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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우리 학교에 근무할 사람을 찾습니다!


학교가 학교에게 3
우리 학교에 근무할 사람을 찾습니다!

이 병 주

학교 언제 옮길 거야?

 평소에 눈여겨보아 온 후배 교사나 주위에서 인정받는 선생님들을 만날 때면 마치 잠자고 있던 비즈니스맨 본능이 되살아나기라도 하듯 내가 근무하는 덕양중학교 이야기를 꺼내면서 혁신 학교에 와서 같이 한번 근무해 보자는 제안을 한다.

 불현듯 이런 제안을 받은 사람들은 이 제안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 도대체 덕양중학교는 ‘다른 학교와 어떻게 다른지, 그 학교에서 근무를 하면 뭐가 좋은지’를 되물어 온다.

 과연 덕양중학교가 교장 공모제 학교 혹은 혁신 학교라는 타이틀을 떠나 기존의 학교들과 가장 차별되는 지점은 무엇일까? 전체 6학급의 소규모 학교, 전체 교직원이라 해야 교장, 교감 선생님 포함 15명에 불과한 학교가 가지게 되는 업무의 과부하라는 불리한 조건 위에서 혁신 혹은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스스로 떠안은 짐들까지 늘 그것들에 치여 허덕이는 삶을 산다. 그러면서도 해가 바뀔 때면 늘 언제 학교를 옮길 거냐는 아내의 질문 앞에서 막막해 한다. 개인적으로는 혁신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여유로움 속에서 더 활짝 꽃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나는 남다른 자부심으로 다른 이들까지 혁신 학교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일까?


거품을 뺀 학교

 덕양중학교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덕양중학교가 가진 최고의 미덕은 교사들로 하여금 기존의 학교에서 가지고 있던 거품을 빼고 과연 학교란 무엇이고 그 속에서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핵심적인 물음 앞에 개개의 교사들을 마주 세운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답답하고 병적으로 굳어져 가는 기존의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그러한 학교의 관행과 관리자들의 부정적인 리더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때로는 투쟁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깨어 있고 꽤 준비된 교사인 듯한 착시 효과를 가져다 줄 때가 있다.

 하지만 덕양중학교에서는 그러한 관리자들의 부정적인 리더십 혹은 부당한 학교의 관행들과 싸우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 없이 바로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길로 직행할 수 있고 자신이 준비된 만큼의 길을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길에 나설 때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여태껏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데 능숙한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수업에 대해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 분명한 콘텐츠를 지니고 살아온 사람이었는지 드러난다.


혁신 학교 교사의 자격(?)

 우리 교사들은 어쩌면 이러한 자신의 ‘드러남’에 대해 거의 공포 수준에 가까운 두려움을 내면 깊이 감추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교사로서의 정체성 및 수업 현실의 드러남이야말로 한 교사를 바닥에서부터 보다 단단하게 세워 가면서 그의 성장을 도모하는 단초들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드러남과 거기로부터 시작되는 성장이 가능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난 호에서 김영식 선생님도 언급한 바 있는 ‘자신의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와 한계까지도 나누고 공개할 수 있는 성장의 동료성’이다. 동료 교사들에 대한 누적된 신뢰와 애정이 쌓여서 구축된 이 성장의 동료성 내지는 전문가적 공동체 문화야말로 덕양중학교를 비롯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대부분의 혁신 학교들이 가진 자산의 거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어느 교사든 그가 만일 자신의 수업에 있어 제대로 준비되어 있고 교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의 드러남에 대해서도 확신이 있다면 그는 그 사람 자체로 이미 길이요 혁신된 존재이므로 굳이 혁신 학교로 들어올 필요 없이 자신이 속한 학교 현장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거짓된 교육 목표들이 판을 치는 학교 현장에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좌절해 본 적이 있다면, 그저 잘못된 것들에 대해 탄식하고 위로하는 수준의 동료성에서 그 이상의 것을 갈망하거나 혹은 그마저도 찾을 수 없어 드넓은 교무실 한 복판에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의 의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덕양중학교를 비롯한 혁신 학교에서 근무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꿈을 꾸면 현실이 되는 학교

 3년째 근무하고 있는 덕양중학교에서 내가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어느 교사이든 간에 그 한 사람이 성장하고 전진한 만큼 학교 또한 그만큼 성장하고 전진한다는 깨달음이다. 어느 학교든 마찬가지겠지만 학교가 워낙 작고 소규모다 보니 이런 현상이 매우 가시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협동 학습, 배움의 공동체, TET(교사 훈련 역할 연수), YQMT(청소년 심성 수련), 희망의 인문학에서 영감을 얻은 창의적 체험 활동, 통합 교과 수업, 생활 규정 개정, 상담 교사와의 간담회, 멘토링, 튜터링, 씨드스쿨 등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그 영역에 먼저 눈을 뜬 개개의 교사들이 안건을 내고 그에 대한 치열한 소통의 과정을 거쳐 발휘된 집단 지성의 결과물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꿈을 꾸면 그것이 곧 현실이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우리 내부에서 스스럼없이 하는 말이다. 교사들이 모여서 꿈을 꾸고 상상을 한다! 물론 그 와중에 사라지는 것들도 있지만 그것을 조금만 구체화시키면 그 꿈과 상상이 학교의 교육 과정과 수업에 있어서 현실로 나타나는 그 재미와 보람이 힘에 겨워도 힘든 줄 모르고 지금껏 우리 공동체를 달려오게 한 비밀이었다. 이런 역동적인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이들의 배움과 수업 혁신을 가장 중심에 두고 다른 일들을 조금씩 내려놓는 숨고르기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혁신 학교는 그 자체로 종착역이 아니다. 나 또한 향후 몇 년 내로 다시 일반학교로 되돌아가서 내가 이곳에서 배우고 성장한 만큼의 분량을 가지고 다른 선생님들과 어울려 볼 날들을 고대(?)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이곳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그리고 나의 가능성에 대해 마음껏 고민하고 실험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다.


이 역동적인 배움과 성장의 공동체에 함께할 사람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