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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행복 수업 초등 이야기 : 기독교적 체육 수업?


행복 수업 초등 이야기
기독교적 체육 수업?

문 경 민 (행복한 수업 만들기 초등 모임 사무국장)


 2011년. 어쩌다 보니 체육 전담 교사가 됐다. 행복한수업만들기 지인들에게 체육 전담을 한다고 하니 다들 박장대소부터 한다. 나의 이미지가 운동장에서 애들과 폴짝거리며 뛰어다니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어쩌다 그리됐느냐며 동정부터 하고, 체육 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못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 오는 이들도 있다.

 
체육 수업을 어떻게 할 거냐고?

 체육 수업도 기독교적 대단원 재구성으로 할 거라 했더니, 이번엔 더 의아한 눈빛으로 묻는다. 체육이랑 대단원 재구성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죠? 애들이랑 즐겁게 활동하면 되는 거 아닌가? 말은 안 해도 그네들의 눈빛 뒤로 이런 마음이 술술 읽힌다. 요즘 나의 체육 수업 풍경부터 묘사하는 것이 좋겠다.

1. 체육 공책과 클립보드를 들고 강당으로 모인다.

· 매 수업 시간마다 조금씩 공책 필기를 하기 때문이다.

2. 준비 운동을 한다.

· 활동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운동장 뛰기나 국민 체조 대신 간단하고 재미있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 아이들이 가끔씩 수신호에 따라 우렁찬 구령을 붙인다. 몸과 마음을 함께 키우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란 구호를 외친다.

3. 준비 운동이 끝나고 칠판 앞에 모인다.

· 칠판에는 필기해야 할 것들이 적혀 있다. 날짜, 대단원명, 마음, 개념, 활동 등의 단어가 보인다.

4. 학생들이 필기하며 교사의 설명을 듣는다.

·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그러면서도 학생들과 짧게나마 대화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 개념과 활동하면서 품어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설명을 듣고 활동 내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5. 다시 모여서 본격적인 활동으로 들어간다.

· 체육 교과서에 있는 활동도 활용하긴 하지만, 다른 참고 서적에서 가져온 체육 활동을 보다 많이 활용한다.
· 한 시간 안에 3개 정도의 활동을 한다.
· 하나의 활동이 끝나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갈 때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마음’과 ‘개념’을 반복하여 주지시킨다.  주지시키는 내용을 말 그대로 옮겨 오면 대략 다음과 같다.

 

“자, 여러분! 이번에는 ‘우주 비행선 꽈배기 체조1)’를 통해 여러분의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보는 겁니다. 유연성이 어떤 것이라고 했죠? 그래요. 유연성이란 몸의 근육과 관절을 여러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활동을 친구와 함께 완성하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죠? 옳지! 잘 기억하고 있군요. 서로를 배려하고 몸을 낮춰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활동을 최고의 것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마음을 품고 있어야 합니다. 혼자 뻗대고 있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어요. 자, 그러면 지금 나눠 주는 우주 비행선 꽈배기 체조에 대한 설명서를 짝끼리 보고, 설명서를 이해한 대로 한번 해 보세요. 쉽지 않을 겁니다. 설명하는 내용을 몸으로 만들어 내려면 상상력이 필요하거든요. 일단 한번 해 보세요. 시작!”


6. 교사가 시범을 보여 준다.

· 설명서만으로 아이들이 활동 내용을 구현해 내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러면 그때서야 비로소 교사의 시범이 들어간다.

7. 마지막 활동을 하고 나서 아이들을 소집한다.

· 아주 간단히 몸을 푼다.

8. 아이들이 클립보드와 공책을 가져와서 바닥에 앉아 간단히 몇 줄 글을 쓴다.

· 뭘 쓰고 있나 가까이 가서 보면 오늘 수업 후 느낀 점, 인상 깊었던 점을 간단히 쓰고 있다. 공책에는 교사가 찍어 준 상점 도장이 군데군데 박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체육 수업

 내가 생각하는 체육 수업을 그림으로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가치관(마음) : 협동, 의지, 책임감, 리더십, 돌봄과 배려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마음과 생각

* 개념 : 알아야 할 지식, 경기 규칙 등

* 훈련 : 반복되는 연습과 익숙한 질서, 꾸준히 연마한 기본 체력


 하나의 체육 활동을 최고의 것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위의 세 가지 요소가 수업 안에 녹아나야 한다. 이것들이 잘 어우러질 때, 우리는 최고의 체육 수업, 기독교적인 체육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수업 개념을 5, 6학년의 체육 수업에 적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구체적인 계획은 아래와 같다.


 〈 문경민의  5학년 1학기 체육 수업 주제 〉

학습 주제

스포츠 익히기

3월

체력 : 여러 가지 게임과 교과서 활동

 

4월

기록 도전 : 던지기, 뛰기, 넘기

* 플로어 볼

* 패드민턴

경기 규칙과 다양한 게임 방법을 익혀 즐기게 한다.

5월

게임 활동 : 야구

6월

보건과 안전 : 우리 몸의 성장

7월

춤 : 우리나라 민속춤


〈 문경민의 6학년 1학기 체육 수업 주제 〉

학습 주제

스포츠 익히기

3월

운동 체력 : 여러 가지 게임과 교과서 활동

 

4월

동작 도전 : 매트, 평균대, 뜀틀, 철봉

* 플로어 볼

* 패드민턴

 경기 규칙과 다양한 게임 방법을 익혀 즐기게 한다.

5월

게임 활동 : 배구

6월

보건과 안전 : 흡연, 음주

7월

춤 : 창작 무용, 꾸미기 체조

 2학기에는 1학기 활동을 보다 깊이 배우고, 스포츠 익히기로 T볼 야구와 크리켓을 집중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주께 하듯 하고

 “이 수업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가?”라는 질문을 떠올려 본다.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대단원 재구성의 틀을 사용하여 대단원을 재구성하였고, 지금도 이 지도에 따라 착실히 진행 중에 있다. 수업을 통해 몸과 마음의 회복, 몸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고 학생들이 수업을 즐거워하고 있다는 점과 교사인 내가 나름대로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 등은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라 생각한다.

 기독교적인 사회 수업, 기독교적인 국어 수업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기독교적인 밥 먹기와 기독교적인 설거지, 기독교적인 출퇴근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게 됐다. 이래저래 골똘히 생각하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 앞에서 생각을 멈추었다.

기독교적인 수업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수업에 옮겨 보면 볼수록, 내가 갖고 있던 기독교적인 수업의 고정된 형태는 사라지고 핵심적인 짧은 문장과 하나님의 임재하심에 대한 묵상과 기도, 실천의 수월함이 남게 되는 것 같다. 이것들은 결국 한 사람의 기독 교사인 내 안에서 융합하여 오늘과 내일의 나의 수업을 만들어 가게 되고, 그것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을 감당하게 되는 것 같다.

 행복한수업만들기를 시작한 지 4년째, 체육 수업을 하며 드는 생각이다.






문경민 

성남 상대원초등학교에서 기독교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 모임 사무국장를 맡고 있다.
《좋은교사》 지역 기자 양은영 선생님의 짝이다.
eduvision@empal.com





1) 우주 비행선 꽈배기 체조는 김양수 선생님이 쓴 《흥미 재미 의미가 넘치는 체육 시간 만들기 1권》에 등장하는 재미있는 체조입니다. <사진 출처> 이 책의 74쪽.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이 이와 같은 그림과 함께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