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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교육 정책을 생중계합니다




홍인기의 교육 정책 뒷담화 4
교육 정책을 생중계합니다




교육 정책도 야구 중계처럼

 야구 열기가 뜨겁다. 경기장에 못 가도 모든 경기를 TV로 생중계해 주니 그야말로 야구 천국이다. 야구 중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야구 해설가다. 유명한 해설가들은 투수의 투구 수를 분석하고 이전에 데이터와 투수의 몸 상태를 분석해서 감독이 언제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지 교체하게 되면 누가 나오게 될지 척척 알아맞힌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기의 흐름이나 투수의 투구 패턴, 타자의 타석 위치를 감안하여 타구가 어떤 방향으로 갈 가능성까지 예측해서 수비 위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정말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남자들은 야구만큼 정치 이야기도 좋아한다. 정치 평론에서는 개인적으로 고성국 박사를 좋아한다. 그의 정치 평론을 들으면 우리나라 정치판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는 다른 평론가처럼 전화를 통해 정보를 얻기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수집한다. 선거철에는 선거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많은 정치인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많은 데이터를 한국 정치 지형이라는 상황에 대입해 정확한 예측과 주요 정치인들이 각각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분석해 준다.

 사실 나도 하는 일의 성격만 놓고 보면 ‘교육 정책 평론가’가 가장 정확한 나의 실체다. 여러 단위에서 발표되는 교육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조언하는 위치에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교육 정책 평론가’라 하기엔 선수(?)가 너무 부족하다. 야구도 9명은 있어야 하는데, 가끔은 교육 정책에 대해 해설하다가 운동장으로 뛰어 내려가 혼자서 투수, 포수, 외야수까지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하일성’인지, ‘이대호’인지 구분도 어렵다. 가끔은 하일성이 타석에 들어선 기분이랄까?


이번 교육 정책은 볼이죠, 볼!

 좋은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프로 야구나 한국 정치도 이전에는 많은 정보들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프로 야구의 역사가 발전하면서 선발 투수를 사전에 예고하는 등 다양한 정보 공개 시스템과 선수들의 경기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한국 정치는 그 중요도에 의해 각종 언론 매체에 주요 정보가 늘 공개된다. 이러한 정보 공개의 토양이 ‘평론’이라는 장을 열어 주었다.

평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개와 더불어 평론의 영역 설정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프로 야구 해설가는 프로 경기와 각각의 팀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면 된다. 정치 평론도 여의도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치의 장에 한정하면 된다. 좋은 평론은 일정하게 예측 가능한 평론의 범위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

 ‘교육 정책 평론’이 어려운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추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 정책과 관련한 각종 정보는 국민 전체가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에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보 공개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시점에서 정책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평론의 영역이 너무나 광범위하다.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한 행정부, 교육 관련 법을 제정하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16개 시ㆍ도교육청, 교육 관련 주요 제판을 진행하는 사법부까지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정책에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이해 당사자도 교육 단체, 학부모 단체, 교육 관련 사업자 등 아니 전 국민이 이해 당사자인 경우도 있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내가 맡은 일에 대해 내가 일을 잘하지 못한 핑계에 불과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교육 정책 평론’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의 인식과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프로 야구의 멋진 해설을 보면서, 좋은 ‘교육 정책 평론’이 점점 아쉬워진다. 수많은 교육 정책들이 현장에서 파울이 될지 홈런이 될지 생생한 목소리고 중계하고 싶다. 스투~~ 롸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