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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틈에 갇혀도 움직이는 것이 믿음이지요.

 21세기 대한민국에 급부상한 신흥 종교가 있다면 ‘지름신’이 아닐까요? 창조주 하나님만을 믿는다는 기독인들까지도 ‘지름신이 강림하셨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쓰곤 하니까요. 지름신은 “열심히 일한 당신, 소비하라 ! 즐겨라 !” 선포하다가 “욕망하지만 돈이 없는 당신, 일단 가져라 ! 대가는 할부로 천천히 치러라 !” 속삭이기도 하지요. 우리의 탐욕을 부추기고 위로하기도 하는 그 속삭임은 사실 근래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너희는 하나님과 맘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하셨던 예수님 말씀에 나오는 그 맘몬의 여러 목소리 중 하나일 테니까요.
좀 불경한 우스갯소리로 지름신에 굴복하는 자들에도 교파가 있다고 하더군요. 다른 것을 사러 갔다가 이것저것 충동 구매하는 ‘삽비라’파(‘사 버려라!’의 경상도 사투리)와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단지 갖고 싶다는 이유로 망설임 끝에 결국 사 두는 ‘사두개파’. 이 분류에 따르면 저는 사두개파에 가까워서 별 필요 없는 물건을 인터넷 장바구니에 담아 두고 눈독 들이다가 결국 [주문]을 클릭하곤 해요.
제가 그렇게 소비하고 있을 때, 이철재 선생님(2009년 7월호 14쪽 좋은만남)은 누군가가 대충 소비하고 마구 버린 것들을 줍고 계셨겠지요. 창조주께서 잘 돌보라고 맡기신 피조 세계를 망가뜨리지 않으려 애쓰시는 선생님의 삶이 창조주께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이번 7월호 특집에서는 ‘진화론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생각해 보았어요. 세상을 희망으로 디자인하시는 박원순 변호사님은 ‘조건을 따지고 변명하다 보면, 세상에 할 게 하나도 없다’며, 자신을 가두는 좁은 틈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움직여도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셨어요.(126쪽 인터뷰) 진화론만을 인정하는 교육과정, 맘몬이 지배하는 이 소비 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변명보다는 삶으로, 창조주를 믿는 믿음을 드러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