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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에서 공감으로


효율에서 공감으로

 

2012년 한 해가 저물어 가지만, 따뜻한 커피 한잔에 한 해를 정리해 볼 수 있는 그 잠깐의 여유도 교사에게는 허락되지 않나 봐요. 교사에게 12월은 한 해를 정리하는 달이기보다는 오매불망 방학을 기다리는 일념 하나로 살게 되는 그런 달인 것 같아요. 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면서 말이죠.

미국의 교육 개혁 관련 내용을 다루는 책을 읽다 제 가슴을 울리는 한 구절을 찾았어요. “단일성에서 다양성으로, 수월성보다는 평등성으로, 효율에서 공감으로.” 우리의 학교가, 이 땅의 교육이 이제는 다양성과 평등성의 가치에 좀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효율성을 전제한 경쟁과 통제에서 벗어나 교사와 아이들의 삶에 좀 더 많은 여백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무엇을 위해 달려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동의도 없이 모든 것을 숫자화 된 결과로 말해 주는 그 무서운 효율성 앞에 우리의 학교는 너무 속수무책인 것 같아요. 효율성이란 골리앗 앞에 어디 커피 한잔이 말이나 되는 얘기인가요.

12월.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그 작은 여백도 주지 못하는 학교에서는 커피 한잔의 온기를 느끼기도 어렵네요. 성찰을 유예시키고 겨울 방학에는 또 다른 수월성과 단일성, 효율성으로 밀어 붙일 우리의 학교가 너무나 차갑기만 해요.

선생님, 12월이 가기 전에 효율성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동료 교사들과 따뜻한 커피 한잔하시죠. 저도 독자들과 커피 한잔하면 좋겠지만, 하얀 눈 맞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예쁜 표지 그림이 담긴 12월호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할 게요.

선생님, 따뜻한 커피 한잔 하시죠?

 

희망을 낚는 어부

한 성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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