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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 영혼에 불 지르는 사람입니다(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_2016.8)

교사는 

아이들 영혼에 

불 지르는 사람입니다

 








김지철 (충청남도 교육감)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나 천안초등학교, 천안중학교, 천안고등학교를 나왔다. 공주사범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교사로 재직하여, 태안여자중학교, 천안여자고등학교와 천안중앙고등학교, 합덕농공고등학교, 성환고등학교, 덕산고등학교 등지에서 영어 과목을 가르쳤다. 1989526, 전교조 결성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속됐다. 전교조 충남지부 초대 지부장을 지내고 이후 교사로 복직해 천안공업고등학교와 천안신당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교복공동구매 네트워크, 천안학교급식협의회 공동대표, 아이들 건강을 위한 국민연대 홍보대사 등 교육관련 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06731일 치러진 지방교육자치선거에 출마해 충청남도 제1선거구(천안, 아산, 연기)에서 318표로 1위를 차지하며 충청남도 교육위원회 교육위원에 당선되었다. 2009년 충청남도 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10년에는 교육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2014년에 충청남도 교육감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출처: 위키백과)

 

인터뷰·김진우 / 사진·김현경

 

충남교육청’ 하면 비리라는 단어가 연상되는 때가 있었다. 2013년 장학사 시험 문제지 유출 사건으로 교육감이 음독자살 시도를 하고 결국 구속되는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전에도 비리로 인해 세 명의 교육감이 연속으로 낙마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런 오명을 쓴 충남이 현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평교사 출신으로 교육의원을 거쳐 교육감에 선출된 김지철 교육감이 2년 동안 충남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616일 충남교육청에서 만났다. 인터뷰 자리에는 좋은교사운동 회원인 노장권, 김효수 선생님이 동석하였다.

 

좋은교사운동은 작년 교육감 취임 1주년을 기하여 현장교사를 대상으로현 교육감 취임 후 교육청의 관료주의 문화가 얼마나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충남교육청의 종합 점수는 79.4, 순위는 4위로 나타났습니다. 나쁘지 않은 결과입니다. 우리가 조사한 결과는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을 평가한 결과와 다소 상반되게 나옵니다. 교육부는 어떤 정책을 이행했는지에 대한 실적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우리는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교육 본질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했습니다. 충남의 경우 이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보입니다만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학교가 변화한다는 것을 선생님보다는 아이들을 통해 확인합니다. 학교에 가면 놀고 있는 아이들한테 꼭 물어봐요. “학교 다니기가 작년보다 좋아요? 안 좋아요?” 아이들이 좋다고 답하면 왜 좋아요?” 물어보죠. 평가는 단순합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 하기 때문에 정확해요.

통계 수치상으로는 경기도와 충남의 공문 수가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일의 양은 비슷하다 하더라도 신나서 할 수 있는 교육활동이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제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는데요. 선생님들께 작년 재작년에 비해 달라진 것 느끼겠냐고 물어보니 교장선생님 태도가 달라졌다고 해요. 왜 그렇게 느끼느냐면, 교장선생님이 선생님들한테 자꾸만 많은 것을 묻는다는 거예요. 학습공동체도 전체 학교 중에 94%가 한다고 합니다.

저는 학교 현장을 거의 맨날 다니니까, 극성맞은 교육감이죠. 학교에 도착하기 5분 전에 전화하고 방문하곤 합니다. 예전에는 교장선생님들이 당황하시고, ‘나를 물 먹이려고 하나생각했을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저 양반 원래 저러지라는 반응이죠. 특히 시설이나 환경은 제가 좀 꼼꼼하게 챙기는 편입니다. 유치원에서 화장실 가는 길 경사가 가파르면, “좀 위험하겠는데요. 곰발바닥 9개만 붙이면 좋겠는데.” 이야기합니다. 그 후에 반드시 붙였는지 확인해요. 촘촘하게 하지 않으면 다 뻥쟁이에요. 교육감은 정치인보다는 교육자 성향이 더 강해야 해요. 아이들 눈높이로 내려가야하죠.

 

충남하면 비리가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어떻습니까?

그동안은 고위직 간부가 공주교대나 공주사대 일색이었습니다. 이제 많이 섞였습니다. 저는 교육청 직원들에게 목민심서를 사서 드립니다. 목민심서를 요약하면 청렴의 ()’이거든요. 직무 관련 비리 발견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공약했습니다. 이 공약은 이제 타 시도에도 확산된 것 같습니다. ‘도민감사관 제도도 이번에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교육장도 공모제를 실시합니다. 덕분인지 충남교육청이 2년 연속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번에 충청권 교육청이 교차 감사를 실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교차 감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충청권 4개 교육청이 지역 경계를 넘어 감사의 내실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교차 감사인데요. 교차 감사는 하나의 지역에서 감사팀을 구성하여 다른 지역의 기관 또는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가령 충남의 감사팀이 대전의 기관을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 외 합동 감사는 2개 이상의 지역에서 혼합으로 감사팀을 구성하여 하나의 지역 기관 또는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같은 기관 내의 온정주의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교육감에 출마한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이고, 그간 가장 큰 노력을 들인 부분이 무엇입니까?

교사를 하던 중 주위에서 교육의원 출마를 권유했습니다. 약간 등 떠밀려 교육의원을 하게 되었는데요. 하다 보니 의원은 별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의원들 앞에서는예예해 놓고 돌아서면 아무것도 안 합니다. 실제로 무언가를 집행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감으로서 갖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교육의 본질은 성적이 아니라 성장이다라는 거예요. 진학보다는 진로를, 석차보다는 모든 학생이 희망을 갖는 교육을, 학벌보다는 평생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는 학력을 길러주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또 살아갈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줘야합니다.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의사결정 능력, 토론 능력 등을 길러야 합니다. 이를 참학력이라고 부릅니다. 해서 이를 위한 수업혁신에 중점을 두고 교장선생님부터 마인드를 바꾸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혁신, 학급 자치, 학교협의문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를 확산기로 잡고 밀고 나가고 있죠.

 

한편 교육감 직을 수행하며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입니까?

고교평준화를 이루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과정에 곡절이 많았죠. 하지만 학부모, 시민의 74%가 원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의회의 협조를 얻어내었고, 고교평준화 조례 찬성 의견이 65% 이상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꼭 수행하고 싶은 과제는 무엇입니까?

가칭 학교인권조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넘어서 학교의 각 구성원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교사, 학생, 학부모의 권리를 균형 있게 규정하자는 것입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인데요. 2010년에 토론하면서 크게 무리가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업혁신, 학습공동체를 강조하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수업에 관한 기술을 전수하거나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것을 강조함으로써 실제 교육적 사유를 하게하고 성찰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교사가 수업에 자신을 가지면 아이들에게 무시당할 일이 없어요. 웃으면서 하는 수업에서 대걸레 폭행이 나올 수 없다고 봐요.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이 될 때,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가르침 비중을 줄이고 아이들의 배움을 늘릴 때, 배움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 질 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아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사는 영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야 합니다. 학생들이 보기에 선생님이 좀 어벙해보일지라도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교내에서 선생님을 때리는 등 교사의 인권이 짓밟히는 일이 일어날 수 없을 겁니다. 가정방문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학교생활도 잘 하는 학생 말고, 정말 선생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할 필요가 있어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의 만남은 인간 대 인간이 민낯으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최근 서울에서 학원 심야영업시간 연장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은 학원의 심야영업 제한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기고, 휴일에는 학원도 쉬도록 하는 학원휴일휴무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원에서 밤 10시가 넘도록 심야영업을 하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충남 역시 학원 심야영업 제한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길 필요가 있죠. 하지만 도의회의 협조를 받아야 가능한 부분이라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심야영업 제한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보니, 서울 같은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제한시간을 더 늦추라는 압력을 받기도 하죠. 때문에 전국적으로 제한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학생들의 학습노동은 과도한 수준입니다. 방학과 휴일을 학생들에게 보장하는 것이 학생들의 신체적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학원업계의 목소리가 크지만 학부모단체, 교원단체들도 힘을 모으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감님 개인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학창 시절 잊지 못할 스승님이 계셨는지요?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바로 지난주에 돌아가신 스승님이 계세요. 1969년도에 지금으로 치면 수능이죠, 예비고사를 쳤어요. 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어려우니 서울대가 아니면 원서를 안 넣어주신다고 하셨어요. 완강하셨죠. 저는 대학을 못 갈 거라 생각해서 학교에도 며칠 안 나가고 동네 형들 쫓아다니며 택시 운전을 해보려 했죠. 그러던 제게 역사 선생님이 찾아 오셨어요. “야 인마, 너 고등학교 들어올 때 신문에도 이름나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졸업하는 게 말이 되냐말씀하시면서 원서비를 내주시고 대학 원서를 써 주셨어요.

저는 당시 가난 때문에 반항심이 있었어요. 서울로 가고 싶은데 못 간다는 것에 대한 원망도 있었죠. 술 먹고 심란하게 살고 있었는데, 선생님 말씀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들어갔어요. 서인경 선생님이라는 분입니다. 나중에 선생님의 두 딸을 제가 가르쳤어요. 묘한 인연이죠.

선생님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뵈려고 하니까, 선생님은 제대로 대화도 나눌 수 없으니 제가 오는 것을 반대하셨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통곡을 했지요. 서인경 선생님의 영향으로 저도 교사 시절 돈 없어서 수학여행을 못가는 아이들 사비 털어서 수학여행비 내 주기도 하고, 그런 교사로 살 수 있었습니다.

 

교사 생활하실 때 특별히 노력했던 부분이 있었나요?

생활기록부 뭘로 쓰세요? 저는 대학노트에 1번부터 마지막 번까지 아이들에 대해 매일매일 서너 줄씩 썼어요. 술이 떡이 되도록 먹고 들어가도 꼭 쓰고 잤죠. 80년 광주민주화항쟁 때 어떤 분이 고문을 받는 중에 제 이름이 나와서 수업하다가 끌려가서 조사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그 노트를 모두 없앴죠. 제가 이렇게 아이들에 대해 기록해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제가 해직되었을 때 그걸 책으로 만들어 팔면 돈이 좀 되었을 거라고 했어요.

저는 꼭 담임을 하고 싶어 했어요. 학급문집 만들고, 벽신문 만들고, 두레 활동하고, 뒤뜰야영도 했어요. 학부모들이 계속 담임 해달라고 그랬죠. 담임수당 나오면 그걸로 책 사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읽고 토론했어요. 선생님들과도 독서모임하고 학부모, 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도 하고 아주 재미있게 지냈어요.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의 과중한 업무 현실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 답이 안 보이는 문제이지만 노력 중입니다. 교사는 무엇보다 수업과 아이들 관계 속에 있어야 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존재여야 하잖아요. 선생님이 학생들 인생에 결정적인 한 사람이 되었

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영혼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 교사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저 교과 지식으로만 아이들에게 말 건네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 선한 영향을 주는 귀한 사람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좋은교사운동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이 있습니다. 매달 오는 <좋은교사>도 잘 읽고 있습니다. 교육 현안에 대해서 현실적인 대안을 잘 제시해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회복적 생활교육 등 깊이 있는 글들은 정말 좋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의 수업코칭연구소가 교육청과 협력해서 연수도 같이 개최해 주길 당부 드립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교사가 모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간교육을 실현하는 운동에 보다 큰 역할을 해 주시기를, 저 역시 같은 신앙인으로서

기대합니다. 충남에는 좋은교사운동 회원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충남에도 회원 확대 운동이 더 적극적으로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사랑이란 먼저 우산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김지철 지음)을 읽었다. “사랑이란 소나기가 내릴 때 먼저 우산 속에 들어가지 않고 배고플 때 제 입에 먼저 음식을 가져가지 않는 것 이란다.” “내 교단 경험상 야영 나가서 학생들이 밥을 먹거나 말거나 먼저 숟가락을 드는 교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간중간마다 교사로서의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 있는 것을 느꼈다. 교사 시절부터 학생들과 부대끼며 그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마음을 쓰며 살아왔던 마음이 현재 교육감으로서 위치는 바뀌었지만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는 것같다. 이것이 교사 출신 교육감이 지닌 강점이 아닐까? 현장의 중요성을 알고 현장의 변화를 위해 교육의 본질을 살리려는 철학이 구체적 정책으로 잘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