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수업 만들기

열혈 아줌마의 좌충우돌 수업 이야기 : 내가?


열혈 아줌마의 좌충우돌 수업 이야기
내가?

김 주 화


대체 무슨 이야기를…

 3년 만에 복직한 새 학교에서 보내는 3월. 행복한수업만들기 김태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저보고 《좋은교사》의 한 꼭지를 맡으라더군요. “에이, 내가 어떡해.” 하는 마음으로 웃어넘기고, 다른 이야기로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좋은교사》 편집장 한성준 선생님의 기고 승낙 감사 메일을 받았습니다. 메일을 받고 나니 이 분들의 추진력에 혀를 내두름과 동시에, 이것 참 큰일 났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이렇다 하게 나눌만한 게 제게는 없습니다. 해박한 교과 지식도 없고 깊이 있는 기독교적 관점을 갖추지도 못했습니다. 감동과 성장이 있는 좋은 수업의 예가 되기에는 한없이 부족합니다. 고민만 많고, 질문만 많지, 실제 수업은 거의 매일 실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대체, 이 귀한 공간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실패의 이야기입니다. 날마다 실패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수업 이야기밖에는 드릴 것이 없어요. 오늘도 저의 수업은 울다 웃다 실패를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독교적 수업?

 제가 수업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하게 된 계기는 2003년 1월에 있었던 드림교사연수 참여부터였습니다. 뭔가 유용한 수업 기법을 가르쳐 주는 연수겠지 싶어 찾아갔는데, 거기에서 ‘기독교적 수업’에 대해 듣게 되고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경적 관점에서 교과를 정의하고, 각 교과와 관련된 성경적 개념이나 원리들을 찾아내며, 수업 속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녹여내는 선생님들의 모습 속에서 저는 몹시 부끄러웠고, 그 분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는 제 수업이 재미있기를 바랐고,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운 수업이 될까 하는 고민을 해 본 적은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수업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하나님의 구속의 손길을 느끼게 할까는 고민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부끄러운 마음을 꼭꼭 담아 두었다가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자 그야말로 젊은 혈기 하나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도전, 하지만…

 ‘창조-타락-구속-회복’의 기독교 세계관을 지식의 영역 그 너머까지 실제로 적용해 보려고 교과서를 재구성하며 나름대로 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한문 교과서 1단원은 몇 개의 성어가 나열된 구성이었습니다. 한자의 음과 뜻을 설명하고, 성어의 뜻을 풀이하고, 유래를 설명한 뒤 언어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일반적인 수업의 요소를 갖추게 됩니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게 되었는데, 성어를 통해 현대 사회를 비추어 보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과정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고사성어 속의 일들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먼 옛날의 일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알고 현대 사회의 왜곡된 모습들을 짚어 보는 시간을 가진 것입니다.


 


♣ 교과서 다시 보기 - 현대 사회와 고사성어

어떻게 살 것인가?

“18일 오전 9시 55분께 대구시 중구 남일동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진천에서 안심 방향으로 가던 1079호 전동차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

(2003년 2월18일 오전 11:53 속보)

 얼마 전 우리 사회에 정말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국민 모두가 슬퍼했던 사고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에 살고 싶어 합니다. 다리가 무너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비행기가 폭발하고, 자동차가 충돌하고, 지하철마저 불에 타 버리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이제 우리가 배운 고사성어를 통하여 역사를 비추어 보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시 진단해 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봅시다.


[1] 현대 사회의 모습을 진단해 보자.

  1. 우리 사회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 봅시다.

  2.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옛 고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습을 비추어 봅시다. 
    옛 고사 속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또 그 같은 일이 현대에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나요?

   1) 쓸모없음 (현대 사회 속에 나타나는 ‘조장’, ‘기우’, ‘사족’의 모습을 조별로 토의, 발표)

   (1) 助長 :     

   (2) 杞憂 :

   (3) 蛇足 : 

                                                   

  2) 진실성의 결여 (현대 사회 속에 나타나는 ‘모순’, ‘사이비’의 모습을 조별로 토의, 발표)

   (1) 矛盾 :

   (2) 似而非 :


  3) 변화하지만, 병폐가 있음 (현대 사회 속에 나타나는 ‘묵수’, ‘등용문’의 모습을 조별로 토의, 발표)

   (1) 墨守 :

   (2) 登龍門 :


 [2] 그러면 우리는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해야 할까?

  1) ‘장자’의 생각을 들어 봅시다.

   ※ 胡蝶夢  : 

  장자에게 나와 나비의 구별은 무의미할 뿐이었습니다. 본디 아무런 구별도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의 눈에는 오직 몰아(沒我)의 경지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시공을 초월할 수 있었습니다. 속인은 꿈과 현실, 나와 나비를 구별하지만 참된 道를 터득하면 구별 없이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하게 된다고 합니다. 너무 초현실적이어서도 곤란하겠지만, 세속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닌 것 같기에 장자의 철학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공을 초월하고, 구별 없이 하나로 통할 수 있는 것을 장자는 道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道’라고 생각하나요?


  2) 紅一點을 적용해 볼까요?

   ․1차적 의미:

   ․2차적 의미:

   ․나만의 3차적 의미:


♣ 원래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에는 善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그 善한 세계를 파괴시킨 것은 무엇일까요? 정말 인간의 본성은 순자의 말처럼 惡한 것일까요? 이렇게 파괴된 善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삶의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음 시간에는 무엇이 ‘바람직한 삶’의 모습인지 공부하도록 합시다. 



 재미있는 수업이었습니다. 교과서에 별 연관성 없이 나열되어 있던 성어들이 현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과정에서 저도, 학생들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수업에 담긴 뼈아픈 실수를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왜곡된 사회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선택해야 할 바른 길을 찾는 과정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성어’ 자체에서 오는 풍성함을 놓쳐 버린 것입니다. 애초에 왜곡된 사회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으로 짠 텍스트가 아닌데, 그것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너무 그 쪽으로 몰아가다 보니 반쪽짜리 성어 공부를 시킨 셈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登龍門’은, 잉어가 용문에 올라 용이 된다는 뜻으로, 입신출세할 수 있는 관문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저는 이 성어를 통해 과열되어 있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학력에 의한 서열화 문제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성어 안에 함께 담겨 있는 용문이라는 지역적 특색을 살펴볼 기회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피나는 노력’에 의해 얻어지는 좋은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는 놓쳐 버리고 만 것입니다. 다른 성어도 마찬가지지요.


샬롬의 공간을 꿈꾸며

 수업을 통한 회복을 꿈꾸지만 여전히 저의 사고는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가르는 데 더 익숙합니다. 아우르고 통합하여 풍성함을 누리기에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의 수업은 아우르고 통합하여 화평케 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교실이 샬롬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안에서 누리는 풍성함은 견줄 수 없는 참된 기쁨이 되겠지요.

 2011년 5월, 저는 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아마도 계속 이렇게 헤매지 않을까 싶어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왜곡된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일 가운데, 그 중에서도 우리의 수업 가운데 샬롬의 은혜가 넘치기를 기도하고, 기대하며, 바라봅니다. 




김주화

한문 선생님임에도 기독국어교사 모임에서 기독교적 가르침을 연구했다. 2년 전부터 김혜진 선생님과 함께 행복한수업만들기 한문 모임을 이끌어 오고 있으며 올해는 대표로 이 모임을 섬기고 있다. 늘 발랄한 상상력으로 한문 수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다. ‘성경적 수행 평가 개발’이라는 주제로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드림교사연수원’이 주관하여 진행했던 연수로 《좋은교사》 홍보를 통해 참여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