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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이번 2009년 6월호 특집에서는 ‘학교 폭력에 대한 회복적 접근’을 다루었어요.
몇 년 전 일이 떠오르는군요. 예은(가명)이는 저희 반 왕따였어요. 보복을 두려워하는 예은이를 위해,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가해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아이들의 속마음에 대해 알아 가는 한편, 예은이에게는 그날그날 있었던 괴롭힘들과 심정에 대해 들어 주고 함께 기도했고요.
그러던 어느날 저는 한 동료와 갈등이 있었고, 그 일을 통해 제가 오랫동안 그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사과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요. 그날 저녁에도 고요한 교실에서 예은이와 이야기를 나눈 후 함께 기도를 하는데, 제 입에서 이런 기도가 흘러나왔어요. “하나님, 친구들이 예은이를 아프게 하듯이, 제가 제 동료를 괴롭혀 왔어요. 하나님,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자기 합리화하며 그렇게 했던 저와 우리반 아이들을 불쌍히 여겨 주세요.”
제 눈물이 마주잡은 저와 예은이의 손에 뚝뚝 떨어져 흘러내렸고, 곧 예은이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다음 날 아침, 몇 주째 고개를 들지 않던 예은이가 고개를 들고 앉아 있는데, 얼굴이 달라 보였어요. 그리고 그날부터는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기보다는 하루 동안 있었던 사실들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고는 “선생님, 저는 괜찮아요”라며 저를 안심시키더군요. 평온을 찾아 가는 예은이의 얼굴은 제게 하나님께서 보여 주시는 긍휼 같았어요.
마침내 가해 아이들이 스스로 예은이에게 사과하게 된 후, 예은이와 저는 의미 깊은 미소를 주고받곤 했지요. 그 후로 말씀을 읽다가 ‘주의 얼굴’이라는 말을 대하면, 저는 예은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