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산책

홍인기의 교육 정책 뒷담화1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홍인기의 교육 정책 뒷담화1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교육 정책 일로 교과부를 상대하다 보면 교과부의 꼼수에 혀를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책 수립을 위한 대표적인 의견 수렴 과정이 공청회다. 이전 정부에서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공청회 개최를 힘으로 막곤 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힘으로 공청회를 막는 일은 없어졌다. 초대권을 발부해서 초대한 사람만 들어오게 했기 때문이다. 소통보다는 공청회를 했다는 절차적 당의성 확보에 급급한 모습이다. 초청 공청회는 차츰 사라졌지만 교과부는 다양한 꼼수를 동원해 사람들이 공청회에 많이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공청회 당일 알리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꼼수는 공청회 일정을 당일에 알려 주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 들어와 공청회 실시와 관련된 보도 자료는 개최 당일 오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오후 3시에 있을 공청회 보도 자료를 당일 오전 10시에 발표하는 식이다. 교사들에게 알리는 공문도 시도교육청에 전날 오후 늦게 발송한다. 이러면 공청회가 적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사히 열릴 수 있다.


공청회에 이상한 이름 달기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학교 문화 선진화 방안’이라는 정책 세미나가 2010년 12월 29일 한국교육개발원 주최로 개최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학술 세미나 같았지만 이 세미나는 2010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학생 인권 조례 제정과 관련된 교과부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한국교육개발원 회의실에서 세미나 형식으로 개최했다. 세미나 개최 보도 자료는 당일 오전에 한국교육개발원 명의로 발표되었기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로 2011년 2월 18일에 한국교육개발원이 주최한 ‘중·고등학교 학사 관리 선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있다. 이 토론회는 교과부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고등학교의 내신을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은 보안을 위해 토론자들에게도 발표문을 당일에 나누어 주었다. 공청회 감추기의 종결판이다.


정책 협의회 회의 자료 회수하기

이 정부에 들어와 새롭게 선보인 꼼수다. 정책을 발표하기 전 교과부는 주요 오피니언 그룹들과 정책 협의를 하는데 협의를 하기 위해 제공했던 문건을 회수하는 꼼수다. 이전 정부에서는 협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초안이 언론에 유출되어 여러 번 홍역을 치룬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정부에서는 정책 협의 시 나누어 주었던 모든 문건을 철저히 회수한다.


기자 회견을 할까? 정책 토론회를 할까?

교과부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올 정책에 대해서는 기자 회견 형태로 발표하기 보다는 토론회나 세미나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정책을 발표한다. 이 방법이 좋은 것은 일단 발표하고 여론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 제기의 여론이 일면 연구자 개인의 의견이지 교과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발을 뺄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간보기가 가능한 방법이다.

 

좋은 교육 정책을 내놓는 일이 어찌 쉬우랴. 쉽지 않기에 더 많은 사람들과 협의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그럴 생각이 없나 보다. 언제쯤 시원시원한 소통이 가능할 수 있을지…. 이런 꼼수들 없이.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