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올레 피더슨(Ole Pedersen) 자유교원대학 학장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자유학교(1858년 설립된) 중 하나에서 13년간 교장으로 근무했다. 1997년부터 덴마크 자유교육협회(253개 회원 학교가 있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자유학교와 공립학교 관련 법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1년부터 자유교원대학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로는 <덴마크 자유학교의 배경과 유래 및 전개과정 - 자유학교와 국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가 있다(송순재 외,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덴마크 자유교육, 민들레, 2011 참조).
인터뷰 / 사진·이종철 외 북유럽 4기 교육탐방단
북유럽 교육 탐방을 떠나는 날 아침 임종화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리 탐방단의 덴마크 일정을 도와 주시는 자유교원대학 올레 피더슨(Ole Pedersen) 학장 인터뷰를 좋은교사 잡지에 싣고 싶은데, 이번 방문 때 인터뷰를 좀 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영어도 잘 못하고 잘할 자신도 없었지만 대표님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었다.
덴마크에서 만난 올레 피더슨 학장은 조금은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에 매우 빠른 걸음(?)을 가지신 분이셨다. 알고 보니 우리가 도착했을 때, 학교가 개학하고 너무 바쁜 일정이신데, 우리까지 챙기시느라 시간이 모자라고 매우 힘이 드셨던 것 같다. 그래서 표정은 무뚝뚝해 보이고, 걸음은 빠르셨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 같으면 아랫사람 시킬 수도 있는 일을 직접 다 손수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그래서 따로 인터뷰 일정을 부탁드리려 했으나, 워낙 바쁘셔서 올레 피더슨 씨의 두 차례 강의와 강의 후 탐방단의 질문 중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하기로 했다.
자유학교(free school)와 여기 자유교원대학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유학교(프리 스콜레)란 1~9학년 혹은 10학년 학생들을 위한 공립기초학교(폴케 스콜레)에 대응하는 학교 유형으로, 덴마크 시민사회의 풀뿌리운동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국가 공교육 체제(국가의 교육 독점)에 명백하게 반대하면서 등장했으나, 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는 자유학교가 하나의 학교 유형으로 잘 자리 잡았고, 공교육과 자유학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힘을 합쳐 정치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자유로운 형태의 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부모들이 모여 학교를 설립할 수 있고, 그 부모들의 대표 격인 학부모위원회가 교장을 뽑아, 교장이 학교를 운영합니다.
자유학교를 이야기할 때, 덴마크 교육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인 그룬투비와 콜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생동성과 자유, 자연스러움을 강조했고, 기계적 암기학습과 시험이 아닌, 이야기와 노래, 놀이를 중요한 교육 방법으로 제시했습니다. 전교생이 함께 모여서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침 조회(morning assembly)는 자유학교의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학교 문화입니다. 쌍방향 의사소통과 대화, 상호적 인간관계를 중시했고, 교사와 학생이 상호 배우고, 모든 학생들을 존중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자유학교의 자유에는 이념적 자유, 교육적 자유, 재정적 자유, 교사 임용의 자유, 학생 선발의 자유가 있습니다. 덴마크 교육법은 의무교육이지만, 의무취학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공교육에 보내고 싶지 않다면, 부모들이 모여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며, 홈스쿨링도 가능합니다.
자유교원대학은 교사 양성 및 재교육과 학문 연구를 병행하는 곳으로, 자유학교 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5년제 대학입니다. 매 학년 교육 실습이 있지만, 특히 3학년 때 1년간을 온전히 실습으로만 보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자유학교(프리 스콜레)뿐만 아니라, 대개 1년제로 운영되는 자아탐색을 위한 기숙형 중등학교(애프터 스콜레)와 민주사회 시민을 양성하는 단기 기숙학교인 시민대학(폴케회어 스콜레)의 교사들을 양성해 내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 일정 동안 둘러 본 다양한 자유학교들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교사들이 상호존중하며, 경청하여 의견을 말하고 듣고 하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아주 자유로워 보이던 아이들도, 교사가 입을 열면 모두가 교사를 주목하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적 상황에서는 교사의 권위가 많이 약화되면서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국의 교사들이 학생들과 상호존중과 경청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단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덴마크에 퍼져 있는 공유된 생각은 바로 자유와 평등입니다. 자유학교에서의 자유란 교사의 자유이기도 하지만, 학생의 자유이기도 합니다. 자유는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입니다. 동시에 평등도 중요한 가치인데, 이때 평등은 교사와 학생이 평등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실 교사와 학생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경험이나 지식이나 모든 면에서 학생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평등이란 모든 점에서 똑같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서로 평등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상호존중하고 경청해야 할 필요를 말합니다.
평등의 개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사회의 빈부 격차도 크지 않습니다. 상류층이나 부유층은 극소수일 뿐이고, 기본적인 덴마크 사람들은 모두 중산층입니다. 사회 전반에 평등 의식이 퍼져 있습니다. 평등하기 때문에, 서로 잘 듣고, 생각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생각 없이 주어진 과제에 답만 잘 내는 아이들을 오히려 문제가 있는 아이로 인식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가정이나 유아교육 기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부모나 유아교육기관 교사가 아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랍니다. 가정에서도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경청합니다. 가정에서 이런 문화가 만들어지니까 사회 전반에서도 그런 상황이 됩니다. 사회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집에서 배운 것, 학교에서 배운 것, 국가가 원하는 것이 하나가 되어 있습니다. 덴마크 교육은 이런 사회적 능력(social competency)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잘 키워주려고 노력합니다.
실제 자유학교에서 본 교사와 학생들의 교육적 관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참 자유로워 보였는데, 그렇게 자유분방 하다가도 교사가 입을 열면 모두가 조용해지면서 교사를 주목하는 것이 참 신기했다. 수업 시간에도 교사가 혼자 말하는 게 아니라, 학생과 상당한 상호작용을 하며 수업을 하는데, 그 모습이 소란스럽지 않고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 학생은 말하고 싶으면 손을 들고 있다가 교사가 기회를 주면 말할 기회를 얻어서 말했다. 우리 학교 현장에선 참 보기 어려운 광경이어서, 수업 후에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상호 존중” 때문이라고 했다.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고, 그렇기 때문에 학생도 교사를 존중하게 되는 거라고 말이다. 실제로 교사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까 교사들이 참 친절했다. “관계는 배움의 문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존중이 교사와 학생 간의 서로 듣고 말하는 경청의 관계를 만들어 낸 것 같았다.
저희가 본 자유학교의 교사, 학생들은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자유학교가 전체 학교의 15% 정도라고 들었는데, 이 좋은 교육의 전통이 150년 동안 이어졌다면, 왜 더 많은 학교들이 자유학교가 되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공교육도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식 교육은 공교육이든 자유학교든 추구하는 정신이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공립학교도 참 좋지만, 공립학교는 국가의 교육과정을 따라야 합니다. 자유학교에 비해 자율성이 덜합니다. 그리고 학생 수가 많지요. 내가 교장을 했던 자유학교는 전교생이 50명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 옆에 있던 공립학교는 전교생이 500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 자유학교는 바로 바꿀 수 있지만, 공교육은 “내년에 바꾸자”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스템의 유연성이 다른 거죠. 그래서 자율성을 더 좋아하는 선생님들은 공립학교보다 자유학교에서 교육하고 싶어 하십니다.
우리가 학교를 짧은 시간 보았기 때문에 좋은 점을 많이 보게 되었을 것이고,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교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유학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맞습니다. 물론 자유학교도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교가 겪고 있는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제 기능을 잘하는 가정들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가정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대의 삶을 살면서 생기는 여러 폐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ADHD 학생이 늘어나는 것도 그런 현실 중 하나입니다. 자유학교들이 그런 새로운 변화를 좇아가는 것이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을 잘 돕지 못한다는 한계를 느낍니다. 물론 공교육도 모든 아이들을 다 돕는 일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유학교가 아이 한 명 한 명을 다 잘 도우려고 애쓰고는 있습니다. 자유학교가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돕는 일에 애쓰고 있지만, 자유학교가 공립학교보다 정부 재정을 적게 받기 때문에, 한계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공립학교보다는 좀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제대로 잡으면 나머지 문제들은 해결되는 문제가 많습니다.
덴마크의 자유학교와 유사한 학교 유형이 한국에서는 대안학교라는 생각이 드는데, 덴마크 교육이 부러운 것은 자유학교가 공식 인가 학교로 인정을 받는다는 것,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 학교들을 지원하는 대학이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럽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지, 언제 이게 가능해졌는지 궁금합니다. 첫 자유학교 설립 운동, 자유학교 지원 교육법의 등장, 자유교원대학의 설립 시기가 각각 어떻게 되나요? 역사적 순서를 알고 싶습니다.
법은 1814년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올해가 이 법 제정 200주년 기념의 해네요. 부모가 자녀 교육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정신이 1814년에 처음 법으로 선포되었습니다. 이 법으로 집에서 부모가 자기 자녀를 교육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최초에 이 법은 사실상 부유한 상류층 부모를 위한 법에 가까웠습니다. 그 후 40년 후 1855년 교육법은 누구든지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부모들이 모여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재정적 지원은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자유학교 교사의 봉급은 매우 낮았습니다. 그래서 자유학교 교사는 너무 가난해서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어려웠고요. 자유학교에 대한 정부의 약간의 재정지원 보조금이 허용된 것은 1903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유학교 교사들이 공립학교 교사만큼 봉급을 받도록 법으로 보장한 것은 1969년입니다. 자유학교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1년에 학생 1인당 8천불이고, 자유학교는 부모로부터는 1년에 2천불을 받습니다. 1814년에 법이 처음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의 자유학교를 지원하는 법이 완성되기까지 150여 년의 역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1844년 그룬투비의 농민대학이 세워졌고, 1852년 콜의 자유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처음 자유학교 운동이 시작된 시기는 1855년 학교 설립 자유가 허용된 법보다 조금 이릅니다. 자유교원대학은 그로부터 약 100여 년 뒤인 194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덴마크 자유학교가 전체 학교의 15%에 이른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국가로부터 인정도 받고, 재정 지원도 받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번 탐방단에 기독교 대안학교 교사들도 몇 분 계셨는데, 한국의 대안학교들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너무 부럽고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공교육과 대안교육의 상생, 그리고 상호 대화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 덴마크 교육에서 배울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련법이 나온 후 150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한때는 덴마크 자유학교도 비인가였던 시절이 있었고,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서 교사가 박봉에 시달릴 때도 있었고, 지원하는 대학이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것이 한편 위로가 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소망이 생겼다. 우리나라의 기독교 대안교육도 오늘 한 알로 썩어지는 밀알의 삶을 사는 분들이 계시기에 언젠가 꽃피우는 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모두 기독교사입니다. 기독교사로서 덴마크 교육을 보면서, 교사들이 기독교적 가치를 가지고 교과를 어떻게 녹여내는지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덴마크가 루터교를 국교로 삼고 있고, 그래서 기독교적인 교육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실제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그리스도인이 매우 적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앙으로서의 기독교가 있다기보다는 문화로서의 기독교만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적다고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듯) 그렇지 않습니다. 덴마크는 루터교가 국교라서 태어나면서부터 기독교인이 됩니다. 교회 가고 안 가고 하는 문제를 떠나, 기독교는 하나의 사회적 문화입니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것입니다. 교회에 가서 목사님 말씀을 안 들어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 배우고,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에, 교회에 가지 않아도 성경의 이야기들을 다 압니다. 덴마크는 14세기 때 루터교의 영향을 받았고, 그 이후 많은 시간을 거쳐 왔습니다. 기독교는 문화가 되었고, 사회를 표현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교회를 가야만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왜 그렇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왜 그런지 저도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덴마크 사람들에게 “너 믿는 사람이야? 신앙인이야?”라고 물으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겠지만, “너 교회에서 세례 안 받고 싶어? 교회에서 결혼 안 하고 싶어? 교회에서 장례식 안하고 싶어?”라고 물으면, 80% 이상 세례도 받고, 교회에서 결혼도 하고, 장례식도 하고 싶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 지키고 싶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책을 보니까 1814년 덴마크 교육법에 따르면 공교육의 목적이 “모든 아이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교훈을 따르게 하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가 자유와 평등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래서 제가 만났던 한 학교 관계자에게 자유와 평등의 기초가 뭐냐고 물었더니 ‘민주주의’라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자유와 평등의 기초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기독교 신앙이라고 생각하고, 아마 그룬투비나 콜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분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 민주주의라고 말했을까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 두 가지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개념입니다. 민주주의가 기독교 가치로 향합니다. 민주주의가 좀 더 “어떻게(how)”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구조와 골격의 개념이라면, 기독교는 “왜(why)”라는 것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피더슨 학장을 비롯한 많은 북유럽인들이 생각하는 기독교와 우리 탐방단 기독교사들이 생각하는 기독교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있음을 느꼈다. 복음으로 시작한 일들이 복음은 사라지고, 예수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만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문제로 탐방단 교사들 간의 대화가 많이 이루어졌고, 결국 북유럽을 위한 기도회가 만들어져 밤마다 북유럽을 위해 같이 기도하고, 한국 기독교도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관념적으로 그리스도인이라 생각하면서 신앙의 형식(예배)은 살지만 기독교적 삶의 실천이 없는 사람”과 “형식적 신앙은 없지만, 기독교적인 삶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중 우리는 쉽게 신앙의 형식을 가진 사람만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은 없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들이 가진 복음이 불완전해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복음도 불완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복음 대신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것도 문제지만, 복음은 있노라 하면서 민주적 삶은 없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교사운동도 그 사역의 방향이 자칫 ‘좋은 교사’만 남고 ‘기독교사’는 약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논의도 있었다. 학원 복음화 사역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이 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하나님이 전도할 문을 우리에게 열어주사 그리스도의 비밀을 말하게 하시기를 구하라 (골로새서 4:3)”라고 했던 사도 바울의 고백을 기독교사들이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같이 나누었다.
자유교육이 우리에게 매우 인상적이지만, 덴마크의 역사, 지리, 문화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우리의 교육 지형은 또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구 수나, 민주주의의 상황, 사회 복지 정도가 다 다르고, 그것이 교육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교육이 좋지만, 우리나라에서 똑같이 할 순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혹시 그동안에도 덴마크 교육을 벤치마킹하려는 여러 나라들의 시도들이 있었을 텐데, 혹시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자유교육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나라가 있습니까?
덴마크 자유교육의 정신을 적용한 수많은 학교들이 있습니다. 어떤 나라가 아니라, 어떤 학교들이 있습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은 전반적으로 비슷합니다. 노르웨이도 그렇고, 핀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핀란드도 덴마크로 자유교육을 보러 옵니다. 핀란드와 한국은 PISA 시험에서 1, 2위를 하는 나라들이지만, 핀란드도 한국과 비슷한 현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자살하는 아이들도 많은 것 같고요. 한국 교사들과 비슷한 질문들을 많이 합니다.
이전에 좋은교사에서 방문했던 선생님들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토양이 다르기 때문에, 덴마크 교육을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입니다. 한국의 시스템은 바꾸기 힘들다고 하시기에, 제가 “(한국의 시스템을 바꾸지 말고) 너의 학급에서 한번 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나요?” 하던 분이, 이후에 저에게 메일을 보내왔는데, 실제로 해 보고 놀라운 결실을 맺었다고 하면서, 아이들의 변화에 본인도 놀랐고, 자기 수업의 변화도 느꼈다고 했습니다. 교사가 변하면 아이들의 변화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점차 학교가 변하고, 문화가 변하고, 사회가 변할 것입니다.
북유럽 교육 탐방 기간 중 한 QT 잡지의 성경 본문은 노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하나님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상의 죄악된 모습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했던 노아는 세상에 대해 소망이 없고 무력감만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 외로운 시기를 견뎌나갔을까 하는 묵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시키신 사명, 생명을 살리는 방주를 만드는 일이 그가 할 수 있었고,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그 사명이 그가 그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북유럽 교육, 특히 덴마크의 자유학교들을 돌아보며 우리는 노아와 같은 무력감을 느꼈다. 교육이 경쟁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 덴마크 교육은 적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너의 학급에서부터 시작하라”는 피더슨 학장님의 제안은 마치 “생명을 살리는 방주를 만들라”는 하나님의 제안처럼 들렸다. 다행히 우리는 노아보다 외롭지 않다. 북유럽 교육 탐방 4기 32명의 동역자들이 있기에, 그리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좋은교사 동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이 땅 교육 현장 여기저기서 방주 만드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려오는 듯하다. 그리고 하나님의 미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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