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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논평] 서울시 교육청 2학기 체벌 전면 금지에 대한 논평


체벌이 폭력으로 변화되는 고리를 끊는 현재 교과부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 노력과 아울러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과
준비 과정을 거쳐 완전 금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 체벌 문제, 교사 폭력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돼

▲ 교육적 체벌과 관련한 교과부와 대법원의 지침을 학교 현장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 교육적 체벌과 관련한 근본적인 의견 수렴과 합의, 그리고 체벌 관련 제반 여건의 정비를 위한
   위원회 구성이 필요


  서울시 교육청이 ‘오장풍’ 교사의 폭력을 계기로 2010년 2학기부터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궁극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학생에게는 물론이고 교사들에게도 바람직하며 이러한 시점이 가급적 빨리 와야 한다는 것이 좋은교사운동의 입장이고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체벌에 대한 우리 교육계와 사회의 대응방안이 깊지 못하고 교사에 의한 폭력 수준의 체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 체벌을 완전히 없앨 것처럼 달려들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그라들고, 그러한 과정에서 폭력 수준의 체벌은 여전히 행해질 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의 신뢰 관계만 더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의 사건만 봐도 2006년 대구지역에서 교사들이 과중한 체벌로 인해 야당에서 일제히 체벌금지법안을 내놓았을 때 체벌금지법이 곧 입법될 것처럼 보였는데 입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올해만 들어도 수술을 받고 몸이 안 좋은 학생이 아침 교문지도에서 지각을 해서 '앉았다 일어나기' 체벌을 15회 가량 받던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체육시간에 수행평가 과정에서 교사의 폭력으로 인해 학생의 비장이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교육적 체벌과 관련해서 사회적 논란이 많이 있긴 하지만 대법원이나 교과부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체벌을 인정하고 있고, 교육적 체벌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는 부분에서 대해서는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일상적인 체벌은 언제든지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

교육과학기술부

대법원

체벌장소

다른 학생이 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반드시 제3자(생활지도부장이나 교감 등)를 동반하여 해당 학생에게 실시

다른 사람이 없는 곳

체벌도구

▶초등생:지름 1.0㎝ 안팎, 길이 50㎝ 이하의 직선형 나무

▶중․고생:지름 1.5㎝ 안팎, 길이 60㎝ 이하의 직선형 나무

▶지도 교사의 신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은 피할 것

 

체벌부위

남학생은 둔부, 여학생은 대퇴부

다리, 둔부 등 안전한 부위를 골라서 체벌

유의사항

▶학생 상해피해방지

▶학생은 대체벌 요구가능

▶학생의 성별·연령·개인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어서는 안된다

▶학생이 안정된 자세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체벌 횟수

▶초등생: 1회 체벌봉 사용 횟수는 5회 이내

▶중․고생: 1회 체벌봉 사용 횟수는 10회 이내

없음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학교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또 교육적 체벌이라 하더라도 교사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적 체벌이 폭력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고통은 커 가고, 교사들도 언제든지 폭력 교사, 범법 교사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벌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에서 시급한 과제는 현재 교과부나 대법원이 제시한 체벌 관련 가이드라인을 학교 현장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나 교육청이 의지를 가지고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행정적 지도를 강화하고, 실제로 이 가이드라인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에 대한 접수와 조사할 수 있는 기구 마련(예-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인권옹호관 제도),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을 어긴 교사나 학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미국도 체벌을 허용하는 주가 많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의하면(2006. 10. 14. ‘미국도 연간 30만 명이 체벌을 받는다’) 미국 50개 주(State) 중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주는 28개 주에 불과하고 나머지 22개 주에서는 제한적 또는 전면적인 체벌을 허용하고 있으며, 체벌을 받는 학생 수도 연간 30만 명에 달한다고 미연방 교육국 통계에서 발표했다고 한다. 체벌이 허용된 미국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교사폭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 철저하게 체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지켜지기 때문이다. 학기 초 부모들에게 체벌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체벌에 동의하지 않는 부모는 다른 방법의 처벌을 받는 것에 동의하게 한다. 체벌시에도 교사자격증 소지자를 목격자로 대동하고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진술하게 하고, 체벌 후 학부모에게 생활지도 보고서를 발송한다. 체벌할 때 사용하는 도구는 넓적한 판자모양의 매로 볼기짝을 때리며 때리는 횟수에 대해서도 잘못의 경중과 학생의 나이나 덩치를 고려하게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2010년 2학기부터 학교 내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서울시 교육청의 발표는 여러 면에서 너무 성급했고, 제대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자칫 학교 현장 가운데 또 다른 혼란과 불신만 자초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우선 교육적 체벌의 완전 금지 부분은 아직 우리 교육계나 사회가 완전히 합의를 하지 않은 부분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두고 논의를 거쳐 합의를 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둘째, 현재 체벌 관련해서 교과부나 대법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학교 현장 가운데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서 이를 어떻게 하면 지켜지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권한의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아이들은 교육청 지침을 근거로 교사들의 체벌에 저항을 하고 교사는 교과부나 대법원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체벌을 하려고 할 경우 그 혼란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많은 체벌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세밀한 대안 마련을 통해 실제적으로 교육적 체벌이라도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지침과 환경 마련이 교육청이 해야 할 시급한 일이다. 두발이나 복장, 지각 등 생활지도 문제와 관련해서 학교가 지도할 영역과 가정이 지도할 영역, 학생 개개인의 인권과 관련된 부분이 분명하게 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친구들 괴롭히거나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시에 불응하는 아이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적 처벌 수단도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보면 나쁜 의도의 교육정책은 별로 없다. 좋은 의도의 정책이 학교 현장의 준비 없이 너무 성급하게 성과위주로 쏟아져 내려오다 보니 그 부작용으로 인해 나쁜 결과가 도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대부분 그런 모양이다. 그런데 체벌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그 의도가 아무리 선하다 하더라도 불과 한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학교 현장에서는 독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서울시 교육청은 우선 체벌 관련해서 교과부와 대법원의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 있는 실효성있는 방안을 먼저 연구해서 시행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빠를수록 좋지만 그래도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된다. 이를 시행함과 동시에 1-2년 정도 충분한 연구 기간을 두고 교육계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육적 체벌 연구 위원회’를 두고, 교육적 체벌 자체의 존치 문제, 그리고 학교에서 체벌과 관련된 제반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사이에 교육계와 사회의 광범위한 여론 수렴과 함께 학교 현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광범위한 여론 수련을 통한 체벌 전면 금지 합의, 그리고 그 시점 제시, 학교 현장의 준비 과정 관련 로드맵 제시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체벌과 관련된 여러 교육 여건 정비들이 이루어질 때 우리 교육은 체벌과 관련해서 매우 실질적이고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7월 23일                                 

                                                (사)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