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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함께 기뻐하고 생명에 깃든 영혼을 보아야 합니다_김기석 목사

틈만 나면, 함께 기뻐하고
생명에 깃든 영혼을 보아야 합니다

김기석 목사 (2024기독교사대회 주강사)

 

인터뷰 한성준, 김영석/ 촬영 이정우 정원

 

반갑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참 어려운 시대에 교사로서 살아가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입니다. 저는 이제 40여 년간 목회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번에 저를 2024 기독교사대회에 초대해 주셔서 함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참 행복합니다.

 

2024년은 저에게 상당히 큰 변화가 있는 해입니다. 제가 목회자로 살아온 지 43년이 되었는데,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때가 2월 말이니까 한 달쯤 있으면 제가 은퇴를 합니다. 이후로는 저의 두 번째 커리어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겠는데, 앞으로 하나님이 저를 어디로 이끄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 속에 제 안에 설렘도 있고, 두려움도 있어요.

 

 

은퇴를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은퇴 이후 하시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제가 은퇴 이후에 뭔가를 능동적으로 하지 않겠나 하고 물어보세요. 하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다만 내게 요구되는 일이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응답은 해야겠다 마음먹고 있어요. 왜냐하면 말씀을 전하는 자로서의 소명을 받았으니 내게 요구되는 것을 할 수 있을 만큼은 끝까지 감당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조금 앞서갔던 사람으로서 지치고 힘든 후배 목회자들이 찾아오면 차 한잔 같이 나누고 산책도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도 끄덕이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자, 그런 게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친 선생님들도 시간이 되면 얼마든지 찾아오셔도 좋겠습니다. (웃음)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 매주 우리 사회와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 그리스도인으로서 마음으로 세상의 소식에 귀를 기울여야 할까요?

 

저는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하나님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것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이 우리 주변의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거든요그런데 오늘 우리 시대는 슬프게도 너무 많은 냉소와 조롱, 혐오와 비판의 말들이 넘치죠. 우리 세계가 이렇게 된 데에는 말을 다루는 사람들, 목회자나 학자, 법을 다루는 사람, 기자, 이런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나 목회자 모두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같은 꿈을 품고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어떤 문법과 논리에 따라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고고하게 나는 그냥 신앙적으로만 살 거야라고 하는 건 사실 불신앙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믿는다면 세상 도처에 하나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세상이 망가졌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이 본래 만들었던 질서가 훼손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치고 회복하는 것 또한 하나님의 뜻입니다. 망가진 세상과 무관하게 나 홀로 고고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목사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모두의 고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가정, 학교가 공통으로 해야 하는 일이 다음 세대를 건강하게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살벌한 경쟁의 시대가 되었고, 많은 사람이 경쟁이 당연한 질서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사람이 경쟁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데, 경쟁 그 자체가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경쟁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협동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남들과 경쟁해야 할 때도 있지만, 인간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내 욕망대로 살지 않는 데 있고, 나의 외부에 있는 타인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데 있습니다. 이런 인간다움을 키우는 게 신앙이고,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을 키우는 게 교육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닌 저 사람이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고, 그 소중한 존재를 위해서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경쟁에서 수월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비전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세상을 승자와 패자로만 나누기 때문에 자신도 승자 또는 패자가 되는 거예요.

패자 부활전이 없는 세상이라는 강박 관념이 부모들을 사로잡고 있고, 부모들의 이런 생각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사되어 아이들도 자기가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사태들이 일어납니다. 경쟁에서 지더라도 인생은 꽤 살만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은 사람들이 다른 삶을 상상하지 못하게 만들어요. 돈이 지배하는 세상 질서가 만든 단 하나의 삶의 방식,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 질서대로 살지 못하면 인생이 망가진 것처럼 생각하죠. 다른 삶의 방식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행복을 이루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즐거운 이이어야 하는데, 우리 교육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합니다. 오늘의 학교와 교육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나이를 이만큼 먹고 나니 나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점점 더 깨닫게 됩니다. 내가 오늘 이만큼 와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수고해줬기 때문이니까요. 교육이라는 말은 밖에서 뭔가를 집어넣는 게 아니라 인간 안에 있는 잠재된 가능성을 끄집어내 주는 것이고, 교사는 배우는 사람 안에 있는 가능성을 호명하여 세상 밖에서 실현하도록 돕는 존재입니다. 얼마나 귀한 존재입니까?

 

오늘날 선생님들을 향한 존경이 무너졌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존경할 대상이 사라지는 것처럼 인생이 빈곤해지는 때가 없거든요. 존경과 권위가 사라지고, 너나 나나 뭐 다 똑같다고 여기면 굉장히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삶이 굉장히 빈곤해진 거예요. 경외의 마음을 잃어버릴 때 인간의 삶의 자리는 시장바닥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오늘의 교육 현장이 그렇게 된 것 같아 안타깝고요. 정말 이 시대 선생님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누가 인정해주든 인정해주지 않든지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학생들 안에 있는 인간다운 능력을 호명해내고, 정말 어렵겠지만 학생들을 사랑으로 품어서 그들의 가능성이 발현되도록 도와주는 교사의 길을 걸어간다면 누가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2024 기독교사대회의 주강사로 말씀을 전해 주기로 하셨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해 주실 것인지 조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고,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여기에 대한 오해가 오늘의 한국교회를 만들어 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믿는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성령님이 어떤 분인지에 대한 이해가 바로 서면 우리가 가야 할 지점이 어딘지를 알게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과연 성경이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고 있는가, 하나님이 정말 기뻐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함께 점검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실은 예수가 가장 미워했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예수님은 나를 따르라고 하셨는데 십자가의 길이 어려우니까 예수님을 경배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예수를 본받는 삶은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믿는다고 하는 우리의 고백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메시지를 정리하지 못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선생님들은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는 분들이시니까 근본적인 문제와 고민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2024 기독교사대회 주제가 “틈만나면”입니다.  이 시대의 기독교사는 어떤 교사여야 할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평준화된 욕망의 길을 달려가느라고 애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누군가 한눈파는 사람들이 좀 생겨나면 쟤는 왜 저래?’ 그러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그 한눈을 파는 사람들을 통해서 세상에 좋은 것들이 유입됩니다.

 

나태주 시인님의 풀꽃이라고 다 알고 있는 시인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짧은 시가 우리 문명의 역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오래 보지도 않고, 자세히 보지도 않아요.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여백이 생기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한눈을 팔아야 사람이 여유가 생깁니다. 틈을 낸다는 것이, 세상이 우리를 몰아가고 있는 그 방향에서 숨 가쁘게 달리다가 이게 뭐지?’ 하고 잠시 멈춰서서 성찰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틈만나면이 대회의 주제라고 하셨는데, 틈을 만난다는 뜻도 있겠지만(틈 만나면), 우리는 틈만 나면 함께 행복하고, 틈만 나면 함께 기뻐하고, 틈만 나면 우리의 생명 속에 깃들어 있는 영혼을 보아야 합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런 마음들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학교 현장에서 애쓰고 계신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고 계십니다. 하지만 어렵다 어렵다 하면 더 어렵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은 어렵습니다. 내 인생은 참 편해,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어렵지 않으려고 하면 더 어려워요. 그 어려움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러나 나는 이 속에 꺾이지 않겠다.’ 이런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게 여기는 상이 하나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주신 상이에요. 선생님께서 우리반 학생들에게만 주신 상이었는데, 저 때는 80명이었습니다. 80명의 아이들에게 붓글씨로 상장을 다 써서 주셨어요. 저한테 주신 상은 감투상(敢鬪賞)이었습니다. 저에게 투쟁하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거죠. 요즘은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고도 하더군요.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감당하겠다!’ 그런 마음 가지고 씩씩하게 잘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더디더라도 반드시 선생님이 낸 그 용기의 결실이 있을 것입니다. 기대를 품고 이 삶을 함께 감당하시죠. 하나님께서 선생님과 함께하고 계시고, 이렇게 공동체도 있지 않습니까? 저도 선생님들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기석 목사 ㅣ 2024 기독교사대회 주강사.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이 땅의 평화에 기여하는 말씀을 전하고자 애쓰고 있다. 특별한 빛을 보내오는 사람들, 당신의 친구는 안녕한가, 말씀 등불 밝히고, 씨 뿌리는 자외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올해 4월 섬기던 청파교회에서 은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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