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4인4색 교사 고민해결 프로젝트

좋은교사 5월호) 4인4색-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교사들

44색 교사 고민해결 프로젝트 74 

일흔 네 번째 고민
얼마 전 PD수첩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교사들에 대한 방송이 나왔습니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막상 보니 무서웠습니다. 최근에 우리 학교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해당 선생님이 조사받으러 다니신다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그러다 보니 자꾸 저 스스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반성문이나 타임아웃은커녕 규칙을 어긴 학생들에게 경고하는 것도 망설이고 있습니다. 마치 사방에 못이 박힌 좁은 상자 안에 갇혀 있는 모습 같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고구마

저도 자리에 앉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A학생의 생활지도 때문에 고민입니다. 수업하다가도 A학생이 보이는 폭력성 때문에 실랑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손목이나 팔을 잡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학생의 양 손목이 발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생활지도를 하면서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해지는 흉흉한 소식들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제가 찾은 방법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는 것입니다. 생활지도를 하면서 겪는 고통이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사 모임, 동학년 교사, 상담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대부분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고민을 들어주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공동체가 가진 집단 지성의 힘이 의외로 크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A학생의 학부모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전화해서 폭탄을 투하하듯이 A학생의 문제를 알리는 것보다 학기부터 적극적으로 A학생을 돕기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부모에게 문제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때는 온유와 겸손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중견 교사. 국내 최초 나일롱 교사를 위한 팟캐스트 방송 ‘샘샘샘’에서 좋은샘 역할을 맡아서 즐겁게 진행했던 평범한 교사.)
 

비타민

영상을 보았습니다. 차마 끝까지 보지 못하겠더군요. 영상을 끄고 나서도 답답함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무례한 태도를 지적하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따로 남겨 선생님이 얼마나 너를 좋아하는지설명합니다. 아이의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를 찾아내고 나서야 안심하죠. 사실 아이와 학부모를 언제, 누가 만나느냐의 문제일 뿐 이것은 특정 교사 개인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이죠.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반어적이지만 그래서 문제의 해결도 결국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픔과 고통을 공유하는 것도, 바닥에서 헤매던 마음을 일으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지지를 얻는 것도 공동체입니다. 두려움을 내어놓고 하소연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다시 시작해볼 희미한 힘이 생겨납니다.시선을 멀리 두고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굉장히 훌륭한 교사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의 안녕에 안심하고 오늘의 수고를 토닥이며, 내일을 준비할 용기를 얻을 공동체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출근했을 뿐, 노련함 없이 연차만 쌓인 교사. 경력이 더해질수록 모르는 것이 점점 쌓이는 희한한 전문가이며 누군가의 성공스토리에는 전혀 관심 없는 실패 수집가.)

 

사이다

윤리가 실종된 이런 세상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이 생각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기후재앙의 서막이 시작되었는데도 빈 교실에 켜진 불, 난방기. 청소 시간 마구 사용하는 물티슈와 일회용 컵들. 교육활동 본연의 목적보다 효율성과 민원의 최소화를 가장 우선하고, 거기에 침묵하고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보람보다는 칼퇴근 후, 인스타그램 라이프를 추구하는 교사들. 아동 학대범이 될 수 있으니 적당히 하자는 것은, 나 혼자 뭘 해도 기후 위기는 막을 수 없으니 남들처럼 살자는 말과 똑같습니다. 어느 날, 도서관의 책들을 훑어보며 깨달았습니다. ‘윤리의 실종은 앎의 실종 때문이구나!’ 인생에 꼭 필요한 지혜, 삶의 목적을 찾는 일은 인플루언서들의 사진, 쇼핑 아이템, 인기 쇼츠 영상들에 뒷방 창고로 밀려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싶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교육철학, 여러 번 실망하더라도 나와 학생을 향한 사랑 에너지, 전문가로서 학생, 학부모를 직면하는 용기. 천로역정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천국에서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샬롬!

(학생들에게 말하는 대로, 가르치는 대로 살고 싶고, 그렇게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주 넘어지면서, 주님을 간신히 따라가고 있는 못난이 교사.)

 

 

단호박

이런 일을 당하면 세 가지가 필요하지 않던가요? 1. 지적인 이해-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 2. 힘든 마음을 향한 위로. 3. 다시 시작할 힘. 두세 번째에 관해서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없으니 꼭 마음을 나눌 공동체를 찾으시고, 성령께 간절히 기도하기 바랍니다.(방금 저도 잠시 기도했습니다.) 이제 첫 번째에 관해 말씀드릴게요.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10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누구든, 어디서든 선을 행하려고 노력해 보십시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고 힘써보세요. 반드시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다윗도, 누구보다 예수님이 그러셨습니다. 그 일이 얼마나 하기 싫은지 (피처럼 땀을 흘리면서) “제발 이 일을 안 하게 해주세요.”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하려고 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각오하세요. 각오하셨다면 이제 희망을 가지세요. 하나님의 뜻을 따르려는 자들에게는 반드시 도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이 하려는 일을, 진심을 담아 학생과 학부모님께 자세히 알려주세요. 생각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님이 지지할 것입니다. 그분들에게서 힘을 얻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악해져도 여전히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선입니다.

(자칭 C.S.루이스 팬클럽 회장. C.S.루이스와 <나니아 연대기>수업 외에는 별로 얘기할 거리가 없는 사람선은 악보다 강하며 천국은 지옥보다 매력적이라고 확신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