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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재스민 회원과 재스민 혁명


 

지남철 위에서 함께하는 시사 수업

재스민 회원과 재스민 혁명

 

이 봉 수

 

블랙 재스민?


 

며칠 전 아내로부터 ‘블랙 재스민’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생경한 말이라 재스민 꽃의 한 종류냐고 물어보았더니 한 유명 백화점의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회원의 명칭이라고 하였다. VVIP 회원이란 전체 고객 중 1~5%의 비율을 차지하는 특정 고객을 말한다. 이들의 구매로 인한 매출액 비율이 전체 매출액의 15~25%정도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에서는 최상류층 고객만을 겨냥한 명품관 및 특별 룸 운영, 전용 쇼핑 도우미 제도 활용, 유명 골프 선수와의 라운딩 기회 제공, 해외여행 특전 제도, 고객 방문을 통한 맞춤 옷 서비스 등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 재스민의 꽃말은

 

‘나는 너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백화점에서의 재스민은 모든 사람들의 것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재스민 혁명의 물결


한편 지구촌 아프리카 지역에서 알려 오는 또 다른 낯선 재스민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재스민 혁명’이다. 재스민 혁명은 북아프리카의 독재 공화국 튀니지에서 일어난 혁명을 말한다. 이슬람 국가인 튀니지에서 과일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시디 부 지드에서부터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대의 압력으로 24년간 장기 집권해 온 벤 알리가 해외로 도피하고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재스민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튀니지의 국화가 재스민이고 시위대가 재스민 꽃을 들고 시위를 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주목받는 이유는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방의 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중동 지방들은 근세까지 오스만투르크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던 지역이다. 서양의 제국주의에 의해 오스만투르크가 해체된 이후 이 지역은 서구 열강에 의해 자원이 침탈당했던 역사와 이슬람교라는 문화 종교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개별 국가로 존재하지만 이런 공유와 연대 의식이 한 나라의 혁명이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가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정치 경제적 상황의 유사성 때문에 이들 나라들의 혁명은 진행 중이다. 이들 나라 모두 장기간의 독재에 따른 자유의 억압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재스민 혁명이 진행 중인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의 지도자들은 모두 민주주의와 언론을 탄압하고 부정부패를 통해 자신과 가족들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장기 독재가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암묵적 용인이 큰 작용을 하였다. 왜냐하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아랍권이 지배당하여 석유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갖게 될 서방 국가들은 근본주의자들을 탄압하는 정권이나 친미적인 정권을 지지하였고 이들 독재 정권 또한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였던 것이다.

재스민 혁명이 확산되는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적 빈곤 때문이다. 전 세계의 경제 위기는 수많은 나라들을 곤란하게 하였지만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더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이들 나라 모두 소득 양극화 구조가 악화, 지속되는 가운데 고물가와 식료품 부족이 심각하다. 또한 실업률은 40%에 달한다. 이집트의 경우 그들의 주식인 아이쉬(생명이란 뜻의 이집트의 빵 이름)의 부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실업과 빈곤으로 희망을 잃은 많은 사람, 특히 인터넷과  SNS로 소통 가능한 많은 젊은이들이 이 혁명의 대열에 동참하였다. 현재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자들이 쫓겨났고 수천 명의 동포를 죽인 악명 높은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도 이 글이 읽힐 즈음에는 그 권좌에서 물러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들 혁명을 보면 국가 공동체가 유지되는데 있어서 경제적 문제가 상당히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자유가 혁명이 추구하는 목표라면 그 시발점은 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혁명의 확산을 막아 보고자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부자 산유국들은 즉각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빈민 대책을 내놓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정치 경제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자유의 문제도 빵의 문제도 우리 사회에서는 더 이상 문제가 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재스민 혁명이 주는 교훈은 공동체의 균열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자유의 후퇴와 빵의 문제에 대해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의 심화는 이런 의미에서 아주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재스민 회원으로 상징되는 빈부 격차의 심화가 재스민 혁명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국가는 신자유주의 경쟁의 논리를 넘어서는 공동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문제

1. 빈부 격차는 당연한 것일까요? 노력에 의한 경우와 타고난 재능에 의한 경우 그리고 부모의 영향에 의한 경우를 나누어서 이야기해 봅시다.

2. 국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해 봅시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이슬람》 (이희수, 청아출판사), 《중동의 평화에 중동은 없다》 (노암 촘스키, 북폴리오)




* 알아 두자, 이 말 !

1.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지역들을 보면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소식이 전해지고 집회 소식이 알려졌다.


2. 아랍 민족주의

 아랍인들이 단일한 정치적 공동체 혹은 국가를 구성하고, 하나의 정부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아랍인'이란 아랍 지도자 회의의 결정에 의하면 '아랍 국가에 살고, 아랍어를 사용하며, 아랍의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아랍인이라 여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아랍 민족주의는 아랍인의 통합을 주창한다는 점에서 범아랍주의(Pan-Arabism)와 관련되어 있으나, 아랍 민족의 통합뿐만 아니라 각각의 아랍 국가의 독립, 국민 통합, 중동에 대한 서구의 개입 차단 등에서 큰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아랍 세계의 통합을 주창하는 범아랍주의와는 다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