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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수학, 널 사랑하게 됐어


행복 수업 초등 이야기
수학, 널 사랑하게 됐어

이화남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모임 사무국)


수학을 만나는 기쁨

 수학 과제 공책, 수학 일기, 수학 사교육 정면 승부 5부작(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박사가 사랑한 수식》(오가와 요코, 이레). 요즘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단어들이다. 수학 만나는 일을 기뻐하게 된 나의 이런 변화가 신기하다.

 고등학교 시절,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었던 수학.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기말 고사 평균 점수가 나오면 여지없이 다른 반과 평균 5점은 낮게 나와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던 골치 덩어리 수학 ! 그런 내가 작년부터 수학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20대 후반에 회심한 사건 이후 가장 놀라운 일이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이 수학과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 이런 나의 변화가 기쁘고 좋기만 하다.

 나에게 이런 변화가 찾아온 것은, 작년에 ‘행복한수업만들기’ 6학년 모임에 나간 후부터다. 국어, 사회, 수학을 중심으로 대단원 재구성을 하는 선생님들을 보며 창조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들을 보았다. 그들을 보며 나의 약점인 수학에 드디어 애정을 갖기 시작하였다.

 수학이라는 학문에 담겨 있는 창조의 원리는 무엇일까?, 수학은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떠한 도움을 주는 것일까?, 수학을 배우면서 아이들은 어떠한 가치를 배우게 되는 것일까? 등의 질문들이 그제야 내 안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주당 4시간으로 주어진 시간을 목적과 계획 없이 가르쳤다면, 이제는 수학이 창조 세계를 표현하고 이해하는 학문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원의 넓이와 하나님

 작년에 6학년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원의 넓이를 배우는 단원에서 원의 지름과 원의 둘레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했다.

 원주율 = 3.14159265358979323846… 소수점 아래 어느 자리에서도 끝나지 않고, 순환하지도 않으면서 무한히 계속되는 이 원주율 ! 지름과 원주와의 관계에 원주율이라는 무리수가 개입되어야만 원을 수학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신비하게 다가왔다. 하나님 외에 그 누구도 끝을 알 수 없는 법칙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런 생각을 하며 원을 보니 원이 정말로 완벽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 원을 하나님 외에는 그 누구도 창조할 수 없다는 신비와 경이로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높이고 나를 낮추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감격과 흥분을 아이들에게 전할 수만 있다면 ! ‘원주 = 지름 × 원주율’이라는 공식이 갖고 있는 거대한 의미를 아이들이 깨달을 수만 있다면 ! 묵상의 끝에 내 가슴에 찾아온 감격은 내일 있을 수업에 대한 소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짧은 수업 시간에 이 감격을 다 가르치기는 어려웠다. 행복한 수업 만들기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자와 컴퍼스만을 가지고 원의 넓이를 구하려 했던 고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이들은 원에 대해 색다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져온 파이(π)를 먹으며 원의 넓이를 조금 더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배웠다. 수학 수업을 보다 의미 있게 채우려는 나의 시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수학을 느껴 봐

 그래서 올해에는 아이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원리를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 수학 과제 공책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수학 시간에 배운 원리를 집에 가서 수학 과제 공책에 자신의 말로 설명한다. 그러면 나는 이 공책을 일주일에 한 번씩 검사를 하고 댓글을 써 준다.  

 민석이 수학 과제 공책의 특징은 매번 두 명의 졸라맨을 등장시켜 둘의 대화로 수학 공부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분자만 빼면 돼”, “휴~ 너무 어려워” 등의 대화로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다.

 세빈이는 풀이 과정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세빈이의 공책을 보면 수학 달인의 공책을 보는 것 같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스스로 자신만의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해 줄만하다.

 우리 반은 이런 방식으로 딱딱한 수학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움직이는 공부로 만들어 가고 있다. 더불어 수학 과제 공책에서는 아이들의 성격도 드러나고 논리와 창의성이 숨 쉬는 것도 볼 수 있다.


수학, 널 사랑할 거야

 PISA와 TIMSS 등의 국제 수학 시험에서 2, 3위를 하지만 수학 시험의 정의적 영역 평가에서는 43위를 하는 우리나라의 수학 영재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영재들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수학을 절대로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대회에 나가는 수학 영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고 학창 시절의 나도 그랬다.

 나의 소망은 아이들이 공부를 즐거워하고 과목 하나하나의 특성을 좋아하고 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의 과정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풍성하게 되어 우리 모두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게 되는 것이 나의 가르침의 목표다. 아마도 그 첫발은 교사인 우리가 가르침을 기뻐하고 교과목을 좋아하는 것이리라. 바야흐로 나는 수학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려 보고, 이상을 꿈꾸고 논리를 익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