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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교육 정책 불협화음의 지휘자들




홍인기의 교육 정책 뒷담화 3
교육 정책 불협화음의 지휘자들




영혼 없는 공무원

 교육감을 국민들이 투표로 뽑으면서 민선 교육감들은 이전의 관선 교육감들과 달리 교육 정책에 있어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교육감의 색깔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현장 교사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민선 교육감들은 선거 과정을 통해 자신의 교육 정책을 만들고 가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당선이 되면 인수위를 통해 자신의 공약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이다. 교육감 혼자서 모든 정책을 꾸려 나가면서 인사와 재정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교육청의 주요 직책은 정무직이 아니라서 기존에 근무하던 장학사나 장학관을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감이 자신의 철학을 이해하면서 함께 정책을 펼쳐 나갈 사람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비서실과 같이 정무직으로 채용 가능한 곳에 자기 사람을 채용하거나, 주요 보직을 공모제 형태로 전환하여 장학관이 지원하던 자리에도 자격 요건을 낮추어 평교사가 지원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인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생기는 말이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기관장이 바뀌면 새로 바뀐 상급자의 철학을 좇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전에 했던 자신의 주장과 모순된 주장을 펼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작년까지 야간 자습이나 보충 학습 강화를 주장하다가 교육감이 바뀌면 오히려 보충 학습을 완화시키는 공문을 내려 보내는 경우가 발생한다.


음치, 박치, 몸치를 겸비한 지휘자들

 선출직으로 인한 혼란 중의 하나는 아이디어와 명령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다. 관선 교육감들은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해 교육감에 임명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떤 정책이든 쉽게 펼치지 않는다. 선출직 교육감은 관료 출신이 아니라 그런지 다양한 의견 교환을 좋아한다. 문제는 회의 석상에서 함께 의논하고 싶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한 말에 대해 참석한 관료들은 모두 업무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러니 완성도 떨어지는 여러 업무들이 새롭게 발생하고 현장에서는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또 다른 혼란은 기 싸움으로 인한 혼란이다. 새 교육감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책을 수행하려는 집단과 기존 관료들과의 갈등 상황이 정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다. 선출직 교육감들이 시도하려는 정책은 대부분 기존 질서를 깨뜨리는 내용이라 회의를 하면 관료들은 정책 시행의 어려움이나 문제점을 쏟아 내기 마련이다. 관료들이 말하는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여건 성숙에 대한 이야기는 정책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관료들의 방해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정책 시행을 위해 단계를 설정하자는 말은 제한된 임기 안에 실시할 수 없다는 말로 비쳐진다.  결국 의사 결정이 힘에 의존하게 되고 시행 시기도 급박하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혼란의 피해자는 결국 학교 현장이다. 급격한 변화에 대해 가치나 철학이 공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위로부터 떨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방식은 결국 형식이나 결과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실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세상에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정책을 펼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자신이 펼치려는 정책이 어떤 사람들의 손에서 어떤 시스템을 통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의 정책이 우리가 가진 인력과 행정 구조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그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고 전반적인 변화의 이끌어 내는 선한 교육 운동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