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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하는 엄마를 부탁해

지난 겨울,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어머니와,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의 아버지가 국민들을 울렸지요. 입소문에 떠밀려 저도 <워낭소리>를 보러 갔고, <엄마를 부탁해>도 읽게 되었어요. 울게 된다는 남들 말에 보기 전부터 마음을 다잡았지요. 제대로 효도도 못 하면서 눈물만 흘리기는 싫었다고 할까요? 그런 결심 때문이었는지, 작품 속 어머니의 기구한 생을 읽으면서도 울지 않았어요. 자식들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하는 모습도 그러려니 넘어갔어요. 그러다가 눈물이 퍽 쏟아진 대목은 엄마가 장성한 아들의 잠든 모습을 보며 “미안하다”고 혼잣말하는 대목이었어요.

저도 문득 옛일이 생각났어요. 스물 몇 살 때였어요. 노래를 좋아하는 제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혼잣말처럼 "너한테 피아노를 못 가르쳐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기분이 얼마나 묘했는지…. 어릴 적에 샤프펜슬이나 수채 물감을 사 주지 않는 부모님을 원망한 적은 있었지만, 피아노 학원에 보내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는 않았거든요. 샤프펜슬을 못 가진 애는 나 밖에 없었지만, 피아노 학원에 못 가 본 아이는 많았기 때문에 그건 그저 부자 아이들의 것이라 여기고 포기해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세상에…, 어머니는 노래를 좋아하는 제게 피아노를 못 가르친 것까지 미안해 하고 계셨던가 봐요. 그렇게 가진 것 다 내주고도 못다 준 것을 미안해 하는 것이 어머니의 숙명인가요?

월간 <좋은교사> 2009년 5월호 특집은 '지역 아동 센터'에 대한 것이에요. 먹고 살기 바빠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공부를 시키는 건 엄두도 못 내는 부모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고 공부를 가르쳐 주는 곳이 지역 아동 센터지요. 자식에게 미안하다 못해 가슴 아플 그 부모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겠어요? 우리들도 지역 아동 센터와 손잡고 발맞추어서, 미안해 하는 그 부모들에게 더 큰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해요.

편집장  은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