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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수업에서 우리는 왜 대화하지 못하는가?


김태현의 수업 이야기 5

수업에서 우리는 왜 대화하지 못하는가?

   

이번은 대전 어은중학교에서 중3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박윤환 선생님을 만나, 수업톡(talk)을 하고 왔습니다. 원래 수업톡은 수업 속에서 배움이 일어난 지점을 먼저 봐야 하는데, 여기서는 수업 속에서 배움이 사라지는 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수업 내용입니다. 수업의 주된 흐름은 다중 지능 이론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 지능과 진로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박 선생님은 주로 EBS 영상을 바탕으로 다중 지능을 설명한 뒤, 학생들이 스스로 다중 지능 검사지를 바탕으로 강점 지능을 찾게 하고,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하셨습니다.

수업을 보면서 선생님이 참 자신감 있고 당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 스스로 내면화된 언어를 사용하여 학생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선생님의 설명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수업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 지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수업에서 영상을 사용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대화하는 지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수업톡에서 선생님에게 영상을 줄이고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 지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두 번째 수업에서 박 선생님은 학생들 사이에 모둠 토의를 시키고, 학생들과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수업톡을 하였습니다.

 

김 : 두 번째 수업은 어떠셨어요?

박 : 두 번째 수업은 첫 번째 수업보다 훨씬 더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김 : 예. 저도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첫 수업에서는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었다면, 두 번째 수업에서는 그런 느낌이 조금은 사라졌어요. 특히 검사 후에 각자의 지능에 맞춰서 학생들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았어요. “오! 제가 저런 인간이구나” 하는. 학생들의 호기심이 제대로 발현되었죠.

박 : 네. 저도 좋았어요.

김 : 그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박 : ‘애들이 하나가 되면 좋겠다. 협력적인 배움을 일궈 내면 좋겠다. 그렇다면 서로를 알아야 한다.’ 저는 늘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 마음에 그냥 학생들을 알아보자는 차원에서 일어나게 했었죠.

김 : 그런데 아쉬운 것은 학생들 사이에 대화의 질이에요. 아직까지 학생들이 친구들과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색해 하는 것 같아요. 두 모둠을 제외하고는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더라고요. 멀뚱멀뚱하게 보고만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어요.

박 : 네. 저도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아이들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질문들과 교과 내용과 관련해서 삶을 나눌 수 있는 질문에 대해 고민했는데, 수업할 때까지도 잘 안 나와요. 그래서 이게 저의 진짜 고민이에요.

김 : 사실 그것은 선생님이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할 부분인 거 같아요. 아이들이 깊은 수준의 대화를 한다는 것은 참 힘이 든 지점이잖아요. 저도 늘 수업에서 그런 고민을 하지만 실패할 때가 많아요. 다만, 토의 과제를 주실 때, 조금 더 깊은 생각이 나올 수 있도록 잘 디자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과제처럼 “네가 어떤 지능일까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봐”라고 발문을 하면, 학생들은 “나는 무슨 지능, 나도 무슨 지능” 하는 사실적 수준에서만 머무르는 대화가 되거든요. 선생님도 “검증해 봐”라는 말을 하셨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증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시지 않더라고요. 좀 더 깊은 수준의 대화가 되려면, 사실 수준을 넘어서는 추론, 비판, 창의적인 생각들을 말하게 해야 돼요. 이것은 좀 더 구체화된 행동으로 말하면 좋아요. 그렇다면 이런 주문을 추가적으로 하면 좋겠죠. “너희가 그 지능이 발달했다고 생각한다면, 삶 속의 실례를 바탕으로 친구들에게 얘기해 봐라.” 그러면 아이들은 조금 더 깊은 수준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거예요.
올해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니 의외로 학생들 수준보다 낮은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앞에 했던 내용을 복습 차원에서 대답하는 단답식 질문이 많은 거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말이 짧아지고 이야깃거리가 적어지죠. 그래서 교사는 미리 토의 과제를 머릿속에서 예상해 두어야 해요. ‘학생들이 내가 던진 토의 과제를 통해 어떤 대화가 오고갈까? 내 발문이 적절한가?’를 미리 예상하고 적절한 토의 과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박 : 그렇군요. 수업을 준비할 때 수업 자료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어떤 도약 과제를 줄 것인지를 많이 고민해야겠어요.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있어요. 토의를 하고 난 후에 어떻게 애들 생각을 모아야 할지 그것도 참 어려워요.

김 : 맞아요. 선생님은 다수와의 대화는 참 잘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생들과의 일대일 대화는 선생님의 수업 속에서는 거의 이루어지고 않더군요. 그렇다면 선생님의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박 : 글쎄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수업이 지루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일괄적으로 혹은 멋있는 말로 정리하는 것을 즐겨하죠.

김 : 그렇죠. 교사 혼자 말하는 것이 편하죠.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되면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여백을 만들지 못하고, 혼자 수업을 하게 되죠. 이때는 좀 더 여유롭게 수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생각하는 과정을 그대로 노출시킬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선생님이 어떤 학생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합니다.
이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면, 학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 내용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요. 단절된 언어를 사용한 거죠. 그런데 이렇게 사용하면 어떨까요?

선생님 : 너는 어떤 지능이 강점 지능으로 나왔니?

학 생 : 언어 지능이오.

선생님 :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이니? 어떤 때에 네 언어 지능이 잘 발현되니?

학 생 : 으음, 책 읽을 때요. 남들보다 책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거 같아요. 그 내용도 잘 말할 수 있고요.

선생님 : 오! 그래.(잠시 생각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사는 학생의 말을 숙고하면서 들어주는 거죠.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마음이 있으면 그 이야기에 저절로 집중하게 되어 있어요. 이런 모습이 여러 학생들에게 노출되면,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그 이야기를 듣게 되죠. 혹시 듣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경청의 자세를 요구할 수 있겠죠. “자 아무개가 중요한 것을 말하는데 한번 들어보자”라고 말이에요.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깊은 대화를 하게 되면, 반 분위기가 저절로 협력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거예요. 물론 많은 변수들이 있겠지만, 선생님이 먼저 다가서게 되면 학생들의 반응도 많이 달라질 거예요.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다음과 같이 학생과 학생을 연결하는 질문을 하면 좋겠죠.

선생님 : 지금 아무개가 언어 지능이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와 동일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손들어 봐.

선생님 : 오! 그래, 병오. 너도 언어 지능이 뛰어나구나. 너는 어떤 경우에 이런 지능이 발현되니?

병 오 : 네. 저는 이럴 때, 언어 지능이 발현되는 것 같아요.

선생님 : 흐음, 그래! 좋아. 그리고….

박 : 그렇군요. 참 사소한 것인데도 자꾸만 내가 준비한 내용만 말하려고 하는 조바심 때문에 이런 세밀한 대화를 놓치는 거 같아요.

김 : 맞아요. 우리가 수업을 위해 영상과 파워포인트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 중에 이렇게 학생들과 섬세하게 대화하는 것이 더 우선인 거 같아요.

 

이렇게 박윤환 선생님과 수업 대화를 하고, 우리는 박 선생님이 앞으로 도전해야 할 수업과제를 아래와 같이 찾게 되었다.

목표 : 대화하는 수업 만들기

1. 선생님이 개별적으로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협력적 배움을 만들어 본다.

2. 학생들 간에 깊은 수준의 대화를 만들 수 있는 토의 과제를 만들어 본다.

‘수업톡’을 통해서 이루는 ‘수업친구만들기’ 어떻게 보셨나요? 현재 박윤환 선생님은 대전에 계신 선생님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이런 ‘수업톡’을 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수업친구만들기’를 운동을 하고 있답니다. 선생님들도 학교 혹은 신앙 공동체 내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정말 친한 사람 1명에게 공개하고, 그 분과 이런 식으로 대화해 보세요. 그러면 선생님의 수업이 바뀌기 시작할 거예요. 수업은 자기 수업을 정확하게 성찰하기 시작할 때 변하기 시작한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cafe.daum.net/happy-teaching을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