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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논평] 교육의 가치경쟁 시대가 열렸습니다. (2010.06.04)

<6·2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 대한 논평>

교육의 가치경쟁 시대가 열렸습니다.

6·2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6명이나 당선되었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됨으로써 국민들의 MB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금까지의 교육감은 경기도의 김상곤 교육감을 제외하곤 대부분 보수적 성향의 교육감들이였고, MB정부의 교육정책을 성실히 수행해 왔다. 그런데, 이번 6·2지방선거 전국 교육감 선거를 통해 다수의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됨으로 교육에 있어서 MB정부의 성적중심의 경쟁이라는 가치와 진보진영의 창의력 중심의 협동이라는 가치가 지자체에 따라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세계교육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핀란드 교육 역시 경쟁과 협동이라는 가치가 부딪쳐 왔고, 오랜시간의 논의 끝에 교육에 있어서는 경쟁보다는 협동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국가적 합의를 이루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핀란드 교육을 만들었고 그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PISA를 통해 증명했다.

우리나라도 진보와 보수가 각각 자신의 가치를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육정책으로 펼쳐왔다. 그러나, 한번도 동시에 지역을 달리하여 가치경쟁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의 약진은 상당부분 보수의 잘못에 의한 반사이익의 의미가 강하다. 앞으로 주어진 4년동안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은 자신들의 가치가 옳다는 것을 교육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진보교육감들은 자신들의 교육가치가 옳음을 증명해야 할 3가지의 영역이 있다.

첫째, 보편적 복지를 교육을 통해 실현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교육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무상급식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은 학교가 그동안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지 못해왔다는 반증이다. 지금까지 학교는 공공재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재라는 말이 무색하게 학부모의 부담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학교에는 보편적 복지를 위해 아직도 학습준비물이나 교복, 그리고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영역이 남아있다. 진보교육감들은 지속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학교에서 실현함으로써 학교가 공공재로써의 성격을 확실히 펼쳐나가야 한다.

둘째, 경쟁보다는 협동의 교육내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경기도 교육청이 시행하고 있는 혁신학교는 학교에서 경쟁보다는 협동을 통한 교육이 실제적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높인다는 것을 증명해내야 한다. 경쟁구조로 이루어진 대학입시구조를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일본의 학교 혁신 모델인 사또마나부 교수의 ‘배움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변화되는 학교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만일 4년동안 학부모의 마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제적인 컨텐츠가 없다면 또다시 국민들에게 버림받게 될 것이다.

셋째, 학생인권의 증진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고 그해 11월에 비준하면 협약의 이행 상황을 처음 비준한 후 2년 후, 그 후에는 매 5년마다 유엔 아동 권리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이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국내법적인 효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는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이다. 두발과 같은 오래된 문제도 학교자율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지만 해결이 되고 있지 않다. 이번에도 우리나라 장관이 제네바에 있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그동안 권고안의 이행사항과 아동인권상태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출발점이 되었고, 우리학교는 계속해서 학생의 인권이 증진되어 가는 모습을 학교현장에서 화인 되어야 한다.

실제적인 선거운동은 지금부터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4년뒤 또다시 국민들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심판은 현 교육감이 교육감 재직동안 어떤 교육적 성과를 거두었는지 심판하는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교육감 선거가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고, 이념의 각축장으로 변질되었으며 지나친 경쟁 때문에 러닝메이트나 임명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무성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집권 정부와 여당의 교육정책을 심판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념이 아니라 가치경쟁을 통해 교육계가 새로워질 중요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민들이 다음 선거를 통해 4년동안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평가하고, 이러한 경험의 축적이 우리교육을 새롭게 할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번의 선거로 교육감 선거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선거의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한 학습의 부족에 기인한 주장이다. 우리나라 지자체 선거가 처음 도입 되었을 때 소란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모든 선거가 도입 되었을 때 초기의 잡음이 있었고 이후 단점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가치의 경쟁이 가능한 교육감 선거는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