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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to the teacher!(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_2018.3)

 

 

 

 

 

Power

to the teacher!

 

 

 

 

 

 

성기선(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가톨릭대학교 교직과 교수 및 교수학습센터장을 역임하고,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장, 한국교육사회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였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터뷰 김영식 사진 조창완

 

 

2017. 교육계는 2021학년도 수능 평가방식을 둘러싼 대혼란을 겪었다. 서로 다른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교육개혁을 위한 평가 혁신, 교사의 평가 전문성 신장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시작한다. 정동 시대를 마감하고 진천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제10대 원장으로 취임한 성기선 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들어 보았다.

 

 

작년 11월 포항 지진으로 인해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한 일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결정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특정 지역을 위해 전국적 시험을 연기한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고요. 우리 교육사에서 갖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20171116일 수능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전인 15일 오후 230분경에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 발생이라는 재난 문자를 받고 순간 아찔했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는데 5시경에 교육부 상황실이 마련되어 있으니 오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그리고 포항 지역 교장선생님들 회의, 행안부 장관의 현장 보고 등 현장의 상황이 속속 전달되었죠. 그리고 정부에서 저녁 820분에 최종적인 연기 결정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번 수능 연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 의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소수의 안전, 국민과 학생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대부분 받아들여 성공적으로 수능을 마무리한 것은 아마도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둘째, 전국에서 동일한 시험지를 가지고 동일한 시간대에 치르는 현재의 수능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을 이러한 재래 방식으로 선발하는 것이 문제가 있고, 불확실성의 사회에서 과연 표준화, 획일화된 평가 방식이 타당한가, 미래 역량을 제대로 잴 수 있는가라는 문제 의식을 공유하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제 근본적으로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봅니다.

 

어떻게 교육 혁신 운동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가르칠 때 교육학의 보수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교육학은 실천 교육학, 현장 교육학이어야 하는데 현장 맥락과 먼 연구와 강의가 이루어져서 답답했죠. 교육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교육학이 우리 교육의 문제에 대해 현장의 맥락을 살피지 못한 채 관 주도 교육정책에 대한 정당화만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육 현안에 대해 답을 제때 내놓기 위한 느슨한 형태의 연구 연대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뜻이 맞는 교수, 학자들과 함께 교육정책 연구소를 지향하는 교육연구네트워크를 만들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네트워크에서 고교 다양화 300, 고교 서열화, 국가수준 성취도평가와 같은 정책에 대한 연구, 세미나, 출판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보수, 진보의 이념과 상관없이 교육에서 공통적인 이슈, 예를 들면 사교육 줄이기, 경쟁 줄이기, 교육 예산 늘이기, 교육 환경 개선하기 등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정책에 대해 정권과 상관없이 정책 대안을 찾아 제시하고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잘 안됐지요. 그러다가 학교 혁신의 좋은 사례를 발굴해서 전국 교육청에 보급해 보려고 교육감 선거 국면에서 정책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선거 결과 13개 지역에 학교 혁신을 지향하는 교육감이 들어서면서 학교 현장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경기도 교육청에서 교육연구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진행한 혁신학교 전문가 과정의 강의를 맡게 됐는데, 거기에서 현장 교사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학교 혁신 사례를 들으며 학교의 변화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현장의 문제와 필요를 바탕으로 고민하고 연구해서 다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교육학 영역의 확장이자 본류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실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혁신 운동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학업성취도와 관련해 학교 효과 없음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 오셨는데요. 이와 관련해 평준화, 자사고, 특목고 등의 고교체제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학교 효과 연구를 통해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점은 교육제도를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잘못되었다는 점입니다. 학교 교육이 사회 불평등의 근원이 아니라 그 역이 성립됩니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 경제적 문제점, 정치적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고교체제의 다양화라는 미명하에 서열화를 도입하고, 일반고-자사고-특목고와 같은 고등학교 단계의 제도 다양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보편교육, 공교육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계층에 따른 차별화, 대입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만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반고는 황폐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고교 무상교육을 빨리 도입하여 누구나 양질의 공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경기도의 학교 혁신 과정을 지켜보시고 율곡교육연수원장으로 직접 행정에 참여하시기도 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학교 혁신 정책이 우리 교육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창의적 변화는 변방에서 일어납니다. 중심부는 강직한 구조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경기혁신교육은 변방이라는 점에서 그 강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농촌학교 폐교를 막기 위한 노력, 열악한 지역의 학교 살리기 운동, 작은 학교 운동 등이 결합되어 시작된 것이 경기혁신학교입니다. 이제 그 역사가 10여 년이 되어가며, 전국 단위로 확산되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혁신학교에서 학교 혁신으로 공교육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학생 중심의 교육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변방이 중심부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를 통해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바꾸고 수업 현장을 바꾼 경험은 지금까지 그 어떤 교육정책과 교육개혁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세계적인 교육 석학인 앤디 하그리브스가 경기혁신교육이 제4의 길과 유사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습니다. 미래 사회의 변화를 준비하고, 새로운 교육이 정착될 수 있는 교사 주도 교육개혁 운동이 바로 혁신학교 운동입니다. 전국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보편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율곡교육연수원장으로 계실 때 혁신 교육관을 중심으로 펼친 교원 연수 방식이 교사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어떤 정책 방향이 필요할까요?

교육변화의 주체는 교사입니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발성, 헌신성이 없다면 절대 현장은 변화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가 교육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수 체제로는 불가능합니다. 집합식 연수, 위로부터 내려오는 연수 내용, 현장의 필요와 괴리된 교육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원이 자신의 전문성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동료들과 협업하면서 보완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해 스스로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부터 경기도 율곡교육연수원에서는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안양 혁신관을 준비했습니다.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을 살려 교사들이 도심 속 연수원에서 당일치기 연수를 받을 수 있었죠. 연수원에서 일방적으로 기획해서 운영하는 연수가 아니라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연수를 스스로 기획, 운영하도록 하고 예산 사용 방식에도 자유를 드렸습니다. 여러 전문성을 갖고 있는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전문성을 교환하고 상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연수 프로그램 개발, 수강신청, 운영 방식을 전환시킨 것이죠. 그 결과 놀라운 변화를 목도하였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주제가 제시되고, 그 주제와 강의에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호응하여 작년 1년 동안 3기가 운영되었습니다. 성과는 매우 놀랄 만한 것이었습니다. 교원이 연수의 주체가 됨으로써 자기효능감이 높아졌고, 연수의 내용도 매우 현장성이 높고 구체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교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 학교 단위에서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학교 밖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동료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연수 혁신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Power to the teacher!”입니다.

 

작년에 수능평가 방식이 우리 교육계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평가원장으로 갖고 계시는 생각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수능은 분명 개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내외적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 현재 2022년 수능 개편안이 논의되고 있는 줄 압니다. 교육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혀야 할 것입니다. 평가원에서도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입시 개편 방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15 교육과정의 변화, 미래핵심역량, 객관식 문항의 문제점, 상대평가의 문제점 등 다양한 요인의 의미를 검토하며 보다 혁신적인 대입제도 개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장 교사, 시민사회단체, 교육청이 참여하여 현장 적합성도 높고, 교육적으로도 유의미하고, 부차적인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대안 마련이 공동의 작업으로 수행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평가 혁신 없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적 시행은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 현장의 평가 혁신을 견인하고,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있으신가요?

과정중심평가를 확산하기 위해 교사들의 역량 제고를 위한 연구와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평가 방식의 기술적 변화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중심 교육과정에 적합한 다양한 평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인성과 사회성과 같은 비인지적 영역에 대한 평가 방법도 고민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 교육청, 시민사회단체 등과 소통하면서 현장의 요구와 문제점이 무엇인지 우선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절대평가, 수능 개편, 고교학점제 등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일 내에 이루어지거나, 일회적인 정책으로 해결될 성격의 일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교원 역량 개발을 지원하고, 대안적인 평가 방법에 대한 안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평가원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교육과정 재구성과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에 대한 현장의 고민이 높은 현실에서 평가원이 이에 맞는 연구와 지원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도 점검하고 있습니다. 현장 중심의 연구 방향에 대한 지침도 갖고 있습니다. 핵심은 “Power to the teacher!”입니다. 교사들에게 자율 권한을 줘야 합니다. 교사에게 권한을 주지 않고 교육부, 교육청, 교장이 권한을 갖고 있는 순간 모든 것을 외부에서 통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수업, 교육과정, 평가, 학생 지도와 관련해서는 교사들에게 상당 부분 자율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표준화된 교육과정보다 슬림화, 대강화로 갈 수밖에 없죠. 지금은 내용보다 형식에 의해 통제받습니다. 해야 하는 건 100인데 실제 수업에서 30밖에 해결 못하면 진도 나가기 바빠 수업이 통제받게 되죠. 교육과정의 총량을 줄여야 합니다.

 

학교 시험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내신 절대평가를 바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학교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평가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이나 방향성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712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고교학점제 지원센터가 설립되었습니다. 이 센터를 통해서 고교학점제, 절대평가, 과정평가의 모델을 개발하고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학교 간 차이가 있는데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평가도 사실 그 문제는 동일하게 갖고 있습니다. 교사의 전문성, 신뢰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평가방식의 전환에 대해서 연구하도록 하겠습니다. 평가원에서는 각 교과별, 역량별 성취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겠습니다.

다만, 교사의 수업의 질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아 외적 통제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도 현실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교사들에게 완전한 자율 권한을 줄 때 교사 간, 학교 간,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죠. 이를 위해 외부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저는 교사 스스로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한 자율적 역량 신장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의 질에 대한 외적 통제보다 교사 내부의 자율적인 내적 통제가 일어나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교사에게 수업과 교육과정 등에 대한 자율 권한을 주고, 캐나다처럼 교원단체나 전문단체에서 스스로 교원 역량 신장과 수업에 대한 신뢰성 확보, 평가 기준 마련, 평가의 질 관리를 해 준다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사의 자율 권한 신장과 전문성 신장, 신뢰도 향상 등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교원 임용과 관련한 평가원의 권한을 교육자치단체에게 이양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교육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교원 임용 과정을 주관하도록 하는 방향에 동의해요. 하지만 문제는 시도교육청이 권한을 받아서 직접 주관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관련한 업무량이 상당해요. 전문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를 수행하기 위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시도교육청의 요구는 누가 주관하느냐의 문제보다 누구를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평가원과 공유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봅니다. 선발 기준이 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관련이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양성기관인 대학과 선발기관인 평가원, 신규교사 연수기관 모두에서 근무하였는데, 모두 강조하는 부분이 다릅니다. 교육청에서는 현장성이 없다고 불만입니다. 대학에서는 현장의 세세한 내용을 모두 대학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교육의 방향성, 인간에 대한 철학 등을 더 중요하다는 거죠. 선발의 경우 시험 출제를 현장 교사들이 들어와서 하기 때문에 전혀 엉뚱한 문제를 내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험의 특성상 현장보다는 본질적인 내용과 관련된 추상적 개념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죠. 연수의 경우도 현장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갖추어서 현장으로 투입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짧습니다. 교원 양성과 선발, 연수 사이의 괴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는 교사를 선발하자마자 현장에 바로 투입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6개월이나 1년 정도는 인턴십처럼 현장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학생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해서 학교로 내보내는 과정이 있으면 좋습니다. 선발의 과정에서도 교육학과 교과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선발의 기준을 바꿔야 해요. 교단이 학습 엘리트로만 채워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초학력부진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참 쉽지 않은 문제예요. 기초학력이 부진한 이유는 수만 가지입니다. 그중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정서적인 문제예요. 지적인 부족도 있겠지만 문화적 결손, 가정의 지원 부족, 관계 역량의 부족, 학교에 대한 부적응 등 정서적 문제에 주목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국가가 학습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예방하는 적극적 우선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각 부처와 지자체가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위한 통합 지원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학교가 중심이 돼서 초등학교 저학년 단계에서부터 집중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인적 추가 지원, 예산 지원, 학교 관리자의 적극적 관심이 함께 가야 합니다. 어릴 때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없으면, 이후 어떤 정책으로도 학습 격차를 좁히기 어렵습니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평가원의 정책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원장님이 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재직하시는 동안 꼭 하고 싶은 정책 또는 이루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요?

교육부 사업만을 수행하는 곳이 아니라 현장과 소통하는 평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교사들의 고민을 함께하고, 같이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좋은 학교와 그 학교의 교육과정 모델을 많이 개발하여 다른 지역과 학교에 보급할 수 있도록 하고, 효과적인 학교의 특성이 무엇인지 밝히는 작업을 지속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수업 혁신을 선도하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교사운동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교사가 교육개혁의 주체입니다. 좋은교사운동이 교사들의 이러한 의식을 강화하도록 노력해 주시고, 교사 주도 교육개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고 지원하고 정책을 개발하게 하는 압력을 행사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세계 최고의 교원의 질적 수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교사의 전문적 성장을 지원하는 단체이기를 희망합니다.

 

‘Power to the teacher!’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국가 주도의 교육과정에서 교사는 늘 수동적인 존재였다. 국가가 정해 준 교육과정 지침에 따라, 국가가 보내 준 교과서를 들고 가르치기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하면 통하지 않는 교실이 늘어났고, 바뀐 교실에서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교사들이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그리고 교사에게 권한을 줄 것을 요구했다.

세상이 바뀌었다. 정부 기관에서도 교사에게 자율권을 주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대다. 실질적인 자율 권한이 주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래도 외치고 싶다. Power to the teacher!

여기에서 변화의 바람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때 교사들은 그 바람에 제대로 응답하고 있는지 요구받는 시대도 올 것이다. 두렵지만 그 두려움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