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집장 책갈피

계절을 앞서 사는 사람들

계절을 앞서 사는 사람들이 있지요. 지금쯤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내년 봄 옷을 생각하고 있겠지요. 잡지를 만들면 두 달 정도 앞서 살아요. 10월호를 한창 만들고 있을 때, 어디서 "벌써 9월이네" 하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해져요. 지난 한 달은 10월 잡지를 만들면서 2010년 연수를 준비했더니, 2010년 10월을 산 것 같아요.

2010년 1월에 열릴 좋은교사 자율 연수를 위해 운영위원들과 논의하고 강사를 섭외하려고 많은 분들과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전화 통화를 시도했는데, 한 분 한 분과 연락 닿기가 정말 쉽지 않았어요. 다들 너무 바쁘게 살고 계신 거죠.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어떻게 지내시는지 여쭤 보니, 이분들 모두 계절을 앞서 살고 계시더라고요. 이 땅에서 교직 생활한다는 게 해마다 더 늘어 가는 업무에 눌려 수업 준비도 겨우겨우 하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게 기본이지요. 그런데, 이분들은 남들이 보면 ‘사서 고생한다’ 싶은 일들을 벌여서 감당해 내고 계시는 거예요. 더 나은 수업을 하기 위해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 연구하고, 세미나를 준비하고, 단체별 겨울 수련회를 준비하고, 2010년 여름의 기독교사대회를 준비하고….

계절은 저절로 가고 새 계절이 오지만, 이렇게 계절을 앞서 사시는 분들이 있어서, 우리는 새 계절을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지요. 더 크게는, 시대의 모순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시대를 앞서 사신 분들이 계셨기에 우리는 그분들이 열어 놓은 새 시대 속에서 좀 더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어요.

이번 달 특집은 '소명 교육'에 대한 것이에요. 현재 이 땅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고 그 줄 성적에 맞추어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게 하고 있지요. 이런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특집에 담았어요. 이분들은 계절을 앞서 사는 것일까요, 시대를 앞서 사는 것일까요? 어쨌거나 분명한 건 그 계절과 시대는 아이들의 것이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