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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는 일본 교육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흑선입니다

 

 

 

 

 

 

IB는 일본 교육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흑선입니다

 

 

 

 

 

 

이쿠코 츠보야 뉴우에루(IB 일본 대사)

일본 문부과학성 교육재건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고, IB 일본 대사로 IB를 일본 공교육에 도입하는 전반적 계획을 입안 추진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인터뷰 김진우, 이혜정  인터뷰정리 김진우  사진 제주교육청

 

 

 

평가 혁신에 대한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작년 수능 절대평가 논쟁이 한동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올해 또다시 핫이슈가 될 것이다. 수능 논쟁은 무엇으로 변별할 것인가에 대한 지엽적 논쟁이지만 결국 이 논쟁은 학생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요청하고 있다. 그것은 내신도 마찬가지다.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수업과 평가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난 2017121~2일 열린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에서는 평가 혁신을 화두로 제기하였다. 여기서 단연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일본의 IB 도입이었다. 일본이 IB 학교 200개를 공교육에 도입하기로 하고, 이것을 지렛대로 하여 평가와 수업의 혁신을 도모한다는 계획은 한국에도 많이 알려졌다. 제주의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IB의 공교육 적용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좋은교사8월호에서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을 통해 IB에 대해 소개한 바 있는데, 일본의 IB 개혁을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추진해 왔던 이쿠코 츠보야 뉴우에루 대사를 만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2017121일 제주 메종글래드 호텔에서 야심한 시각에 이루어졌다. 이혜정 소장과 이범 교육평론가가 동석하였다.

 

일본이 IB 학교 200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주입식, 획일식 교육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을 하자마자 국가 경제 재건을 위해 인재 재건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교육 개혁이 국가 재건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추진되었습니다. 2013년에 2020년의 수능(센터시험) 폐지를 선언하며 동시에 IB 교육과정을 번역해서 공교육에 도입하여 교육 대개혁의 모델로 확산시키기로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것이 출발점입니다. 2018년까지 200개의 IB 인증학교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 상황으로 보면 그 이상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도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도입 과정에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IB 도입은 일본 교육 대개혁의 큰 그림 중 한 전략입니다. 문부과학성에서는 우선 IBO(IB 본부)와 제휴를 맺고 초··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번역했고, 교원 연수와 채점관 양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입에서 일본의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고 IB 과정을 거친 학생도 인정하고 허용하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IB가 무엇인지 잘 모를 때는 우려하는 국민도 있지만, IB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매우 긍정적인 호응으로 바뀝니다. 현재까지 인증을 완료한 학교가 42개교이고, 인증을 신청하고 IB 후보학교인 곳까지 포함하면 140여 개교입니다. 인증을 신청하면 인증이 완료될 때까지 18~24개월이 걸리고 인증 완료 전에는 IB 후보학교로 부릅니다. 2018년까지는 200개의 IB인증 신청 학교를 만들 계획입니다.

 

교사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환영하는 교사들은 무엇 때문에 환영하고 반대하는 교사들은 무엇 때문에 반대합니까?

세계 어느 곳에서나 IB 교육에 열광하는 집단이 있고 변화에 저항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IB 학교 교사들은 IB를 매우 선호합니다. 교사의 가르치는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세세하게 안내해 주는 수업지도안에 익숙한 교사들은 스스로 수업을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유를 번거롭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떠먹여 주는 수업지도안에 익숙한 교사들은 수업 설계를 직접 해야 하는 것이 일이 많다고 불평할 수 있지요.

IB는 근본적으로 교사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줍니다. 물론 그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교사의 몫입니다. IB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교사가 스스로의 교육권을 찾는 것에 있어 교장의 리더십이 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도시보다는 읍면지역 공립학교에서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합니다. 대도시의 사립학교들은 아동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립학교에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이 신규 도입되는 것을 원치 않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교실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습니까?

삿포로에 있는 한 공립 중고등학교에서 3년째 IB를 진행하고 있는데 며칠 전에 수업 참관을 했어요. 굉장히 특이한 것이 외부 장학 참관자가 오면 학생들이 보통 긴장하고 조용한데 이 학교 학생들은 참관자가 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토론하는 것에 몰입하고 여러 활동으로 소란해서 참관자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면 조용하고 서로 먼저 말하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는데, 이 학교 학생들은 서로 저요! 저요!” 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발언을 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기존의 상대평가 시스템에서는 성적 상위자는 상위자들끼리만 팀을 짜려고 하고 하위권 학생들이 팀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했는데, IB 수업에서는 성적 상위자와 하위자가 서로 팀을 만들어 과제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합니다.

제가 삿포로중학교의 성적 최상위권 학생과 최하위권 학생 두 명에게 학교 교육에 원하는 건 없는지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두 명의 학생 모두 수학시간이 적으니 늘려 달라 했습니다. 믿어지십니까? 저는 중학교 때 수업이 어떻게든 줄어들면 좋겠다 생각했지 수학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구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못하는 학생이나 모두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그 재미있는 시간이 적으니 늘려 달라고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교육의 변화가 이미 실현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IB의 수업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IB에서는 보편적 개념이 주어지고, 교사는 학생이 그 개념을 이해하고 관점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다양한 질문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개념은 특정 시간이나 특정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명제인데, 이걸 배우기 위해 수많은 질문을 하고 각기 다른 영역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처음에는 팩트(What)를 질문하고, 그것이 어떻게(how) 기능하는지, 그것이 왜(why) 의미 있는지, 누가(who) 관련되어 있는지, 언제, 어디서(when & where) 그것이 발생하는지 등을 질문합니다. 예컨대 초등 5학년 통합교과(수학, 과학, 언어, 음악, 체육, 미술)배움은 인간을 세상과 연결해 주는 기본 요소다.”라는 개념을 배울 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운다는 건 무엇인가? 우리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나? 우리는 어떻게 행동을 하나?” 학생들은 이를 문학적으로, 음악적으로, 미술적으로, 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 각기 다른 영역의 관점에서 토론하며 답을 찾아갑니다. 교사는 답을 알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에게 질문하는 존재입니다. 무슨 질문을 하느냐가 수업 설계의 주요 관건입니다.

 

IB 도입을 통해서 이룩하고자 하는 일본 교육의 청사진은 무엇입니까? IB 학교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일본의 일반 교육 제도를 어떤 식으로 바꾸게 되는 것입니까?

일본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는 학습자 주도(active learning)의 꺼내는 교육(inquiry- based learning)입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IB 인증 공립학교는 정부가 선언한 대로 200개를 만들고 그 이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궁극적인 최종 목적은 IB 학교의 양적 확산이 아니라 국가 공교육 시스템의 본질적 개혁입니다. 일본 공교육에는 20,000개의 초등학교, 10,000개의 중학교, 5,000개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47개의 각 시도교육청 권역별로 IB 인증을 받은 시범학교가 설립되면 주변 학교들은 시범학교로부터 배우면 됩니다. 그리고 IB 학교에서 4~5년 근무하면 베테랑 교사가 됩니다. 그 교사가 다른 학교로 가면 IB 교육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주변 학교에서 IB 시범학교 교육을 관찰하고 연수받으면 주변 학교도 IB 인증 없이 IB 방식의 교육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간 10,000달러의 IB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는 인증학교를 시범학교로 만들면 주변 학교에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굉장히 효율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즉 일본 공교육 전체의 개혁이 목적이기 때문에, 200여 개의 IB 인증학교는 일본 공교육 전체 개혁을 위한 모델학교의 역할로 전략적 도입이지 일본 공립학교 전체를 IB 인증학교로 만들려는 것은 아닙니.

 

최근 일본은 대입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과 IB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습니까?

2020년에 바뀌는 대입시험에 대해 최근 시범 문제가 발표되고 의견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120자 논술을 대입시험에 포함하는 안을 발표했는데요. 120자 에세이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보다는 좀 더 긴 논술을 포함하는 것으로 바뀔 것으로 봅니다.

그간 일본 교육에 대한 개혁 요구가 적지 않게 있어 왔지만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IB가 도입되면서 개혁 방법에 대한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IB는 일본 교육 대개혁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B는 일본 교육 대개혁의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일본에서는 IB19세기에 개항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미국 페리 제독의 흑선이라고 봅니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이 흑선을 끌고 도쿄만에 나타나서 개항을 요구했고 이를 계기로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흑선은 일본에서 외부 충격을 기회로 삼아 내부 혁신을 성공시킨 상징으로 인식됩니다. 흑선이 오지 않았다면 일본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상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단시간 내에 개혁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IB는 현 일본 교육의 대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흑선입니다.

 

일본도 내신이 상대평가를 취하고 있고, 공동출제방식이라고 하는데 그것과 IB 체제의 도입은 충돌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일본도 한국과 매우 비슷하게 수능은 100% 객관식이고 내신은 상대평가입니다. 초등학교는 5등급 상대평가이고 중고등학교는 10등급 상대평가입니다.

정부에서 7등급 IB 절대평가와 10등급 공교육 상대평가의 변환 양식을 정해서 IB 성적이 공교육 상대평가 성적표로도 환산되도록 하여, 학부모들에게 두 가지 성적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 입시에서도 두 버전의 성적표를 모두 제공하지만 성적표를 어떻게 고려할지는 전적으로 대학의 몫입니다. 어떤 대학은 두 성적표를 모두 보기도 하지만 어떤 대학은 IB 성적만 입시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IB형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학교 간의 격차가 공개되는데 서열화에 대한 우려가 없을까요?

일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어서 서열이 없지만, 고등학교는 선택교육이기 때문에 공립학교라도 학교 간 순위를 공개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과 학교의 순위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즉 일본은 고교 서열화가 공식화되어 있습니다. 5천 개 고등학교의 뚜렷한 순위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같은 학교 내에서도 우열반을 나눠서 수업하는 것이 자율적으로 허용됩니다.

 

IB 학생들이 대입에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닌지요?

지금은 시작단계지만, 앞으로 대학들이 점점 더 IB 학생을 원하게 되면 IB 학생은 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전에 동경대 부총장이 IB45점 만점 중 41점 이상의 학생을 원한다고 했는데, 실제 그 정도 점수를 받는 학생은 동경대가 아닌 하버드나 옥스퍼드를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대학도 긴장하고 경쟁에 대비해야 합니다.

 

국가 교육과정 등 기존의 제도나 문화와 IB 교육이 조화가 잘 됩니까?

IB를 도입하면서 일본 정부는 몇 가지 제도를 바꿨습니다. 첫째, 대입에서 일본의 수능을 치르지 않고 IB 교육과정만으로도 입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국립대 협의회에서 2020년 입시까지 수능시험 없이 입학이 가능한 입학사정관 전형과 교장추천제 등을 30%까지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70%는 수능인 센터시험이지만 2020년에 수능의 형태가 논서술 포함으로 완전히 바뀝니다. 둘째, 국가 교육과정에 있는 교과와 시수를 기존대로 따르지 않는 것도 가능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예컨대 IB 수학을 배우면 일본 국가 교육과정에서의 수학을 배우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IB 교과 이수를 일본 국가 교육과정의 교과 이수로 인정해 주는 것은 굉장히 큰 변화입니다. 셋째, 기존에는 교원임용시험이 일본어로만 되어 있어서 자국민이 아닌 사람에게 교사자격증을 허용하지 않았었는데, IB에서는 과목에 따라 외국인 교사도 있기 때문에 교원임용시험을 보지 않아도 대졸 자격 등 몇 가지 자격만 충족하면 교원이 될 수 있도록 법을 바꾸었습니다.

 

교사 재교육과 평가관 양성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채점 방식은 IB를 그대로 따르게 됩니까?

교사 연수와 채점관 양성은 IBO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IB가 기르고자 하는 학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탐구하는 사람(Inquirers), 2. 지식이 풍부한 사람(Know-ledgeable), 3. 생각하는 사람(Thinkers), 4. 소통할 줄 아는 사람(Communicators), 5.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사람(Principled), 6.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Open-minded), 7. 배려하는 사람(Caring), 8. 위험에 도전하는 사람(Risk-takers), 9.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Balanced), 10. 성찰적인 사람(Reflective). IB의 평가는 기본적으로 이 열 가지의 역량이 제대로 길러졌는지를 평가합니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도 있지만 학생 자신의 평가도 있습니다. IB 교육과정은 매우 명료한 평가 루브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학년 초에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분명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IB 채점센터에서는 외부 시험(수능)의 채점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내부 시험(내신)의 채점도 학교당 샘플을 검수하여 채점이 제대로 되었는지 조정합니다. 일본 내 IB 인증을 받지 않은 일반 공립학교의 공정한 내신을 위해서는 IBO와 같은 공신력 있는 채점 기관의 역할을 각 시도교육청에서 수행하면 됩니다. 교육청에서 장학을 별도로 할 것이 아니라 채점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 실질적으로 장학의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 교육은 일본 교육과 어떤 유사점이나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 교육에 주는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일본도 한국처럼 과목별 평가를 하고 교사별 평가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IB 학교가 되면 교사별 평가권이 주어지니까 IB를 선호하는 교사가 많은데요. 때로는 이것 때문에 IB를 기피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IB는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지에 대한 기반입니다. 교사가 할 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세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교재로 가르칠지, 어떤 질문을 할지, 어떤 평가를 할지, 어떤 진도로 할지, 모두 교사에게 자율권을 주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IB 학교에서 일본의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IB 번역에는 교과서 번역이 없고 대부분이 교사 가이드 번역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가 교육재건자문위윈회를 만들었는데 저도 위원입니다. 이 위원회의 논의와 결정이 중요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대입 개혁을 비롯한 교육 개혁을 문부과학성(교육부) 차원이 아닌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을 해서 장관의 교체와 무관하게 국가적 전략의 차원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획일식, 주입식, 객관식 정답 찾기 교육이 문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혁에는 늘 반대가 있기 마련이지만, 기존 교육을 개혁하는 것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의 요구입니다. 교육 개혁은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부가 장기 로드맵을 설정해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흑선, 메이지 유신이라는 단어에서 조선이 일본보다 개화에 뒤처지면서 당해야 했던 고통이 연상되어 살짝 위기감이 들었다. 우리가 변별력 프레임에 갇혀 객관식 시험에 얽매여 있는 동안 일본은 과감하게 IB를 도입하고 교육의 질을 바꾸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교육에서 일본보다 한 걸음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IB의 핵심은 무엇일까? 교사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율성을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교사로 하여금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주는 것, 그것이 교육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올해 벌어질 수능 논쟁에서는 변별력 프레임을 벗어나 보다 본질적이고 과감한 교육 개혁의 비전이 담기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