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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우리가 가진 결핍

홍인기의 교육 정책 뒷담화 9

우리가 가진 결핍

  

결핍은 나의 힘

이상한 일이다. 세상에 어떤 일이 안되는 이유는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일이 되는 이유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우리는 결핍(缺乏)을 늘 피하고 싶어 하지만 엄청난 크기의 결핍은 갈망을 만들어 낸다. 이 시대가 그렇다. 이 시대의 결핍은 공정성, 약자에 대한 배려, 사사롭지 않은 정치인,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좋은교사운동의 네 번에 걸친 연속 토론회는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꼈던 커다란 결핍에 대해 우리가 어떠한 답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응전(應戰)이었다. 결핍을 가능성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몸부림이었다. 우리의 몸부림이 절실해서였을까 역대 토론회 참여 인원을 매회 갱신하며 별도의 인원 동원 없이도 좁은 사무실을 꽉꽉 채웠다.

우리가 토론회에서 다루었던 회복적 생활 교육, 수업 속 나를 동료 교사와 함께 성찰하는 수업친구만들기 운동, 학습 부진 학생 지도의 새로운 대안, 학교 단위 혁신 운동의 성과와 과제 등에 대한 논의는 한때의 바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열린 교육은 한때의 바람으로 끝났다. 열린 교육은 결핍이 없는 운동의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좋은교사운동이 연속 토론회 주제로 잡았던 네 가지 교육 이슈 속에는 교육 현장의 수많은 결핍이 들어 있다. 생활 지도, 수업, 학습 부진아, 학교 변화. 이 주제들에 대해 교사들은 버거워 하고, 학부모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정부는 관심 없어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핍은 이 운동을 끝까지 살아남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운동이 현실로 구현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결핍이 이 시대 교육 가운데 학생들과 학부모의 가슴에 사무치게 남아 있는 아픔이기에 오히려 우리 운동은 살아남을 것이다.

 

호랑이가 된 사나이

오랜만에 퀴즈를 하나 낸다. 이 사람에 대한 힌트를 드릴 테니 한번 알아맞혀 보시기 바란다.

이 사람은 호랑이와 많이 닮았다. 이 사람은 경제를 공부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박세일 씨 밑에서 교육에 대한 논의를 열심히 하더니 비례 대표로 17대 국회 의원이 되었다. 교과부 상임위 야당 간사를 하면서 입법 활동을 꾀나 열심히 했다. 이 사람이 야당 시절 자신의 당이 정권을 획득하면 교과부를 없애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본인이 교과부 장관이 되고 나더니 가장 강력한 교과부를 만들었다. 교육감에게 주겠다던 여러 가지 힘을 오히려 다시 가져왔다. 한마디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가서 호랑이가 된 모양새다.

이 사람이 호랑이와 비슷한 점은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이 사람은 분명히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교과부 장관이 단명하는 것에 반해 이 사람은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교육 정책을 담당한 것으로 시작해서 청와대 수석, 실세 차관에서 장관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임기와 같이하면서 국가 교육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그림을 그려 국가 교육 정책을 큰 틀에서 바꾸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역사에 어떻게 이름이 남겨질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이 글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 머릿속에 이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동시에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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