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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 만들기

어떤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김태현의 수업 이야기 4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어떤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오늘 수업 관찰은 예전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전에는 수업을 자유롭게 관찰하면서 제가 수업 속에 의미 있는 지점을 찾고, 수업 친구 맺은 선생님과 대화하는 식이었다면, 오늘은 무릎팍 도사처럼 선생님의 고민을 먼저 듣고, 그것을 중심으로 수업을 관찰하는 형식을 가졌습니다. 관찰 선생님은 독수리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최지현 선생님이었습니다. 먼저 선생님의 고민은 이렇습니다.

“학생들이 크게 차이는 있지 않은 거 같은데, A반 들어가는 것과 B반 들어가는 것의 차이가 심해요. A반은 뭔가 수업이 잘되고 기분이 좋은데, B반은 억지로 수업하는 느낌, 그래서 B반 수업할 때마다 참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이번에 저도 수업을 관찰할 때, 선생님의 수업을 총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A반과 B반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일단 선생님의 수업 능력은 굉장히 탁월했습니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관계 맺는 법, 수업 디자인, 수업 방법 등 오랫동안 기독국어교사모임 활동을 하셔서 관록이 묻어나는 수업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반의 수업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일단 결론은 학생 구성원의 기질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A반은 전통적으로 모범적인 학생들이 많은 반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지시에 잘 따르는 아주 순종적인 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반면 B반은 학생들의 에너지가 굉장했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끊임없이 선생님께 질문했고, 그 질문으로 인해서 선생님이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그래서 두 반 수업을 보고 나서 최 선생님과 잠시 아래와 같이 ‘수업톡’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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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 일단 학생들이 진짜 좋아요, B반 학생들도 제가 예상한 것보다 구성원이 아주 훌륭한 거 같아요. 수업 속에서 선생님을 존중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최 : 그런가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B반 수업은 힘들어요. 학생들이 이곳저곳에서 질문하고 그것에 일일이 응수해 주어야 한다는 것에 늘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요.

김 : 결국 B반 수업이 힘든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많은 질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두려움!

최 : 맞아요. 솔직히 아이들의 질문을 끊고 싶어요. 그런데 그러자니 아이들을 무시하는 거 같고, 또 일일이 응수하자니 제 에너지가 소진돼요.

김 :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왜 질문하는지를 생각해 봤어요. 혹시 선생님,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많이 한 것 같은지 기억이 나나요?

    최 : 글쎄요….

김 : 학생들 질문 중에 내용에 관한 질문보다 진행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선생님 다했는데 뭐 할까요?", "이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 맞죠?" 질문이 많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제시한 활동을 빨리하고, 자신이 이미 한 행동에 대해 확인받고자 하는 질문이 많았어요. 이것은 수업에 준비한 활동들이 대체로 너무 쉬었다는 것을 의미해요.
 또 한편으로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의사소통의 과정을 유심히 관찰해 봤어요. 선생님 나름대로 질문을 많이 던지고 학생들이 답하지만, 그것이 수업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이 없었어요. 즉 선생님 혼자서 많은 학생들을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B반에서는 아이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드러나서, 아이들의 생각을 비교하고 서로의 의견을 종합하는 지점이 있었으면 했는데, 선생님이 준비한 수업을 그냥 죽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수업 방법은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었는데, 수업 흐름은 교수자 중심의 수업이었던 거죠.

최 : 맞아요. 솔직히 저는 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종합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요. 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학생이 먼저 이야기하고, 준비하지 않은 내용들을 학생들이 질문하면,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가 힘이 들어요. 그래서 어떤 학생이 좋은 의견을 말하면 '그렇지' 하고 끊어 버리지, 그것을 바탕으로 '아무개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누가 이 생각에 동조하거나 다른 의견을 말해 볼 사람?' 식으로 연결시키기가 힘이 들어요. 아무래도 제 학습 성향이 무엇인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서 자기만의 용어로 수용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기존 지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스타일이어서 학생들이 왜 그런 질문을 던지는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어떤 학생이 자기만의 사고를 펼치면서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참 당혹스러워요.

김 : 선생님이 지금 아주 중요한 지점을 말하고 있는 거 같아요. 예상 외로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내용을 연결하는 ‘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학생과 일대일의 대화를 하고, 그 대화를 전체의 아이들에게 되돌리기 하면서, 수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1차적인 동조나 반대로 대화를 끊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조금만 의식하고 연습하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부분인 거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 말한 도전적 과제도, 우리가 수업 준비를 할 때, 학습자의 수준을 미리 고려해서 한 가지 도전적 과제는 미리 선정하고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그때 학생들의 반응에 맞춰서 수업 진행을 바꿔 가는 여유가 필요할 것 같아요. 조금 더 학생들이 수업 속에 동참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특히 인문 분야 수업에서 자유로운 토의를 통한 사고력 신장이 중요하므로, 교사 스스로 정한 방식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학생들의 생각을 천천히 물으면서, 그것들을 칠판에 적고, 그것을 교사와 학생이 같이 재개념화해서, 또 다른 결론에 이르는, 협력적 교실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이것이 굉장히 힘든 거 같은데, 조금씩 연습하면 수업에 상당한 활력이 생길 거예요.

최 : 흐음. 힘든 일이지만 일단 도전해 봐야겠어요. 그래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조금은 부담스러워요.

김 : 그 학생들은 모둠으로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미리 학생들의 성향에 맞는 모둠을 잘 만들어서 에너지 있는 아이들을 분산시키고, 모둠 안에서 에너지를 쏟게 하는 것이 좋아요. 본인이 혼자 에너지만 쏟지 않도록 모둠 세우기를 잘하고, 적절한 모둠 도전 과제를 선생님께서 잘 고안하시면, 그 학생을 중심으로 모둠이 살아나고, 선생님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종합 발전시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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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런 식으로 수업톡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고민을 먼저 듣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기에, 직접적으로 선생님께 수업 코칭을 해 드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늘 최 선생님이 제안했던 고민의 원인은 선생님의 기질과 반 분위기가 잘 맞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특히 전형적인 ISTJ의 최 선생님으로서는, 창의적이고 때론 도발적인 질문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힘이 들어서, B반 수업하기가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최 선생님께 다음과 같은 도전적 과제를 드렸습니다.

 

1. 도전적 과제를 잘 만들고, 이를 위계화해서 수준에 맞는 활동을 여러 차원으로 구성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적 사고 수준의 활동, 추론적 사고 수준의 활동, 비판적 사고 수준의 활동 식으로 위계화해서 어떤 학생도 놀지 않는 수업으로 구성할 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2. 학생들과 좀 더 높은 수준의 대화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특히 선생님이 어떤 화두를 던졌을 때, 학생들의 생각을 선생님만 듣지 말고, 칠판에 학생들의 생각을 잘 적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과 선생님과 호흡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는 수업을 하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3. 에너지가 있는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풀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모둠 활동으로 만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다른 학생들에게 전파되고 그 에너지가 모여서 반 에너지가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로 가는 식으로 만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 이렇게 말씀 드리고 나서 선생님의 수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전에 최 선생님과 통화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웃으시면서 수업하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1번은 잘되지 않았지만, 2, 3번 과제는 거의 완벽하게 수행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수업이 훨씬 더 깊이 있는 수준으로 연결되고 아이들도 높은 수준의 질문과 대답이 나와서, 수업하는 것이 아주 기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1번 과제, 즉 아이들 수준에 맞는 도전적 과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이 잘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업톡을 통해 최 선생님의 수업이 달라졌다고 하니 제 자신도 마음이 참 기뻤습니다. 선생님들도 수업이 잘되지 않는 반은 '왜 되지 않을까?'를 고민하면서, 동료 선생님께 수업을 한번 봐 달라고 해 보세요. 그러면 예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지점들이 보일 거예요. 앞으로 이렇게 수업을 ‘수업 친구’에게 공개하며 ‘수업톡’하는 '수업 친구 만들기'에 많이 동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