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현재에 충분히 머무는 것이 결국 변화의 힘이 됩니다
신을진 (숭실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전임교수, 서울대학교 교육상담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습상담 분야로 일하다가 최근에는 수업코칭에 관심을 갖고,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수업코칭 전문가로 출연하였고, 좋은교사 수업코칭 활동가과정, 연구가 과정을 인도하였다. 한국게슈탈트심리치료학회 교육이사로 있으며 게슈탈트를 수업코칭에 접목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좋은교사 전 대표이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로 있는 송인수 선생님이 남편이고 여명(고3), 민서(중2)와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 저서로는 <상담 및 심리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굿바이 사교육>, <학습상담>, <청소년상담학개론> 등이 있다.
인터뷰·이규철, 김효수 / 사진·이규철 / 글·김효수
수업성찰, 내면성찰, 알아차림, 수업친구 만들기 운동, 수업코칭, 수업나눔, 게슈탈트 치료적 접근…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를 중심으로 하는 수업운동에서 주로 언급되는 단어들이다. 신을진 교수님은 재작년부터 교사 중심으로 시작된 수업코칭연구소의 활동과 방향에 영향을 준 인물이다. 하루 종일 이어진 학습이론 특강에 많이 지쳤을 상황인데도 교수님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주셨다.
학습상담(상담심리)을 공부하셨는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요?
사실 학습문제 자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요, 제가 관심 있었던 것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이었어요. 제가 학습의 영역을 통해 청소년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석사 수료 후 ‘사랑의 전화’라는 곳에서 3년간 상담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난 뒤였어요. 그 당시 1996년쯤에는, 지금도 좀 그렇지만 상담이 심각한 문제 있는 사람만 받는 것이란 인식이 훨씬 더 많았어요. 그런데 학습 영역을 가지고 청소년을 만나면 의외로 쉽게 마음 문을 열었고 또 상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학습이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참 좋은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학습상담을 더 공부하게 되었지요.
학습부진아를 초점에 둔 연구를 하셨는데 그 이유는 어떤 것인가요?
저뿐만 아니라 학습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주로 학습부진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학습문제에는 학습부진말고도 학습 장애나 영재교육 등 여러 영역이 있는데요. 저는 일반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과 보다 가까운 학습부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학습부진이라고 하면 시험을 봐서 일정 점수 이하가 되는 학생들의 문제로 국한하기 쉬운데, 사실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많이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심리적 학습부진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극소수 상위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성적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등 우리가 흔히 상담 장면에서 다루는 문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오히려 청소년들 중 어떤 형태로든 학습문제를 경험하지 않는 청소년의 수가 훨씬 더 적을 것이란 생각을 해요.
좋은교사에서 학습부진아(배움 찬찬이)를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관심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난독증을 가진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와 같은 학습장애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접근뿐 아니라 제도적 접근도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은 특정한 기능상의 어려움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우니까 시험을 보거나 학습을 하는데 있어서도 제도적인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죠. 그렇게 하기 어려우니까 법도 필요하고 재정도 마련되어야 하는데요. 아직은 이 부분에서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어요.
학습심리, 학습상담을 한 학자였는데 최근에는 ‘EBS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수업코칭전문가로서 출연하였고, 수업코칭연구소의 활동가 과정, 연구가 과정을 인도하시면서 게슈탈트로 접근하셨습니다. 학습상담은 인지심리가 강한 영역인데 게슈탈트로 영역을 확장하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저는 정확히 말하면 학습심리가 아니라 학업상담을 전공하였어요. 학습심리가 이론적인 면이 강하다면, 학업상담은 보다 실제적인 면이 많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저에게 익숙한 방법만을 적용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어요. 특히 제가 취약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정서나 관계의 영역이었어요. 이 부분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만난 것이 게슈탈트 심리치료였지요. 물론 정서나 관계를 다루는 접근 방법으로 게슈탈트 치료만 있는 것은 아니고 많은 접근 방법들이 있지만 저에게는 특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이후에는 학습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정서를 다룰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게 되었고요. 실제 사례들을 보아도 정서 부분이 함께 다루어질 때 학습에 대한 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 시기가 큰 아이를 키우면서, 특히 큰 아이의 학습문제를 다루면서 저의 한계를 많이 느낀 시기이기도 했어요. 제 자신도 모르게 ‘나는 학업을 전공하는 엄마니까 아이를 학업에 성공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일종의 욕심이지요. 나의 욕심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훨씬 더 크게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것이 우리 아이가 뭘 원하는지 보지 못하게 했어요. 관계가 깨져 버리니 당연히 공부도 가르칠 수 없었어요. 엄마로서의 참담함, 그리고 전문가로서도 실패감이 찾아왔어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 했죠. 공부 이전에 아이를 만나는 것,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진실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다시 깨달았던 셈이에요. 남들에게는 늘 그렇게 이야기를 해왔으면서도 말이지요.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호되게 사춘기를 경험하는 동안, 저도 그에 못지않게 저의 삶의 방법이나 학업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작업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큰 아이가 고3이 되었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함께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서로 긴장이 없어요.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참 감사해요. 그 시간이 무의미한 시간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여하간 이렇게 학문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던 시기에 만난 게슈탈트적 접근 방법은 EBS의 ‘선생님이 달라졌어요’에서는 물론, 그 이후 여러 선생님들과 만나 수업에 대해 그리고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 중에서도 제가 게슈탈트 상담에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이 접근방법이 사람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매우 열려있는 접근이라는 것인데요. 이 접근방법을 활용하여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이 그런 경험을 하시는 것을 보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저 수업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로서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잠시 잊었던 열정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방법을 특정한 평가 기준이나 지침 때문에 미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기도 하죠. 이미 있지만 있는 것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심리적, 지적, 정서적 자원들을 다시 알아차리고 통합하고 마침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그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도 큰 즐거움입니다.
게슈탈트를 수업코칭 영역으로 적용한 최초의 학자입니다. 수업코칭 활동가, 연구가 과정에 이를 접목하면서 어떤 유의미한 지점이 있었습니까?
제가 최초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에게는 그 과정이 의미가 있었어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먼저 학습을 전공했고, 나중에 정서와 관계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는데요. 수업은 이 두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흐름이 가끔 부딪히기도 하고 어우러지기도 하는데 그것을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수업 나눔이고 수업코칭이라 생각해요. 이것을 나누기 위해 ‘수업에서 학습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과정을 교사가 어떻게 이끌고 있는가? 그렇게 수업을 이끌고 가는 교사의 생각과 정서는 어떤가? 학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하고 있는가?’등의 질문을 마음속으로 하면서 선생님의 수업을 관찰하고 또 이야기를 해요. 저는 수업을 끌어가는 교사를 사람으로 봅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요. 그래서 수업을 이야기하는 것과 선생님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그렇게 다른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수업의 흐름이 끊기는 그 순간에 선생님의 마음을 나눠보면 그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요. 그 순간은 선생님의 내면에 교수방법에 대한 고민, 교육철학에 대한 고민, 자신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는 시간이니까요. 이 시간을 그냥 지나가버리도록 놔두지 않고 다시 머물면서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선택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게슈탈트에서 이야기하는 변화의 핵심 원리 즉, 지금-현재에 충분히 머물도록 하는 것이 결국 변화의 힘이 된다고 하는 견해가 수업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장면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교사는 전문가이고 성인인데 억지로 틀을 주면서 거기에 맞춰 변화하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접근 방법이라 생각해요. 수업을 하기 위해 계획안을 짤 수는 있지만 그대로 잘 흘러가지 않잖아요. 실제 수업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수업을 바꾸기 위한 방법도 정해진 틀을 짜서 넣는 방식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방법이어야 한다고 봐요.
지난 2년간 제가 수업코칭연구소 선생님들과 함께 하면서 이를 더 확신할 수 있었어요. 제가 구도를 잡아드리긴 했지만 나중에는 수업코칭연구소 선생님들이 스스로 자신을 만나고 또 변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더욱 의도적인 변화, 틀에 집어넣는 변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한 변화가 수업에서, 수업 나눔에서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 순간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물론 수업코칭연구소 선생님들도 처음부터 저와 관점을 같이 해주셨던 것은 아니었지요. 첫해에 만났을 때는 ‘수업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왜 감정을 이야기 하는가?’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도 많았죠. 그리고 그 이야기가 틀린 것도 아니라 생각했어요. 관점의 차이니까요. 사실, 이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저의 주장이긴 하지만, 그것이 너무 어렵거나 실용성에 의문이 든다면 당연히 다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일 년이 지난 그 다음해, 그러니까 연구가 과정을 시작할 때쯤에는 함께 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은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어요. 무엇보다 나눔을 통해 서로를 세워줄 수 있었고,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학교생활에서 보다 힘을 얻는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나중에는 오히려 제가 이 모임을 통해 힘을 많이 얻었습니다.
이제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좋은교사 회원에게는 전 대표인 송인수 선생님의 아내로 알려져 있습니다. 송인수 선생님과의 만남과 결혼 생활에 대해 나눠주신다면?
남편이 교회 선배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봤는데, 그 선배가 사례로 뭘 해줄까라고 물어봤을 때, 자신에게도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네요. 그때 저는 여러 명의 신부측 축가단원 중 한 명이었는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그 선배가 우리 둘을 연결시켜 주어서 교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끌렸던 점은 교직에 대한 열정이었어요. 당시 교직 초기였는데,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반짝했어요. 마치 학생들과 연애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좋았어요. 저는 지금도 좀 그렇지만 당시는 더 내향적이고 우울한 면도 많았는데 저랑 다른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더 끌렸던 것 같아요.
남편은 바깥에서 일할 때 간사님과 선생님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이라 들었는데요. 집에서는 저를 이해해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도 워낙 자기 생각이 뚜렷한 사람이라… 그리고 저는 저대로 또 고집이 센 편이어서 생각을 맞추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어요. 지금 결혼 21년째인데요. 한 7년 정도는 서로 맞추기 위해 정말 많이도 토닥거려야 했어요. 남편도 힘들었는지 농담반 진담반으로 상담하는 아내와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며, 다니던 교회에 상담 전공 아내를 둔 남편 분들이 몇 분 있었는데 ‘상담 전공 마누라를 둔 남편들의 모임’을 만들기라도 해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토닥거린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남편에게는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생겼거든요. 남편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둘 다 이해를 해야 행동을 하는 성격이어서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어린 시절 이야기, 사춘기 이야기 그리고 자신만의 고민들을 주섬주섬 많이도 이야기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얼떨결에 서로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아져서, 저는 가끔 남편을 저의 상담자라고 불러요.
남편이 좋은교사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기 위해 퇴직을 결정하는 과정은 남편에게도 그랬겠지만 저에게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왜냐하면 사춘기 때 아버지가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시고 그 이후 오랫동안 생활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마치 남편의 퇴직 결정이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선택을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많은 분들이 후원을 약속해 주셨는데도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많이 구했던 시간이었는데요. 지금은 그 인도하심이 감사해요.
교수님의 인생 후반전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제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인생 전반전은 주로 청소년 학업상담 쪽으로 많이 살아왔어요. 그런데 가능하기만 하다면 인생 후반전은 교사들을 돕는 수업코칭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많아요. 사실 학업의 영역은 제 것으로 체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영역이에요. 원래 학업 자체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고, 청소년들의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내는데 재미있는 주제라는 것 때문에 해왔던 영역이니까요. 그런데 수업코칭은 지난 시간동안 제가 해왔던 여러 고민의 영역들을 통합한 것 같아서 훨씬 마음이 많이 가요. 수업을 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씨실과 날실이 엮이며 만들어지는 한 편의 아름다운 작품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학습과 교사의 정서 그리고 학생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과정이 만나 녹아진 그런 어울림이 있는 장면이 수업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제가 정말 이 수업에 대해 충분히 나누고 함께 할 수 있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저에게 주어진 인생의 후반전을 다 걸어야하는 과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선생님 한 분이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은 엄청나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해도 그 이상으로 의미 있는 시간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가 ‘수업코칭을 잘 할 수 있으니까 한다’는 생각보다 ‘부족하지만 의미 있는 만남을 하고 그 변화의 지점을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저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아직도 학업 영역에서 더 많지만, 점점 수업코칭 혹은 수업 나눔이 제 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기도 해요.
교수님은 2년 간 함께 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기 때문에 좀 긴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불안정한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 청소년 상담으로 학업의 영역을 택하면서도 체화되지 못했던 시절, 큰 아이와의 갈등, 남편 송인수 선생님과의 가정생활 이야기, 수업코칭연구소 활동가, 연구가 과정을 인도하면서 느끼는 속마음 등을 솔직하게 풀어주셨다. 상담인도자, 교수보다 인간 신을진의 모습이 다가왔다. 사회운동가의 아내로, 한 가정의 엄마로, 상담 분야의 전문가로서 의미 있게 살려고 고민하는 모습에서 이 시대 나의 소명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학문적 관심을 넘어서 이 시대 교사들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머무르고 싶어 하는 교수님의 진정성을 느끼며 소중한 동역자를 만난 기쁨이 충만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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