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집장 책갈피

교육 재정, 어렵지 않아요

교육 재정, 어렵지 않아요

 

저는 수학이 싫어요. 수학도 저를 싫어했던 것 같아요. 계산이 좀 나온다 싶으면 머리부터 아파요. 돈은 좋은데 돈이 수학적 계산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면 마찬가지로 머릿속이 흰 종이가 되요. 다짐했어요. 결혼만큼은 수에 밝은 사람과 하겠다고. 왜냐하면 장가를 가면 은행에 가서 좋은 조건으로 대출도 받아야 하고, 가정 경제도 계산해야 하니 나보단 셈에 밝은 사람이 낫겠다 싶었던 거죠.

장가를 갔고 제 아내는 수학 교사예요. 그런데 그냥 수학 교사예요. 셈에 밝지가 않아요. 은행 대출도 제가 가서 받았어요. 은행 직원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엄청 땀을 흘렸지요.

올 1월에는 설날이 있네요. 제겐 열여덟 명의 조카들이 있어요. 제가 딸 부잣집 외아들이거든요. 명절이 오면 모태 수학치 저와 셈에 밝지 못한 수학 교사 아내가 계산기를 옆에 두고 세뱃돈 액수 산정을 위해 한참을 고민하지요. 학교 입학 여부, 학교 급별 등등 나름 기준을 세워 세뱃돈의 액수를 정해요.

문제는 이게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다는 거예요. 조카들 중에 중간 중간 졸업과 입학을 하는 녀석들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이 녀석들에게 세뱃돈을 좀 더 주기 시작하면 정확했던 분배 체계에 대혼란이 오거든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외삼촌인데, 새해 첫날부터 돈 가지고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겐 조카들에게 줄 세뱃돈의 액수를 정하는 일이 큰 고민거리예요.

아, 그런데 이번 달 특집을 보면서 세뱃돈에 대한 좋은 통찰을 얻었어요! 이번 특집에서는 지금까지 교육 예산은 얼마를 확보하느냐 즉 액수가 중요한 문제였는데 앞으로는 집행의 효율성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하네요. 저도 이번 설부터는 조카들에게 얼마를 줘야 할지를 고민하지 말고 적은 세뱃돈이라도 조카들이 얼마나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는지를 중요하게 봐야겠어요.

올 설이 저는 참 흐뭇할 것 같은데, 조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려지네요.

희망을 낚는 어부

한 성 준


'편집장 책갈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을 묻는 교실  (0) 2012.02.08
효율에서 공감으로  (0) 2011.12.20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  (0) 2011.11.04
토끼와 거북이  (0) 2011.10.14
회복 :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0) 201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