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수업 만들기

인간의 문제? 기술의 문제?



지남철 위에서 함께하는 시사 수업
인간의 문제? 기술의 문제?


인간의 합리성과 기술에 대한 무한 신뢰

 사회학자 어거스트 콩트는 사회학을 하나의 체계적 학문으로 정립시킨 ‘사회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콩트는 자신이 정립시킨 학문의 이름을 처음에는 ‘사회 물리학(physique sociale)’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사회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자연 과학인 물리학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가설-검증이라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자연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학도 사회적 현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여 법칙을 발견하고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근대 사회에서는 낯선 사고방식이 아니었다.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 모두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무지몽매를 몰아내고 계몽을 통해 인류의 복리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사회 제도의 합리적 개편은 그 결과물들이었고 수많은 후진(後進) 출발국들의 목표이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인간은 이해되는 존재가 아니고 이해하는 주체로서만 인식되었다.

 하지만 서구 사회의 이러한 낙관적 태도는 두 차례의 비극적 세계 대전을 통해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근대 철학의 정점에 있었던 독일에서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하는 일이 일어났다. 끝없는 생산성을 확보해 줄 것 같던 기술의 발전이 탱크, 전투기, 자동화 무기 같은 살인 무기와 핵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만들어 냈다.

 서구 사회의 인간상은 이러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특성인 불완전성, 공포, 욕망, 불안 등도 인간을 이해하는 대단히 중요한 출발점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과 원전 기술자

 지진 피해에 의한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유출이 시작된 지 3개월이 넘었다. 초기의 공포에 비해 우리의 관심은 거의 무관심에 가깝게 식어 버렸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고 존재하는 사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여전히 방사능 유출은 현재 진행형이다. 토양 오염은 일본의 수도권까지 확산되었고 후쿠시마가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100년이 걸린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러한 방사능 유출의 우려에 대해 우리나라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본 원전은 40~50년 전의 것으로 우리나라 것과 다르다. 우리는 안전 기준이 많이 높아졌을 때 지어진 것이라 안전도가 높다.”

 즉 설계 구조나 안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근대적 사고방식의 전형이다. 이러한 인식은 기술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1급 배관 기능사로 일하다가 반핵 운동가로 변신한 히라이 노리오 씨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그는 원자력 발전소가 근본적으로 안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우선 아무리 설계가 우수해도 시공 건설을 설계자가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공 건설자가 설계대로 하는지, 혹은 현장에서 시공 건설자의 지시대로 제대로 작업을 하는지를 정확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양심의 문제이며 인간의 문제이다. 또 검사라고 하는 것도 피폭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검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며 결국 서류를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검사하는 사람도 한 인간으로서 공포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인간의 문제다. 또한 근본적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기술자는 후계자를 양성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피폭 문제 때문인데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어서 의사소통이 어렵고 또 어느 정도 기술이 익숙해지면 1년 피폭량을 초과하기 때문에 더 이상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결국 내부 통제는 미숙련 기술자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매뉴얼을 잘 만들어도 숙련된 사람과 숙련되지 않은 사람의 위기 대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결국 이것도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일본 원전의 방사능 유출과 관련하여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자신들의 원전은 안전하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으며 프랑스나 영국 같은 국가는 오히려 원전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독일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독일 정부는 독일 내 17개의 원전 가운데 8기의 가동을 당장 중단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폐쇄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전력 부족을 대비해 대체 에너지의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며 화력 발전의 확대와 에너지 수요 축소, 송전망 개선 방안 등도 발표하였다. 이것은 원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솔직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도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확률은 매우 낮을지 모른다. 좋은 설계와 좋은 감시 제도는 이 확률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불완전한’ 인간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이를 확인하였고 그것이 갖는 회복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결과를 목도하였다. 아마도 원전이 감소되거나 폐쇄되면 전기료도 비싸지게 되고 지금과 같은 풍요로운 삶의 감소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자동차의 편리함을 포기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일 수 있는 우리라면 건강한 지구와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이 정도는 감내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문제

1.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줄여 나갔을 때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해 학생들과 같이 나누어 봅시다. (전기료의 증가, 전기료 증가에 의한 각종 문제들)


2. 원자력 발전소의 잠재적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원자력 발전소 폐쇄에 따른 문제점과 비교해 보도록 합시다.


 3. 〈트루먼 쇼〉의 마지막 장면(트루먼이 탈출 후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여 주고 친환경적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좋은 영화 

* 《인간의 문제》 (마르틴 부버, 길)

* 영화 〈클라우드〉(감독 그레고르 슈니츨러)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평화로운 독일 마을에 원전 폭발과 방사능 유출이라는 대재앙이 닥친다. 방사능 비가 내리기 전에 도시를 탈출하려는 일대 혼란 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하던 한나와 엘마는 대재앙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다. 원전 폭발이라는 재앙을 통해 인간됨과 삶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