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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성명서] 민노당 가입 의혹 교사 169명 해임·파면에 대한 논평 (2010. 5. 24)

교과부야말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십시오

▲ 민노당 가입 의혹 교사에 대한 파면․ 해임 조치는 과도한 징계

▲ 민노당 가입 의혹 교사에 대한 재판 결과 이전에 징계를 서두른 것은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의도

▲ 교과부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교원이 아닌, 부적격 교원에 대한 실효성 잇는 대책을 내놓아야

교과부가 민노당 가입 등의 협의로 검찰이 지난 6일 기소한 공립학교 교사 134명 전원을 파면 또는 해임하기로 했다. 그리고 35명의 사립학교 교사에 대해서도 해당 학교 재단에 파면·해임을 요구했다.

우리는 교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현행법이 교원의 시민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일단 현행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전교조 교사들의 민노당 가입과 관련해서는 비록 검찰이 기소를 하긴 했지만, 당사자들이 민노당에 가입 사실이 없고, 당이 아닌 정치인 개인에게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재판을 통해 사실 관계가 명백하게 가려져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들에 대한 징계는 재판을 통해 드러난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런데 교과부는 아직 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파면과 해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는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시 교육청의 인사비리와 관련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미루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맞지 않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혹 이들이 민노당에 가입해 당비를 낸 의혹이 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파면과 해임을 하는 것이 적절한 징계인가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교육계에서 파면이나 해임은 성폭행이나 성적 조작 등 교육적으로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내려지는 징계 수위다. 사실 교단에서는 과도한 체벌이나 금품 수수, 수업 무능력, 정신질환 등 심각한 문제를 가진 교원에 대해서도 파면이나 해임이 아닌 정직 이하의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림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면에서 교육적인 면에서 큰 문제가 없는 일제고사의 선택권이 있음을 알린 교사, 시국 선언에 참여한 교사, 민노당에 가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교사들에게 대해서는 파면과 해임이라는 극단적인 징계를 내리는 것은 누가 보아도 정당한 징계라고 할 수 없다.

세 번째 지적할 것은 징계의 시점의 문제다. 지금은 법원의 판단이 내리기 전 단지 검찰에 의해 기소만 된 상황이고, 더군다나 학기 중이다. 재판의 결과를 보고, 방학 중에 징계를 내리면 학생들의 학습권에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고 학기 중 선생님이 바뀌는 매우 비교육적인 상황을 만들면서까지 징계를 서두르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정부 여당에서는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반전교조를 핵심 쟁점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전교조 명단 공개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여기에 전교조 교사의 민노당 가입 의혹에 대한 징계를 통해 이 쟁점을 더 부각시키려 한다는 의심은 교과부의 의도와 관계없이 충분히 받을 만하다. ‘교육의 정치 중립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교과부 스스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교원징계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네 번째 MB정부 들어 자행되고 있는 교과부의 징계권 남용은 교과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공교육의 교사는 국가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대신해서 교육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교사에 대한 교과부의 징계가 아무런 정치적인 편의에 따라 남용되고 있다면 교사들이 교과부를 어떻게 믿고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겠는가? 이는 공교육 내부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결국 교육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2008년 12월에 실시된 일제고사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이 있음을 알렸다는 이유로 파면․ 해임된 교사 13명을 기억하고 있다. 이 가운데 12명은 소송을 내 지난 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파면 또는 햄임은 부당하다”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초등학생이 봐도 부당한 징계를 내리고 국민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행태를 반복할 경우 결국 우리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다.

지금이라도 교과부는 정치적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 아니 대통령과 정치권은 교과부를 통해 교육을 정치적 도구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특정 교원 단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교과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교사들이 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지금과 같은 징계권 남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교과부부터 철저하게 법을 지키면서,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교육적인 기준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우리 교육을 보호할 수 있다.

오히려 교과부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성폭력 혹은 성추행, 과도한 체벌, 성적조작, 금품수수 교원에 대한 엄격한 징계를 통해 우리 교육의 환부를 도려내고 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나 교원들이 한 시민으로서 권리를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관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원들의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되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교과부의 징계 철회와 정치적 중립 선언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0. 5. 24

                                                         좋은교사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