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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특집 5. 제언 3 학교, 교수 학습의 질을 높이는 예산 사용을 고민하라


특집 5. 제언 3

 

학교, 교수 학습의 질을 높이는 예산 사용을 고민하라

   

 

 

김중훈(정책 위원)

보통 선생님들은 학교 예산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것은 내가 관여하기에는 너무 먼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사가 학교 예산 집행의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예산의 세밀한 부분까지 다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학교 예산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다. 학교의 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학교 예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고민해서 학교 예산 사용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하고, 학교 예산이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한 원칙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학교장이 학교 예산에 대한 분명한 교육적 원칙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원칙에 의한 예산 집행 과정을 수시로 공개하고 점검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교장 선생님이 많지 않은 현실 가운데서, 학교 예산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관심이 없고, 예산 집행 원칙에 대한 합의와 점검이 없다 보니 학교 예산은 교육적 원칙이 아닌 힘의 논리에 의해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

 

힘의 논리에 의한 학교 예산 집행

학교 예산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살펴보면 학교는 매해 연말 남은 예산을 한꺼번에 모아 기자재를 구입하기도 하고 때론 공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 예산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연말에는 늘 예산이 남는 기현상은 학교 예산 사용이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단 예산을 사용하는 데 가장 큰 힘을 가진 학교장은 자신이 있는 동안 학교에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변화에 예산을 투자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시설이나 공사에 관련한 예산을 확보하려고 한다. 시설과 공사가 학교장의 뒷주머니를 채워 주는 것도 이러한 곳에 예산이 집중되는 것에 기여한다.

학교장과 같은 관리자 다음으로 힘이 있는 부장 교사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기자재를 구입하거나 부서의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 비싼 프로젝션이나 컴퓨터를 확보하거나 부서 운영비나 협의 회비를 확보하고 싶어 한다. 결국 학교 예산이 힘 있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다 보면 정작 학생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돈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을 위한 교수 학습 비용에 최우선권을 두라

이렇게 학교 예산이 힘을 가진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학생들의 교육적 필요가 중심에 서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 예산 수립 및 집행에 있어서 교수 학습을 최우선에 놓자는 학교 구성원 사이의 원칙을 세우고 이에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홍동중학교 교장 선생님을 역임했던 이정로 선생님은 “학교 예산은 대부분 인건비나 전기세 등과 같은 경직성 예산이 70% 정도다. 경직성 예산을 제외한 30%의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학교 예산 사용의 영순위로 체험 활동, 실험 실습, 독서 토론 등과 같이 교수 학습에 필요한 예산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교육 활동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 예산을 확보하고, 마지막에 행정 업무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 및 시설 개선에 필요한 공사 비용을 확보해야 한다. 예산 배분의 결정권을 행정실장이 가져서는 안 된다.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주체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지 행정실장이 ‘돈이 없어요!’ 이런 이야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추가 경정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 활동을 하려면 행정실장이 나서서 막는 학교의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상원초 이용환 교장 선생님은 “교사의 입장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준비물에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었는가를 봐야 한다. 실제로 아이들이 미술 시간에 골판지를 사오는 경우가 있는데 일 년에 백만 원 정도만 있으면 아이들이 집에서 골판지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 중심으로 예산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면 아이들이 준비물을 사 오는 부분이 사라진다”고 말하고 있다.

 

예산 낭비를 막으려는 구성원들의 노력

다음으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예산을 잘 배분하는 것과 동시에 예산을 아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교 예산을 집행할 때 낭비적인 요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전년도 예산에서 낭비적은 부분을 줄이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작년도 예산을 그냥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장 조사를 좀 더 철저히 해야 한다. 학교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관계를 이용해 선정되기에 시장의 단가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프린터에 사용되는 잉크를 매번 새로 구입하지 않고 보충하는 방식을 통해 예산을 줄이는 경우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예산을 절약하면 절약한 만큼 필요한 부분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구체적 예산 수립이 부정과 전횡을 막는다

학교 예산에서 학교장의 전횡을 막으려면 예산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학교 예산안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하여 확정되기 때문에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작성할수록 관련 예산이 학교장에 의해 전횡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예산 항목이나 사용처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표현할수록 관련 예산을 전횡하기 쉬워진다. 예산 집행의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항목대로 사용했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도 많은 문제들을 막을 수 있다.

 

효율적 예산 집행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예산 사용과 관련한 다양한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노력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생기기 마련이다. 학생들과 체험 학습을 가기 위한 비용도 얼마든지 학교 예산에서 확보할 수 있다. 교장 선생님들은 선례가 없다는 이유나,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전에 교육 과정 연구를 통해 예산 수립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미리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 돈이 부족하다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학교에는 의외로 발생하는 수입이 있다. 대도시 학교의 경우 교회에 주차장을 대여하거나 조기 축구회가 사용하는 것으로 연간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이 아니라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은 교육 활동을 하기 위해서 교사들은 예산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부장이나 학운위 교사 위원으로 참여하라

학교 예산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영향을 미치기를 원한다면 부장을 맡거나 학교운영위원회 교사 위원이 되어야 한다. 부장을 맡으면 학교 예산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학년 말이 되면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부장들이 모여 각 부서에서 제출한 예산 계획을 바탕을 예산 조정 회의를 한다. 대부분의 부서에서 요구한 예산안은 학교 예산을 초과하기 때문에 어떤 예산을 뺄 것인지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때 다른 부서의 합리적이지 않은 예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학교 예산과 관련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 교사 위원이 훨씬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예산 소위에 들어가게 되면 예산안 전반에 대한 실질적 조정이 가능하다. 부장 회의를 통해 통과된 예산안에 대해서도 심의 과정에서 문제 제기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 교사들이 간여할 수 없는 학교 발전 기금이나 수익자 부담에 의해 이루어지는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의 예산도 심의할 수 있고, 각종 공사에 사용된 돈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청에서 내려온 목적 사업비의 사용에 대해서도 관여할 수 있다. 특히 예산을 집행하다가 남은 돈이나 새로운 전입금이 발생하여 예산안을 수정하는 회의도 반드시 학교운영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문제점들을 지적할 수 있다. 부장 교사에 학교운영위원회 교사 위원 특히 예산 소위의 위원이 된다면 비록 평교사라 할지라도 학교장 수준에서 학교 예산에 대한 고민과 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교사는 가르치는 일만 해도 버겁기 때문에 부장이나 학교 운영 위원이 되어 굳이 학교 예산에 접근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혹 하나님이 마음속에 학교 예산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자극을 주시면 여기에도 순종할 필요가 있다. 기독 교사가 학교에서 영적인 교장이 되는 것뿐 아니라 예산에 관해서도 교장 수준의 고민을 해야 학교가 정말로 하나님 나라에 가깝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