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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회복 :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편집장만이 누리는 특권이 있어요.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무실 소식을 비롯한 모든 꼭지의 글들을 가장 처음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더 좋은 특권은 그 많은 글들 속에 흐르는 공통된 화두를 맨 먼저 발견할 수 있다는 거고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뚜렷이 잡히는 공통된 화두를 발견할 때면 ‘이것이 하나님의 음성인가’ 하며 혼자 호들갑을 떨곤 하죠.

이번 호의 공통 화두는 ‘회복적 정의’예요. 여는 글에서 김진우 선생님은 회복적 생활 지도를 학교에서 실천해 보겠다 다짐하셨고, 김주화 선생님은 회복적 정의를 학생의 기독교적 배움의 과정과 연결하셨지요. 이봉수 선생님의 시사 수업을 먼저 읽어 보시면, 죄와 벌에 내재된 정의의 개념을 새롭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읽고 나면 특집에서 다룬 수석 교사제가 정말로 학교를 행정이 아닌 배움과 가르침의 공간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지 가늠하실 수 있을 거예요.

새 학기가 시작하는 9월, 우리 주위엔 여전히 회복이 필요하네요. 여름 물난리로 힘겨운 삶을 이어 갈 이웃들, 긴 방학을 보내고 왔건만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아이들, 수련회와 연수로 회복을 몸부림쳤지만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온 동료 기독 교사들. 노르웨이 테러 피해 가족들의 아픔은 또 어찌 회복될지….

회복적 정의가 개인을 넘어 생활 지도와 학교 운영, 아니 국가 운영에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요? 노르웨이 테러 희생자 추도식에서 호콘 왕세자는 “오늘 저녁 거리는 사랑으로 가득 찼습니다. 우리는 잔혹함에는 친근함으로, 증오에는 화합으로 답하기로 결의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회복적 정의란 용어에 낯설어 할 때, 노르웨이는 회복적 정의로 국가를 운영하네요. 참, 이 간극이란….

그나저나 독자들이 사무실 소식만 읽는다는 괴담에 편집장은 오늘도《좋은교사》를 펼쳐 놓고 어디서부터 회복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희망을 낚는 어부

한 성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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