 어떻게 환경 미화를 할까 고민도 하고….

 사람 만나고 사귀기를 좋아하는 내가 첫 담임을 맞게 되면서 느끼는 설렘과 흥분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개학하고 일주일쯤 되었을까? 무단으로 결석하는 아이가 생기고 이것저것 따지고 묻는 아이들도 나오고 내가 꿈꾸던 아이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내가 맡은 반은 일명 사고뭉치 반이었다. 물론 사고뭉치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한 해를 보내며 재미있는 추억도 쌓고 미운 정 고운 정도 많이 들었지만 나의 진로 지도는 엉망이었다.

 1년을 아이들과 함께 지지고 볶고, 나 나름대로의 학급 운영과 진로 지도를 했는데 초보 담임인 내가 우리 반 아이들 27명 중 군대 가거나 취업한다는 아이들 6명을 빼고 21명을 전부 대학에 보냈다. 대학을 골라 주고 무슨 과를 갈 건지 추천하고 아이들의 성적을 보고 선을 그은 것이었다. 좋은 교사라 생각하고 나의 기준으로 그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한 학교와 과를 선택해서 보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아이들을 졸업을 시키고 울고 웃으며 헤어졌다.

 뿌듯함도 잠시 개학을 하며 나의 실수가 느껴졌다. 졸업을 한 아이들에게 개학 날 “지금 있는 대학 캠퍼스에서 멋진 인생을 설계하렴”이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에 한 명의 아이가 “대학교가 저에게는 별로라 포기했어요. 선생님 죄송해요”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정말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며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 학기가 끝나 갈 무렵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군대를 가거나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후회되는 일들이 머릿속을 지나가고 내가 무슨 실수를 하였나 생각했다. 내가 아이들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 행동들이 정작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인생을 더 돌아가게 만든 것이었다.

 어느덧 여름 방학을 보내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그 다음 해도 역시 3학년 담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더 많은 상담과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밖에 없었다. 첫 담임 때 엄두도 내지 못한 가정 방문을 하며 부모님을 만나고 아이들과 유대감도 형성하였지만 아이들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 지도가 나에게는 너무나 벅찬 일이었다.

 다시 2010년 2월 11일. 부족하지만 다시금 우리 반 아이들을 졸업시키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이강은 선생님과 명진희 선생님을 만나 모임을 갖기로 한 날이다. 오후 5시 정각. 모두들 정확한 시간에 모였다. 우리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더 이상 올 사람은 없었다. 내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우리 모임은 어떤 모임이에요?”



연장전, 진로 교육을 고민하는 모임

 우리는 기도로 첫 모임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내일을 생각하며 간절히 기도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마태복음 13장의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묵상하고 서로의 나눔을 통해 우리 모임의 목적과 방향을 정하고 언제나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소망하며 구체적인 계획들을 하나씩 더해 갔다.


“예수께서 비유로 여러 가지를 저희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리러 나가서 뿌릴 새 더러는 길가에 떨어지매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고 더러는 흙이 얇은 돌밭에 떨어지매 흙이 깊지 아니하므로 곧 싹이 나오나 해가 돋은 후에 타져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 더러는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매 가시가 자라서 기운을 막았고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혹 백 배, 혹 육십 배, 혹 삼십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시니라.” (마태복음 13:3~9)


 우리의 소명은 확실했다. 씨를 뿌리는 자가 씨를 뿌릴 때 더러는 길가에, 더러는 흙이 얇은 돌밭에, 더러는 가시떨기에,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진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씨를 뿌리는 자고 주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길가, 돌밭, 가시떨기, 좋은 땅이라는 환경이다. 이미 다른 환경 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그대로 둔다면 이들은 좋은 땅이란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좋은 열매를 경험할 수 없다. 따라서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의 땅을 좋은 땅으로 일굴 수 있도록 마음의 밭을 함께 갈아 주는 멘토의 소명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또 비유를 베풀어 가라사대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마태복음 13:31)


 예수님께서 천국의 비밀을 비유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도 성경적 가치관을 잘 녹여내어 아이들에게 성경적 가치관을 알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유태인들이 영화를 만들 때 영화의 결말에 항상 성경적 가치관을 그려 내고 있듯이 우리 모임 역시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성경적 가치관을 녹여내어 이 땅의 청소년들을 하나님 나라를 알아 가는 이 세대의 사람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달란트를 발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용기를 주셨다. 어깨는 무거웠지만 마음은 평온하였고, 모임에 대한 부담감이 아니라 모임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7)  


 드디어 진로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모임(?)이 생겨났다. 아직 정식 명칭이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미 다음 모임을 기대하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