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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통계연구 본부장)_2014.1

더불어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통계연구 본부장)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독일 튀빙겐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통계연구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외교통상부 ASEM 자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일 교육과 통일 교육에도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교육정의지수, 학생역량지수를 연구 개발하여 발표하였다. 저서로는 <인본주의 교육 사상>(학지사), <인재 강국 독일의 교육>(신정) 등이 있다.

 

 

인터뷰.김진우, 임종화 / 사진.김진우

 

 

김창환 본부장과의 처음 만남은 좋은교사운동이 5주 연속으로 기획한 [근대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 강의를 통해서였다. 학교 현장에서 기독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 시대에 독일, 영국, 미국, 덴마크 등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기독교의 풍성함을 한국 교육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한 연수였다. 첫 번째 강의는독일 공교육과 기독교 강의였다. 이 강의에서 김창환 본부장은 독일 공교육의 역사와 특징뿐 아니라 독일 사회의 특징, 독일 통일 과정을 통해 우리가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 한국 교회에 대한 신앙인으로서의 제언까지 나누어 주었다. 깊은 고민과 통찰에서 나온 김창환 본부장의 강의는 많은 감동과 생각거리를 주었다. 그리하여 짧게 느껴진 강의 후에 더 궁금해진 질문거리를 가지고 한국교육개발원으로, 김창환 본부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교육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교육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 때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제가 대학 다니던 때가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시 제가 가야할 길은 정치에 참여하여 정치와 제도를 바꾸는 길과, 시간이 걸리지만 사람을 바꾸는 길 두 가지가 있겠구나생각했습니다. 이 두 선택을 두고 고민하다가 제 적성도 고려하고 근본적으로 사람이 변해야 사회가 변한다고 생각해서 교육학을 공부하기로 정하고 학부 때부터 교육학 강의를 많이 들었습니다.

교육학 강의 중 특히 오인탁 교수님의 교육철학 강의에 영향을 받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교육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교육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학비가 없고 장학금도 받게 되어 큰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7년 동안 독일에서 공부했는데 교육학의 학문적 창시자로 불리는 교육철학자 헤르바르트를 연구하여 논문을 썼고, 현상학, 해석학 등을 공부했습니다.

지금도 독일에서 교육철학을 공부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통계를 담당하고 있는데 통계를 다룰 때도 기초가 되는 철학이 중요합니다. 제가 최근 교육정의지수를 개발하여 발표하였는데 이 연구를 위한 연구 틀(프레임워크)을 만들 때도 제가 공부한 교육철학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연구에서 연구틀이 튼튼해야 결과가 튼튼해지거든요. 이론적 틀에 연구 목적과 방법이 다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철학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교육 정의를 다룰 때도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정하기 위해 많은 정의론자들의 사상을 공부하고 우리 사회가 왜 유독 정의에 관심을 가질까 등을 질문하며 공부하였습니다. 정의에 대한 관심의 원인이 불평등 때문인지, 공정한 규칙의 문제 때문인지, 지도자들의 도덕적 문제 때문인지 등을 연구하고 분석할 때 교육철학을 공부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육정의지수를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연구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제가 교육통계를 담당하고 있는데 통계는 단순히 숫자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정의지수는 현재 우리의 상황과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수를 개발할 때 독일의 사회정의지수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일반적으로 사회정의지수는 북유럽 국가가 높고 그 다음 중유럽, 자유주의 국가 순으로 나옵니다. 교육정의지수도 순위가 비슷합니다. 덴마크가 OECD 34개국 중 교육정의지수 1위이고 우리 나라는 23위로 중하위권을 차지합니다.[각주:1]

교육정의를 이야기할 때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교육의 출발점에서 교육의 기회가 평등하게 제공되고 있는가, 두 번째로 교육의 과정 속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교육의 결과에서 노력한 성취에 대하여 적절하게 보상되고 있는가 하는 것 입니다. , 교육에서 출발, 과정, 결과 세 영역에서 정의로운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출발점에서의 기회 평등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아 교육에서의 투자가 생애 모든 것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출발점이 불공정하면 그 다음 격차는 더 커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공정함과 함께 약자에 대한 배려 정신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영유아 시기에 소득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이 10배 차이가 납니다. 이와 같은 유아 교육의 불평등 문제는OECD 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는데 출발점을 가능한 평등하게 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육의 결과인 성취에 대한 재분배도 중요한데 교육이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 정의 문제에 있어서 교육 영역이 제일 중요합니다. 교육이 정의롭지 못하면 나머지 영역도 정의롭지 못하게 됩니다. 교육에 있어서 개인의 배경(부모 등)에 따른 영향은 최소화하고 성취는 적당하게 보상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일부 대학 졸업생에게 노력 이상의 과도한 성취 열매가 부여(승수효과)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교육 기회 자체는 많은데 약자에 대한 배려 부분이 부족합니다. 교육에 있어서 누가 약자인지를 고민하고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기독교 연구자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을 가지고 앞으로 학생 역량, 교육 정의를 연구하려고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독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직접 경험하신 독일 사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을 상대로 독일 사회와 교육에 대해 강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가와 언론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독일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공동체가 함께 같이 발전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모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독일은 통일 교육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님께서 저를 독일에 보낸 이유가 사회 발전과 함께 통일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 지금부터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합니다.

독일 사회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며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지방 분권이 잘 되어 있고, 지역 간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제가 살던 곳도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경제적, 문화적으로 부족함이나 소외감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은 극우나 극좌와 같은 극단적인 세력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합니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양극단의 목소리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중도로 회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민족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생각을 깊게 한 후 시스템을 잘 만들어 적용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문화와 사람이 잘 받쳐줘야 잘 운영되는데 독일을 포함한 선진국은 시스템과 더불어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학마다 구성과 디자인이 달라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독일 대학의 홈페이지는 시스템과 형태가 동일합니다. 하지만 내용은 다르죠.

이처럼 독일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표준을 만들 때는 함께 협력하고 그것을 적용할 때는 자유를 허용하는데 있습니다. 표준적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은 효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독일 기업이나 국가가 시스템과 경쟁의 규칙은 정확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경쟁은 자유롭게 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어떤 것을 결정할 때 끊임없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할 때 목적, 지향점, 방향성이 분명합니다.

 

본부장님의 신앙생활이 궁금합니다.

저는 미션 스쿨을 나왔는데 고2 때 친구의 권유로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일종의 종교심일수도 있는데 종교적 확신을 가지고 싶어서 고3 임에도 불구하고 부흥 집회와 철야 집회를 다니며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였습니다. 작은 교회였는데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 청년부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선교단체인 IVF 활동을 했는데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역사의식, 사회의식을 강조한 책도 많이 읽었고요. 이처럼 복음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관심의 조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학 생활을 하다가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의 7년은 학문적으로는 풍요로웠지만 신앙생활 면에서는 굉장히 건조한 시기였습니다. 독일이 신학적으로는 탄탄하지만 신앙의 열정은 약한 사회입니다. 제가 다닌 튀빙겐 대학이 신학에서는 최고의 대학으로 평가받고 희망의 신학자로 유명한 몰트만 교수도 있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이 쓰신 책을 통해서 많은 감동을 받았지만 그분의 설교를 통해서는 마음이 울림이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독일에서의 생활은 신앙 면에서 잃어버린 7년과 같습니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복음적인 가정을 이루고, 가족 모두 성경을 가까이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매년 가족 모두 성경 일독을 하는데 올해는 3번 통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말씀을 가까이 하려고 애쓰다 보니 신앙의 근본을 경험하게 되어 지금은 탄탄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하셨듯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이 개인적인 영성과 신앙생활면에서는 열정이 식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독일 사회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가치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 것이 삶에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신앙의 모습이 우리와 다른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 생각에 개인이 변하여 하나님 뜻대로 사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합니다. 다만 하나님은 혼자 일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면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통일을 예로 들면 저는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받고 있고 지하교회에서 열심히 기도하는데 왜 하나님께서 통일을 허락하지 않으실까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결론은 하나님께서 우리가 사회적 통합을 위한 준비를 하지 않아서 지금 통일을 허락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으신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을 갈망은 하고 있지만 준비는 안 되어 있는 것이죠. 사회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도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뜻 있는 기독교인들이 처음에 품은 뜻이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 기독교와 교회의 모습과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우리 교회도 이제는 조금 변해야 합니다. 교회가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루터의 생각처럼 이 사회가 개인에게만 하나님 나라가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도 하나님 나라가 건설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사회가 바른 길로 가는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불의의 문제, 양극화, 고령화 등 사회 문제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 교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최근 학교도 힘들어하는 학생이 늘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개인적 병리 현상에 대해서도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독일은 국가교회 성격을 가진 루터교 교회가 중앙조직화가 잘 되어 있어서 중앙에서 힘을 모아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데 비해서 우리나라 개신교는 교파로 분리되어 있어서 힘을 모으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많은 영역에서 교회가 선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결집된 영향력의 부족과 교회 지도층 일부의 본이 안 되는 행동 등으로 인해 교회의 긍정적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1995, 2005년 조사에 의하면 개신교 교인의 수는 정체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한 교회의 모습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번에 강의하신 독일의 공교육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아시다시피 공교육의 출발점이 독일이고, 공교육 시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마틴 루터입니다. 루터는 인간의 존재는 하나님 앞에 선 존재이면서, 동시에 세상 앞에 서 있는 존재라는 양면을 지닌 존재이기에 인간은 영적 나라와 세상 나라 두 나라에 동시에 속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영의 세계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세상에서 기독교인으로 책임 있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영의 세계를 위해서 성경 말씀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세상 나라를 위해서는 세상에서 필요한 지식,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당시 영주들에게 학교를 세우라고 요청해서 학교를 세운 것이 공교육의 시작입니다. 초기의 학교는 세속적 교육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성경, 교리 문답, 찬송 등 기독교 교육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공교육이 기독교 교육에서 세속 교육으로 바뀌게 된 시기가 17세기 절대주의 시대입니다. 이때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왕에게 충성스러운 신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 국가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 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후 계몽주의 시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가 더욱 더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교육에 있어서 이념적 목적, 계몽, 경제 발전을 위한 인력 공급, 정치적 이념의 뒷받침 등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급격히 세속화되게 되고 1차 세계대전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 때에 완전히 교육의 주체가 국가로 넘어가게 됩니다.

 

현재 독일 교육의 특징과 함께 독일 교육에 비추어 한국 교육의 문제와 해결 방향에 대해 알려 주십시오.

독일 교육의 특징은 먼저 국가가 교육의 담지자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공교육이 추구하여야 하는 가치로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 수월성과 형평성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공동체 안에서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공교육의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학교교육이 교육적 가치를 구현하며 충실하게 실시되고 있고, 학생의 소질과 능력, 적성에 부합하는 학교 선택, 수준에 맞는 수업, 다양한 진로 탐색이 가능하고 특히 직업 교육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합니다.

넷째로 누구나 원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적절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곧 교육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환경적 차이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지 않고 균등하게 교육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섯째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높습니다. 학교와 교사에 대해 학부모와 사회가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로 기독교적 가치가 교육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자유, 복지, 배려, 나눔, 봉사 등 기독교적 가치가 학교교육에 정착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교육에서 공동체, 공적 가치의 강조를 주목하고 싶습니다. 교육이 개인의 발전을 위한 것이냐 국가 사회를 위한 것이냐는 오래된 교육적 논쟁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국가의 요구냐의 관점으로만 교육을 바라보았고 한국 교육은 국가의 요구를 많이 따랐고 개인은 희생한 측면이 있죠. 하지만 국가와 개인 사이에 있는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누락되어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교육을 볼 때 개인의 발전을 중요하게 보지만 동시에 공동체성을 강조합니다. 사회적 민주주의, 사회적 자본주의 등 사회 자체가 공동체를 강조합니다. 함께 가야한다는 의미죠.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독일어로 mitsein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실존(實存)은 독존(獨存)이 아니라 공존(共存)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개인, 가정만 중요시하고 개인적인 성취를 우선적으로 강조하다보니 다른 가치는 부차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독일은 교육과정에서 역량을 중시하는데 그 중 하나가 사회적 역량입니다. 우리는 입시와 성취 중심이다 보니까 친구들과 함께 관계 맺는 기회가 적어서 사회적 역량을 키우기 어려운데 독일은 자생적인 스포츠 동호회, 그룹 미팅이 많아서 관계를 맺고 배려하는 마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마음 등을 충분히 경험합니다.

독일은 진로를 정할 때도 성취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성취가 떨어져 다른 진로로 가더라도 학생들이 행복하게 생활합니다. 교육 자체가 개인의 성취, 경쟁에 만 매달리지 않는데 이는 교육의 목표에서 공동체를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의식 속에 나의 노력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나의 성취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이번 연수 주제가기독교의 풍성함을 한국 교육에였는데 기독교가 어떻게 공교육에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독일 교육이 세속화되었다고 하지만 인권, 자유, 평등, 정의, 약자에 대한 돌봄, 공동체가 함께 발전해야 된다는 생각 등 교육법에 포함되어 있는 사상은 기독교적인 가치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곧 본질적인 내용과 가치 측면에서는 기독교적 가치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공교육 자체가 기독교와의 관련성보다는 국가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 교육이 종교와 상관없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독교계 학교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사립학교의 경우도 공교육에 포함되면서 국가 목표도 따라야 하고 설립 목적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학교 정체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교육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루터의 생각을 빌리자면 학교 제도와 구조를 기독교적 가치를 기준으로 살펴보고 현재 구조가 기독교적 가치와 충돌하는 것이 없는지 연구하고 함께 모여 대안을 찾는 활동은 중요하고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독교사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을 돌보는 중요한 책무, 학생의 영혼에 대한 염려, 학생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는 것 등 실제적인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루터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이 성육신 하신 것처럼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청소년의 입장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입시, 사교육 등 공부에 대한 중압감으로 힘들어 하는데 이들을 위해 기독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중에도 업무 관계로 많은 분들이 연구실에 오고 갔고, 책상 한가득 쌓여있는 연구 보고서와 논문에서 교육 문제를 고민하는 연구자의 수고가 느껴졌습니다. 교육개발원 직원들이 사랑의 기금을 만들어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를 오랫동안 돕고 있다는 것을 다른 직원과의 대화 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당일 저녁에도 지속적으로 도와온 아이들과, 아이들의 소원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 약속이 잡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교육통계를 담당하며 통계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와 방향을 담으려는 치열한 교육철학자의 모습으로, 한편에서는 독일에서의 경험을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고백하고 통일 이후의 사회 통합을 준비하는 통일 운동가의 모습으로, 또 한편에서는 한국 교육에서 정의와 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며 삶으로 실천하는 기독인의 모습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본부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이 시대 기독교사의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학교와 연구실, 삶의 공간을 다르지만 이 시대 든든한 동역자를 만난 기쁨이 충만한 하루였습니다.

  1. 자세한 내용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 [한국의 교육지표. 지수 개발 연구(1) : 교육정의지수 개발 연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