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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국정 감사 진풍경 BEST 3


홍인기의 교육 정책 뒷담화 7

국정 감사 진풍경 BEST 3

 

  가을이 되면 학교에서는 국회 의원들이 요구하는 국정 감사 관련 각종 통계 자료 공문 요청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정작 국정 감사장의 풍경은 혼자 보기 아까울 지경이다. 선생님들은 국정 감사장에 갈 일이 없기에 그 풍경을 대신 알려 드리고자 한다.

 

국회 의원들이 잘 오지 않아요

국정 감사 기간 동안 의원들이 모이지 않아 시작 시간을 늦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석하는 국회 의원도 많지만 지각은 기본이다. 그리고 잠시 얼굴을 비추었다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학교 출석부로 치면 출석부 정리가 곤란할 정도다. 민주당의 경우 이번 국정 감사 기간 중 30분 이상 3번 이석하면 결석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으로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평가했다. 최근 바뀐 국회 의원 근태 감독 및 윤리 기준에는 상임위 및 본회 연 45일 이상 결석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상임위와 본회 활동이 일 년 내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결석을 많이 하기에 이런 규정까지 만들어 냈나 싶다.

 

국회 의원님들 너무 피곤하신가 봐요

국감장에는 의원들이 앉는 자리와 국감을 취재하기 위해 온 기자들을 위한 자리가 늘 마련된다. 국정 감사 기간 동안 늘 자리를 기키는 기자들에게 “기자들이 정말 취재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 물으면 “졸고 있는 국회 의원들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제 저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부분의 시간을 졸고 계시기 때문이다. 기자들에 따르면 졸던 국회 의원님들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시는 시간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이야기하는 시간에는 눈을 부릅뜨신다고 한다. 지역구에서 제기된 여러 민원들을 담당자들에게 부탁하는 일에만 졸음도 잊으시는 국회 의원님들. 칭찬을 해야 하는 건지….

 

국감이 파행되면 공무원은 행복해요

올해 교과위 국회는 나흘이나 파행되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역사 교과서 관련 논쟁을 하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국회 의원 하십시오”라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야당 의원들이 사과를 요구하면서 서울시교육청, 대전광역시교육청, 충청북도교육청, 충청남도교육청의 국감은 파행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국감은 파행되었지만 해당 교육청의 담당자 특히 국감의 주요 이슈가 되는 내용을 담당하던 장학사나 장학관은 기쁨을 감추기 위해 표정 관리에 애썼다고 한다. 국감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국회 의원들에게 고성을 듣는 것 외에도 국감 후 제출해야 할 각종 보고서로 인해 업무가 폭주할 텐데 파행으로 인해 무사히(?) 지나가게 된 것이다. 아직 국감이 진행이 되지 않은 교육청에서는 계속 파행이 이어지기를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국정 감사는 입법무가 행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는 국회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국감에서 국회 의원들이 성실하지 않거나, 국정 감사 일정이 파행으로 치닫는다면 해당 공무원에게는 기쁜 일일지 몰라도 국가적 차원에서는 크나큰 손실이다.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몇 년 치 통계를 만들어 기껏 보고했더니, 국감장에서는 정작 졸고나 있을 국회 의원님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 국회에서도 학교처럼 상벌점제를 실시해 일정 점수를 넘으면 대국민 봉사 활동을 시켜야 할 판이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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