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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먹여 살리는 당신

"회비는 계속 낼 테니, 잡지는 보내지 마세요." 회원 한 분이 전화하셔서, 너무 바빠서 잡지를 안 읽고 쌓아 두게만 된다며, 낭비인 것 같아 잡지를 안 받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잡지를 만드는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요. 아무리 안 읽은 잡지가 쌓여 간대도, 아예 잡지 받기를 포기하신다는 것은 그만큼 잡지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회비를 내시겠다는 것은 좋은교사운동에 뜻을 함께하고 계속 힘을 실어 주고 싶다는 말씀이기에 얼른 사사로운 섭섭함을 접었어요.

또 다른 한 분은 제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셨어요. 요지는 좋은교사운동을 탈퇴하신다는 것이었지요. 탈퇴의 이유를 자세히 쓰신 후에, 그동안 좋은교사운동에 내던 만 원을 더 값지게 써 줄 곳을 찾아보겠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하셨어요. 탈퇴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자동 이체를 끊는 식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마지막 애정을 담아 메일을 보내오셨기에 저도 마음 아프긴 하지만 감사하다고 답신을 보내 드렸어요.

이런 섭섭한 전화만 있지는 않아요. 좋은교사운동을 알게 된 것이 기도 응답이라며, 설렘과 기대로 가입을 문의하시는 전화를 받을 땐 사무실 식구 모두가 함께 기뻐해요.  정식 발령받았기에 회비 증액하겠다는 전화를 받을 땐 축복과 기쁨이 절로 나요.

요즘 우리 사무실에는 이런 기쁨이 가득해요. 우리 사무실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된 회원들의 개인 정보(손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근무지 등)가 수정된 지 오래되어, 지난 10월 초부터 회원들께 문의 전화를 드리고 있거든요. 이 일을 시작하려 할 때 걱정이 많았어요. 텔레 마케팅과 전화 사기에 시달리고 계신 회원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지요. 지금까지 700여 분과 통화를 했어요. 다들 너무나 다정하게 받아 주시고, 아낌없는 충고와 사랑스런 격려를 해 주셔서 감사하고 기뻐요. 아마도 한겨울까지 전화는 계속되겠지요. 여러분은 회비로 저희를 먹여 살리고 계실 뿐 아니라, 사랑과 격려로 저희 마음을 먹여 살리고 계시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