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삶의 진실과 본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캐서린 한 씽어 (Katherine Hahn Singer) 한국비폭력대화센터 대표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70년에 미국으로 이주하였으며, Singer 출판사를 운영했다. Small Claim Court (Santa Barbara, California)에서 중재자로 활동했고, 미국 CNVC (비폭력 대화) 이사이자 인증 지도자(Certified Trainer)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 NVC 센터 설립하여 비폭력 대화를 소개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인터뷰.임종화, 박숙영 / 사진.임종화
가을이 물씬 느껴지는 삼청동 길을 따라 캐서린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걷고 있다. 서울의 복잡한 빌딩 숲을 지나 들어선 삼청동 길의 고풍스런 건물들과 한적한 거리는 방문하는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편안하고 평화롭게 한다.
캐서린 선생님은 2003년, 한국에 비폭력 대화(NVC)를 처음 소개하신 분으로, 비폭력 대화 국제 인증자이시다. 선생님의 이름으로 인해 캐서린 선생님을 외국인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국인이시고 이대를 졸업하신 후 젊은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가셨다가 40년 후에 홀홀 단신으로 비폭력 대화 책 한 권을 들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셨다.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젊은 사람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면서 비폭력대화를 한국사회에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 오늘 그 분을 뵈러 이 길을 걷고 있다.
나날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이 비폭력대화(NVC)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캐서린 선생님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비폭력 대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해 제가 힘든 일이 있어서 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상담하신 분이 “당신은 문제 해결을 위해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해요. 마침 마셜 로젠버그가 주말에 이곳에서 워크숍을 개최하니 들어 보세요.”라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비폭력 대화를 만든 마셜 로젠버그가 20년 동안 1년에 두 번씩 제가 살고 있던 산타바바라에 와서 워크숍을 했거든요. 첫 시간에 마셜 로젠버그가 특별한 소개도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기타 반주를 하며 <There is a place>라는 노래를 하셨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냥 눈물이 나고 감동이 되었어요. 그래서‘여기에 무엇인가 있나 보다’해서 그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죠.
‘비폭력 대화’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사람에게는 자기 마음에 있는 진실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의 조화가 중요한데 마셜 로젠버그가 만든 비폭력 대화가 그것에 도움을 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주목받게 된 것 같아요. 우리는 자신이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는 대화를 배우며 자랐어요. 이해와 지원, 협조가 필요하고 그것 때문에 힘들 때 “나는 이해와 협조가 필요해요.”라고 진심을 말하기보다“당신은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등의 방식으로 표현하죠. 그러면 오히려 서로 상처받고 관계가 끊어지고 외로워져요. 이에 반해 비폭력 대화는 내 안의 진실을 솔직하게 말해서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데 도움이 되는 소통 방식이에요. 사람들이 자기 안의 진실을 말할 줄 몰라서 괴롭고 힘들 때‘저렇게 말하는 것 뒤에 무엇을 아쉬워하고 무엇이 힘들까’를 공감하며 들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비폭력 대화이지요.
선생님이 책 한 권만 들고 미국에서 돌아오셨다고 들었어요. 한국에 돌아오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외국에 오래 살다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항상 한국을 걱정하는 마음이 있어요. 언론을 통해 나쁜 소식을 접하면 걱정도 되고, 반대로 좋은 것이 있으면‘한국에도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한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요. 그런데 비폭력 대화를 배우니‘이것이 한국에 기여할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나누려고 돌아왔어요. 젊은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사회가 되는데 기여하고 싶었어요.
저도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한 두 학기 가르치고 돌아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비폭력 대화를 소개하니 반응이 너무 뜨겁고 감동적인 거예요. 그만큼 한국에 절박하고 필요한 분이 많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일하고, 책도 번역했어요. 마셜 로젠버그가 2004년에 한국에 오기도 했죠. 처음에는 카페에서도 만나고 제 하숙방이나 같이 공부하는 분 집에서 만나기도 하다가 같이 공부한 분들이 장소를 찾아 주셔서 2006년에 신촌에서 본격적인 센터가 시작되었죠.
외부 강의를 나가시면 강의료가 전액 센터에 기부가 된다고 들었어요.
센터 운영에 필요하기 때문에 기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 뿐 아니라 센터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다른 곳에서 받는 월급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면서도 비폭력 대화를 너무 사랑하셔서 일하고 계세요. 그 모습을 보면 지금도 감동이 돼요.
선생님의 성장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제 부모님은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이신데, 제가 한 살 때 남한으로 내려오셨어요. 내려오셔서 아버님이 보건사회부 노동국장으로 일을 하셨는데, 제가 다섯 살 때 6.25가 일어났지요. 그래서 부산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피난 생활 동안 어른들의 얼굴에 드리운 불안, 두려움을 보며 자랐어요. 낮에는 숨어있다가 밤에 피난 내려간 기억과 멀리서 들리는 포탄 소리가 지금도 생생해요. 그때의 기억이 저에게는 지금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요. 최근까지도 언론을 통해 전쟁 소식을 들으면 밤에 악몽을 꾸기도 했어요.
그때 깨달은 것이 전쟁이 없는 세상이 중요하다는 것과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어른들이 대화를 못하고, 탐욕과 갈등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것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면 아이들에게는 그 사건이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요. 그래서 그것을 치유(힐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제 또래들은 전쟁의 트라우마를 아직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해서 상처가 남아 있어요. 그런데 세상은 아이들의 상처를 깊이 생각하지 않아요. 비폭력 대화 센터에서 하는 SMILE KEEPERS(스마일 키퍼스) 프로그램도 유고슬라비아의 트레이너가 전쟁으로 인해 피해 당한 아이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마셜 로젠버그도 평생을 전쟁 없는 사회, 폭력 없는 미래를 위해서 애썼어요. 지금까지는 갈등을 힘, 곧 전쟁으로 해결했는데 이제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절박한 현실이 된 것이죠.
제 또래가 전쟁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한 영향이 아이를 기를 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부모 마음에 근본적인 불안과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에 아이를 키울 때 아이에게 더 집착하고 안전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세대가 불안과 두려움의 문제를 풀지 못하니 불안과 두려움을 대물림 있는 것이죠.
제가 아는 방법 중에서는 불안과 두려움을 대물림 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비폭력 대화라고 생각해요. 몇 년씩 심리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배워서 부모와 교사가 그때 그때 필요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비폭력 대화에 대해서‘처음에는 쉬워 보이는데, 배울수록 쉽지 않다’라고 하세요.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고요. 왜 어렵게 느껴질까요?
가슴에서 나오는 말을 하고 자기의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인간이 원래 관계를 맺는 방법이에요. 그런데 오랫동안 지배체제 틀 안에 살면서 우리는 지배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말을 배워왔어요. 이미 개인적으로 가정에서부터 지배적인 말을 배우기 시작했고, 서로 비난하고 비판하고 강요하고 경쟁시키는 말을 오랫동안 배우고 사용해서 이런 말들이 제2의 천성이 되어 버린 것이지, 원래 우리의 말은 아니에요.
그래서 비폭력 대화는 어릴 때 배울수록 빨리 배워요. 어린 경우 배우면, 이것이 원래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을 실생활에서 빨리 경험해요. 나이가 들수록 말의 패턴이 굳어져서 바꾸기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보다는 쉽게 된다고 생각해요. 비폭력 대화를 통해 서로 연결되었을 때의 신나고 보람 있는 경험을 하게 되면 계속 연습하게 되고, 계속 연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거죠.
비폭력 대화가 미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미국적 상황에 보다 적합하고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서는 적용에 어려운 면이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요.
마셜 로젠버그가 미국에서 처음 비폭력 대화를 시작할 때 흑백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어요. 마셜 로젠버그도 처음에는‘이 방식이 유럽에서 잘 될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유럽에 가서 적용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처럼 문화에 상관없이 비폭력 대화가 적용된다고 봐요. 문화마다 생각은 다르지만 가슴에서 나오는 느낌과 욕구는 공통적이거든요. 예를 들어 ‘사랑받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라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미 몇 년 전에 비폭력 대화가 60여 개 나라로 퍼졌고, 지금은 더 많이 확산됐을 거예요.
물론 문화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를 예로 들자면 한국은 남성 중심 체제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거기서 나온 언어, 복종을 강요하는 말투, 즉 “하라는 대로 해”, “시키는 대로 해” 등 명령을 하고, 거기에 순종을 강요하는 말투가 많이 배어 있어요. 말 자체에 서열이 들어가 있고요. 존댓말이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풍속이지만, 존댓말이 강요되었을 때 나이, 서열에 따라 인간관계의 틀을 규정하기 때문에 동등하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해요. 특히 여자분들이 ‘착한딸’, ‘착한아내’, ‘착한엄마’라는 틀 속에서 자기를 내려놓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좋은 여성상으로 사회화되어 있어요. 어머니라면 먼저 자기 돌보기를 통해 ‘내가 왜 불안한가’, ‘내가 왜 아이에게 강요하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해요.
또 한 가지 문제를 들자면 세상이 너무 바빠졌어요. 비폭력 대화를 배워도 너무 성급하게 적용하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센터에서도 어떤 일을 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하자고 말해요. 세상이 바쁜 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나라의 공통적인 문제 같아요.
일본의 예를 들자면 그 나라는 너무 배려하고 폐를 안 끼치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요. 그래서 자기의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짜리 비폭력 대화 워크숍을 하면 첫날엔 공손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지만, 둘째 날이 끝날 쯤 되면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삼일째 되면 자기의 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변해요. 일본 워크숍에 72살 된 어머니가 딸과 함께 왔는데 워크숍을 마치면서 ‘내 평생에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감동하며 딸에게 지속적으로 비폭력 대화를 배우도록 한 경우도 있어요.
이처럼 사람들 마음속에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어요. 남녀노소, 문화권, 나라를 초월하여 서로 진심을 말하고 싶고, 듣고 싶고, 연결되고 싶어해요. 연결을 그리워하고 동경하죠.
비폭력 대화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보람이 있었던 적은 많죠. 예를 들면 회사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니 비폭력 대화를 배우라고 해서 6주 과정 워크숍에 참여한 아빠가 있었어요. 그런데 첫날 한 시간을 배우고 집에 갔는데, 아들이 학교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아내 얼굴도 어둡고, 아이는 거실에 무릎을 꿇고 맞을 준비를 하고 있더래요. 아빠가 예전에는 문제가 있으면 아들을 혁대로 때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날은 비폭력 대화를 배웠기 때문에 아들에게 다가가“너 요새 학교에서 힘들어?”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더래요. 아빠에게서 이런 말을 오래 전부터 듣고 싶었던 것이죠. 그 아버지가 그 다음 교육 시간에 자기 아들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아들과 다른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을 때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최근에는 추석을 앞두고 공부 시간에 명절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추석을 맞이하자고 제안했는데, 시어머니, 맏며느리, 동서 입장이 되어 힘든 이야기를 다 꺼내서 이야기하니까 홀가분하고 행복하게 명절을 지냈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또 어떤 어머니가 말하길 자기 딸이‘비폭력 대화 언제 배우냐’고 물어보면서 빨리 배우고 오라고 한대요. 비폭력 대화로 말하는 엄마가 너무 좋은 거죠. 어떤 남자 분은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싶다고 왔는데 이유가‘아내가 비폭력 대화로 말을 하는 것이 너무 듣기 좋아서, 자기도 아내에게 그렇게 말해 주고 싶어서’왔다고 하더군요.
특별히 한국에서 최근 비폭력 대화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어요. 경제 성장 때문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을 쉽게 버려 버린 것이죠. 그 문제가 지금 나타나고 있어요. 높은 자살률과 이혼율이 그것을 보여줘요. 인간관계가 희생된 것이죠. 인간관계마저 돈으로 계산하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외롭고, 억울하고, 상처받고, 공허하고 힘들어해요. 물질주의에 휩쓸려 살면 마음이 공허해지고 삶이 천박해져요. 사람들은 경제와 물질의 풍요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그래서 진실된 것, 본질적인 것을 찾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나타나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아이들의 자살률이에요. 이런 가치관을 강요당하고 있는 아이들 입장에서 상황에서 나의 존재, 호기심, 진실 등을 버리고 얼마나 세상에 맞춰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질문에 “NO”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 사회에 울리는 경종이에요.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얼마나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그 가치를 찾아가는데 비폭력 대화가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사랑을 표현하고,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존경과 사랑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도움과 희망을 주는 도구라서 반응이 뜨거운 것 같아요. 인간관계뿐 아니라 환경 파괴, 빈부격차, 무기 경쟁 등을 생각하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도 예전 방식으로 유지 될 수 없어요. 결국 대안이 필요한데 대화, 소통, 공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그 중 하나의 방법인 비폭력 대화가 효과적이기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가정이 건강하지 않으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없어요. 그리고 건강한 가정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해요. 부부 간에 대화가 잘 되고 따뜻하게 연결이 되어 있으면 아이는 정서적 안정을 느끼며 저절로 잘 자라요. 그런데 요즘 우려되는 것은 가정이 엄마와 자녀 중심이라는 거예요. 가정에서 아버지가 부재하는 거죠. 그러면 엄마도 더 힘들어지고 가정이 건강할 수 없어요. 가정이 엄마, 아빠 곧 부부 중심으로 회복되어야 해요.
학교 현장이 많이 어렵습니다.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하고,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이 선생님 이름을 부르고 욕을 하는 일도 있습니다. 교사가 아이들을 평화적으로 교육하기 어려워 화가 나고,‘ 때려서라도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학교의 폭력적인 문화 가운데 교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요?
교사들이 먼저 연대해서 서로 위로하고 공감해 주셔야 해요. 지금은 교사에게 지원이 필요해요. 교사 스스로 화가 날 때 분노를 조절하고, 힘들 때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좋은데, 이것이 힘들다면 서로를 지원해 주어야 해요.
학교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데, 아이들이 힘든 것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예요. 결국 이 상황에서 교사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어떻게 편견 없이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과 거짓을 볼 수 있는 비판적인 능력을 갖게 해야 하는 것이죠. 아이들이 어려운 질문을 하거나 불만을 표시할 때 그것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은 장을 마련해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진리를 찾고, 자신을 이해하고, 인간관계, 사회와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 이해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어떻게 하면 질문하는 힘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해요. 지식을 넣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교육에서 선생님들이 제일 필요하고 중요해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교사 자신이 먼저 편견이 없어야 해요. 교사가 좌우로 편견이 심하면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멍에나 틀, 굴레를 아이들에게 넘겨줄 수 있어요. 아이들은 편견 없이 있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고, 스스로 진실을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아이들에게‘불만’은 중요해요. 삶의 생동감이 있는 아이들에게 불만은 따라와요. 살아있다는 증거지요. 이때 선생님이 학생의 불만을 어떻게 대해 줄 것인가가 중요해요. 그런데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질문을 두려워하고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그 많은 질문에 모두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들의 질문에 다 답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해요.
질문과 불만을 넘어 아이들이 욕도 하는데 욕은 자신의 표현이에요.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욕을 할 때 선생님에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가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고, 선생님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 상황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해요. 아이들이 선생님의 이름을 부를 때도 ‘선생님을 존중 안해서’가 아닐 수 있어요. ‘저 아이들이 나를 무시해’라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면 힘들어져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공감으로 듣고, 심한 말을 듣는 순간에도“뭐 섭섭한 거 있어?”라고 물을 수 있다면, 또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선생님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는구나”라는 신뢰가 생기면 그렇게 강하고 심한 말을 하지 않아요. 욕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힘든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그것밖에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비폭력 대화를 배우면 선생님이 힘들어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할 거예요.
이런 의미에서 비폭력 대화는 학교폭력 예방의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어요.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그 아이 마음에 뭔가 답답하고 속상하고 분노가 올라오는데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 주먹이 나가는 거예요. 법원에서 화해 권고를 하다보면 어떤 경우에는 2~3주 동안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은 아이와 가해 학생이 법원에 올 때가 있어요. 그럴 경우에도 가해 학생에게 제가 “그때 서로 이렇게 말했으면 어떠했을까?”라고 물으면, “그럼 안 때렸겠죠” 라고 대답해요. 곧 비폭력 대화를 통해 마음을 표현할 줄 알면 폭력이 예방된다는 거예요.
폭력이 일어났을 때 가해 학생에게 벌을 주고 전학을 보내는 것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아요. 많은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이기도 해서 징계를 받으면 억울해 하게 되고, 피해자는 여전히 보복을 두려워하는 상황이 이어지죠.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회복적 서클을 하면, 가해 학생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 학생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듣게 되고 자기 행동 결과에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돼요. 그리고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들었을 때 치유가 되고, 안정감이 생겨요.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걱정하고 도와주는 분위기가 되고 관계가 회복되면 학교가 건강해질 수 있어요. 아이들은 결국 재미있고 사이좋게 학교 다니고 싶어 하거든요.
비폭력 대화가 좋은 것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분들이 있어요. 현실적으로 학교는 너무 바쁘고 한번에 20~30명의 아이들을 가르쳐야 해요.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비폭력 대화를 모르는데 ‘비폭력 대화를 하면 무능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고, ‘일사분란하게 착착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 학교 구조에서 혼란으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큰 걸림돌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비폭력 대화의 정착이 가능할까요?
학교와 선생님들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에 공감해요.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해서 명령, 복종, 불안, 벌에 대한 두려움에 의존한 체제는 결과가 너무 위험해요. 이러한 체제는 아이들을 외롭고, 공허하고, 비겁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교사들도 너무 힘들어요.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교사 양성 과정에 비폭력 대화와 관련한 1년의 프로그램을 넣었으면 해요. 1년 과정에서 충분히 배우고 연습해야, 교사가 되어서도 처음의 열정과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어요. 지금처럼 몇 시간 배운 것으로는 힘들어요.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대들고, 날뛸 때도 교사가 중심을 잡으려면 많은 연습과 지원이 필요해요. 비폭력 대화를 배워서 지금과 다른 방식을 시도할 때 아이들은 교사를 테스트 하며 힘들게 해요. 아이들에게 ‘이것이 진짜일까’, ‘결국 우리를 조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있는 것이죠. 이렇게 교사를 테스트하고 욕을 할 때도 그 순간 “선생님이 진정으로 너희를 존중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봐 주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의 준비와 연습이 필요해요.
교사들이 이런 대화 기술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으면 교실의 분위기가 바뀔 것이고, 우선 교사들부터 훨씬 쉬워지실 것입니다. 결국 교육은 교사 한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아요. 교사가 제일 중요한 것이죠.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위대하세요. 부모들도 한두 명의 자녀를 감당하지 못하는데 그런 아이들 20~30명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고 존경해요.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세요.
정말 귀하고 힘든 일을 하시는데, 정신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단체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에요. 아이들이 사회의 기존 가치, 사회구조 등의 정당성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눈을 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삶의 진실과 신의 본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사랑 안에서 자유롭게 자라게 하는데 선생님들이 기여해 주시면 좋겠어요.
한국 비폭력 대화 센터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지금까지는 대중에게 비폭력 대화를 알리고, 강사를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었어요. 비폭력 대화는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하는데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의 문제를 다루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데 중점을 두어요. 개인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자신의 문제, 사람과의 관계의 문제에 집중하였는데, 이제는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중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요. 회복적 서클을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기업 문화를 바꾸는데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좀 더 배려하고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생동감 있는 사회가 되도록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캐서린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삼청동 길엔 햇볕 좋은 가을 기운이 가득해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학교의 모습과 달리 이곳은 시간이 멈춘 듯 절로 여유와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다. ‘경쟁’과 ‘효율’로 속도전을 내고 있는 학교의 모습을 떠올리니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속도만 늦추어도 좋겠는데….’하는 간절함도 다가온다.
폭풍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교사들에게 교사가 먼저 연대해서 서로 위로하고 공감해 주기를 요청하신 캐서린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교육은 교사 한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아요, 교사가 제일 중요해요.”비폭력 대화 책 한 권 들고 한국에 돌아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신 캐서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다시 희망을 갖는다. 교사 한 사람이 중요하다. 시작은 그렇게 작게 시작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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