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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 협력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입니다(서경혜 이화여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_2018.9)

교사학습공동체,

협력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입니다

 

서경혜(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서경혜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밀워키캠퍼스(University of Wisconsin Milwaukee) 교육대학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다 2003, 10년여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와서 올해로 15년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육과정 전공이고 교사교육과 질적연구방법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에 돌아와서 교사학습공동체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왔고 2015년에 교사학습공동체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인터뷰·사진 김영식, 송하영, 한성준

 

 

학교,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학교에 대한 우리들의 상상력은 어느 만큼일까? 학교가 교육이 아닌 행정을 하는 곳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 혁신학교 운동을 타고 이젠 제법 익숙해진 용어, 교사학습공동체. 그렇다면 우리의 학교는 정말로 교사 전문가들의 학습공동체로 변해 가고 있나? 교사학습공동체 또한 학교 실적의 하나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교사학습공동체를 오래 연구하시고, 학교에 대해 다른 상상력을 가지고 계신 서경혜 교수님을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교수님께서 현장 교사들이 운영하는 교사학습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교사학습공동체, 교원학습공동체, 전문적학습공동체, 배움의공동체 등 다 비슷비슷한 말 같아요. 이들 개념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는지요?

한국에 돌아와서 교사교육을 바꿔 보고자 어설픈 시도를 많이 했었습니다. 사범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과연 이 길이 교사를 키우는 데 최적의 길인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교과 내용 지식 위주의 교사 양성 교육과정, 주입식 강의, 실습이라고는 고작 한 달, 그렇게 교사자격증이 수여되고, 교원임용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인강에, 학원에, 세상과 담 쌓고 혼자 시험 과목의 내용들 달달 외워 가며 그것도 몇 년씩 그렇게 시험공부를 해야 교사로 임용될 수 있다는 게, 그게 과연 교사를 키우는 최적의 길인가. 최적은커녕 이렇게 교사를 키워서는 안 된다 생각을 했고 그래서 바꿔 보고자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의욕만 넘치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어요. ‘처음 와선 다 그래’, ‘누군 안 바꾸고 싶어서 이러고 있나’,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여기서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학교 현장에 나가 보자, 그 길을 직접 걸어 본 교사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장 교사들과 대안을 찾아보자, 그렇게 학교 현장에 나오게 되었고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우리 학교 현장에서 일고 있는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 용어들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용어 외에도 전문가학습공동체(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 실천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 탐구공동체(Inquiry Community) 등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두하게 된 배경과 강조하는 점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기존 학교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일 겁니다. 학교의 교사 조직은 행정업무 중심으로 조직되어 관료주의적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 개인주의, 불간섭주의, 고립주의의 문화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상명하복의 관료제적 구조 속에서 각자 알아서 독립적으로 교직을 수행합니다. 관리자 측면에서 볼 때, 교사들이 위계적 수직관계 속에서 각자 자신의 교실에 갇혀 고립된 개체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그 책임 소재를 더 분명히 할 수 있고 교사 통제 또한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또 교사 측면에서 볼 때, 내 수업, 내 학생들에게 전념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고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자기가 제일 잘 알기에 서로 참견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것이 도의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 교직의 관료주의, 개인주의, 불간섭주의, 고립주의는 학생의 학습을 단편화, 파편화 시킵니다. 40~50분 단위로 쪼개지고 과목별로 토막 낸 시간표에 따라 교사들이 순서대로 한 명씩 들어와서 교과 내용을 쏟아 붓고 나가는 방식으로, 마치 공장의 생산라인처럼, 학생들의 학습을 왜곡시킵니다. 학생을 중심에 놓고 학습을 지원하는 교육이 아니라, 교과를 중심에 놓고 교수의 편의와 효율에 치중한 교육인 거죠.

교사들의 학습공동체 운동은 종래 관료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인 학교 구조와 문화를 타파하고, 학생들의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도 지원하기 위하여 서로 협업하며 함께 끊임없이 전문성을 향상시켜 나아가는 교사들의 학습공동체로 학교의 교사 조직을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이 같은 방향성과 지향점이 교원학습공동체, 전문적학습공동체, 배움의공동체 등 지금 학교 현장에서 일고 있는 여러 다양한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사들끼리 이런 농담을 합니다. 전문적이지도 않고, 학습하지도 않고, 공동체는 더더욱 아닌데 교육청에서는 이를 전문적학습공동체라고 부른다고요. 원래의 뜻대로 잘 운영되는 전문적학습공동체도 있고, 정반대로 운영되는 전문적학습공동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 운영되고 있는 전문적학습공동체의 공통된 특성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자칫 교사학습공동체를 어떠한 틀로 규정하고 마치 감별사처럼 판별하는 것처럼 들릴 위험도 있어 답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은 학교의 교사 조직을 전문가들의 학습공동체로 다시 세우기 위한 노력입니다. 따라서 학교의 상황과 구성원들, 여건과 역사 등에 따라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은 다양한 모습과 양상을 띨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다양성을 꿰뚫는 그 무엇이 있다면, 학교의 교사 조직이 교사학습공동체로 다시 세워졌다라고 했을 때 나타나는 특징으로, 첫째 교사들의 자발성을 꼽고 싶습니다. 교사들이 교사학습공동체가 필요하고 해 보겠다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로는 협업문화를 꼽고 싶습니다. 교사들이 종래 개인주의, 불간섭주의, 고립주의에서 탈피, 서로의 교육 실천을 공개, 공유하고 서로 협력적으로 가르칩니다.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것에서 수업지도안을 함께 짜고 나아가서 학년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계획, 운영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의 협업은 다양한 모습을 띱니다.

셋째로는 집단자율권을 꼽고 싶습니다. 종래 행정업무 중심의 교사 조직, 위계적 구조와 상의하달식 체계에서 탈피, 학교 교육활동에 관한 결정권을 관리자와 교사들이 공유합니다. 학교의 교육 활동에 대해 교장과 교사들이 함께 논의하고 공동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협력적으로 실행하는 집단자율권을 발휘하는 겁니다.

넷째, 마지막으로는 집단전문성을 꼽고 싶습니다. 교사 혼자 공부하고 연수를 듣고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며 개인 수준에서 전문성을 개발했던 방식을 넘어서서 교사들이 서로 가르쳐 주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함께 학교교육의 문제를 연구하며 해결하며 집단전문성을 개발합니다. 교사 개개인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력과 능력을 가진 교사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자유롭게 교류, 공유하며 공동의 전문성을 개발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교육청들이 교사학습공동체를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교육청의 교사학습공동체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개선할 점은 무엇일까요?

교육청에서 교사학습공동체는 이러이러한 것이니 이러이러하게 해라라고 해서 한다면 그거야말로 무늬만 교사학습공동체가 아닐까 합니다. 교사들의 자발성 없이는 교사학습공동체는 껍데기일 뿐, 아마 이전의 여러 학교개혁안들처럼 교사들을 강제하고 억압하는 또 하나의 기제가 되겠죠. 교사학습공동체 연구를 하며 이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사학습공동체를 하고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교사학습공동체를 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가 하던 교사학습공동체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해 온 교사학습공동체를 살려서 그것을 잘 키워서 더 발전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것이 교사학습공동체 정책의 취지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것을 죽이고 새로운 것을 위에서 꽂는 것이라면 실패한 정책이 되겠죠.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들을 가서 보면, 기존 학교 조직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종래 학교의 교사조직에 대해 이렇게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교사들이 그간의 교직생활을 통해 절실히 느끼고 있고, 교사학습공동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학교의 교사 조직을 교사학습공동체로 다시 세워 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 믿음, 의지를 공유하는 교사들로부터 시작해서 실제 해 보니 동료 교사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많고, 자신의 수업도 더 나아지고, 무엇보다 학생들도 달라지고, 이러한 변화의 경험이 교사학습공동체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끔 하는 힘이 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이러하면 교사학습공동체를 만들 수 있고 성공시킬 수 있다는 지침이나 매뉴얼보다는 교사들의 마음속에 있는 우리 학교교육에 대한 문제의식, 그 대안에 대한 갈구, 더 나은 교육을 하고 싶은 의지에 불을 지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교사학습공동체와 교사의 성장 과정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에 속하면 교사로서 훌쩍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늬만 교사학습공동체가 많아서 그런지 훌쩍 성장은커녕 혼자 숨어서 훌쩍 우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 안에서 교사의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나요?

앞서 집단전문성을 언급하였는데,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은 교사 개인의 성장은 물론 교사 집단의 성장을 추구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 내 개인적인, ‘사적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성장 욕구를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더 배우고 싶은 욕구는 물론이고,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추구합니다. 즉 배움으로 만족하는 성장을 넘어서서 실천의 향상을 추구하는 성장이라는 것입니다. 내 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배움으로까지 나아가는 전문가의 배움입니다. 전문가로서 교사의 배움은, 내가 배움으로써 학생들의 배움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배움입니다. 이처럼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개인의 사적인 성장뿐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추구합니다.

나아가서 이러한 개인적 수준의 성장은 물론이고 공동체 공동의 성장을 추구합니다. 이것은 전통적인 교사의 학습과 성장에 대한 문제 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교사 혼자 고군분투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고립적 학습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일방적인 지식 전달 위주의 현직 연수의 제도화된 학습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교사의 전문성이 교육부에 의해 중앙 집권적으로 규정, 통제, 관리되고, 교사에게 필요한 전문 지식이 대학 교수나 연구원들에게 독점적으로 생산되고, 교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형성, 발전시키는 전문성은 무시되거나 저급으로 취급되고, 인정받지 못한 채, 동료 교사들과 공유되지 못한 채, 후배 교사들에게 전수되지 못한 채 교육 현장에서 사라져 왔던 관습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그 대안으로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의 학습과 성장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을 제시합니다. 교사학습공동체에서는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교류, 공유하며 공동의 전문성을 개발합니다. 고참은 가르치고 신참은 배우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또는 전문성의 경지에 올랐다고 배움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고참이든 신참이든, 고경력자든 저경력자든 또는 전문 분야가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합니다. 학자들에 의해 생산된 지식을 습득, 축적하고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전통적 방식이 아니라, 교사들이 서로의 교육 실천을 공개, 공유하고 함께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탐구, 이를 실천에 옮겨 그들의 교육 실천을 끊임없이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즉 교육 실천에 대한 공동 연구를 통해 개개인의 전문성은 물론 공동체 공동의 집단전문성을 개발합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구성원의 창조적인 업무 수행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 형태를 학습 조직 형태로 바꿨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학교 조직을 학습 조직을 중심으로 재조직화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요? 학교 조직을 학습 조직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990년대 미국 기업에서 학습 조직 운동이 일면서 학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우리 한국 교육계에서도 2000년대 학습 조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고 관료주의적 학교 조직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학습 조직의 대표적 학자인 센게이(Senge)는 학습 조직을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창출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신들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새롭고 폭넓은 사고방식이 길러지고, 공동의 열망이 자유롭게 추구되고, 구성원들이 총체적 안목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는 조직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조직이 그렇지 못합니다. 역량을 키워 주기보다는 소진시키고, 새로운 사고는 불응으로 또는 조직을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동의하지 않는, 때로는 동의할 수 없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눈앞에 떨어진 일에 파묻혀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합니다.

학교 조직을 학습 조직으로 혁신하기 위한 노력은 학교를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곳으로 다시 세우고자 한다는 점에서 학교 단위 교사학습공동체 운동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과거 학교에서는 교사의 학습과 실천이 분리되었다면, 예컨대 교사의 학습은 방학이나 방과 후에 학교 밖에서 주로 연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학교에서는 그렇게 밖에서 배워 온 것들을 적용하는 식이었다면, 학습 조직 운동이나 학교 단위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은 교사의 학습과 실천을 분리하지 않고 학교를 교사 학습의 장이자 실천의 장으로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학습과 실천이 학습 조직 운동의 경우 조직 차원에서,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의 경우 공동체 차원에서 협력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수업 공개 및 수업 나눔이 그러합니다. 교사들이 서로 수업을 공개하고 서로의 수업에 대해 함께 논의하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함께 개선안을 탐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나누고 함께 공동 연구를 하며 교사 개개인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교사들 공동의 집단전문성을 향상시키고 그리하여 학교의 교육력을 제고합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공동 개발과 운영 등 현재 학교 현장에서 일고 있는 교사들의 협업 노력이야말로 학교 조직을 학습 조직으로 혁신하는 데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학교 단위 교사학습공동체 운동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 생각하는데, 과거 교사의 학습과 실천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과 개인주의적 접근에서 탈피, 학교를 교사들이 가르치면서 배우는 장으로, 자신의 교육 실천을 서로 공개, 공유하고 함께 탐구하며 그들의 교육 실천을 끊임없이 혁신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장으로 다시 세우고자 하는 노력이며, 그 핵심이 교사들의 협력적 실천과 협력적 학습, 협력적 탐구, 즉 협업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단위에서 교사 학습 동아리 운영과 학교 전체를 학습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좀 다른 차원인 것 같아요. 교사학습공동체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한 개인과 한 학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을 연구하며 교사 동아리에서 교사학습공동체로 확장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또 반대로 교사 동아리가 학교에서 마치 섬처럼 교사 대부분으로부터 고립, 소외된 사례도 많이 보았습니다. 사실 그 요인도 학교마다 다양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것을 찾자면, 성장의 경험인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성장의 욕구가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채워졌을 때, 성장의 기쁨을 맛본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계속해서 하고 또 동료 교사들도 이러한 기쁨을 맛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동료 교사들의 참여를 독려합니다. 그래서 교사 동아리를 교사 전체로 학교 단위의 교사학습공동체로 확산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어떠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교사라면 누구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성장의 욕구에 관심을 갖고 동료 교사들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동료 교사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학교의 교사 전체가 참여하는 교사학습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교사학습공동체를 한 해 동안 어떤 주제로 활동할지 정하고 내용을 채우고 운영하려면 좀 더 혁신 마인드가 있는 리더가 있으면 효과적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를 주도해 갈 혁신 리더는 어떻게 양성할 수 있을까요?

교사학습공동체가 수평적 협력 관계를 강조하기 때문에 마치 리더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기존의 전통적인 리더십과는 다른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과거 학교에서 리더십은 교장, 즉 관리자가 발휘하는 행정적 리더십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사학습공동체에서는 그 이상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교사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 학교 조직을 교사학습공동체로 다시 세우고자 한다면, 교사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교사 리더가 필요합니다. 이때 학습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연수를 받고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 받는 식의 전통적인 의미의 학습을 넘어섭니다. 따라서 종래 이른바 학교 리더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그저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교사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교류, 공유하며, 서로 협력적으로 그들의 교육 실천을 탐구, 혁신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사 리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사 리더는 학교 현장에서 키워집니다. 몇 개월짜리 연수를 듣고 자격증을 받았다고 교사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도 지원하기 위하여 동료 교사들과 협업하며, 동료 교사들의 배움에 관심을 갖고, 동료 교사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동료 교사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으며, 그렇게 교사 리더로 성장합니다. 따라서 교사 리더를 키우고자 한다면 먼저 학교 현장에서 교사 리더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협업 구조와 문화, 권한 위임, 리더십의 공유 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교사 리더들을 발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고, 각 학교의 교사 리더들을 연결해 주는 교사 리더 네트워크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혁신학교가 많아지면서 혁신학교의 질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의 유지와 발전, 가치 전승을 위해 꼭 염두에 둘 것들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교사학습공동체 연구를 하며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을 하시는 선생님들께 늘 드리는 말씀이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이 우리 학교교육의 역사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제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1800년대 후반 대중 교육기관으로 학교가 생긴 이래 학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흡사 컨테이너 박스들을 일렬로 늘어놓은 듯 단절적이고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수십 명씩 집단화되어 칸칸이 나누어진 교실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교사들은 제각기 각자의 교실에서 혼자 수십 명의 학생 집단을 가르칩니다. 이 같은 학교 구조 속에서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개인주의, 불간섭주의, 고립주의 문화가 형성되어 학교 조직에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은 이렇게 몇 백 년에 걸쳐 유지되어 온 학교 구조와 문화에 대한 혁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주체가 되어 함께 힘을 모아 배움을 학교의 중심에 다시 세우고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서로 협업하며 함께 끊임없이 전문성을 향상시켜 나아가는 전문가들의 학습공동체로 학교 조직을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이 같은 역사적 의미와 의의를 가진 혁신 운동을 옆에서 가까이 지켜볼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고 선생님들의 혁신 노력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학교에 대한 다른 상상력은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결핍, 학교 현장에서 넘어져 본 경험, 의미 있는 실패. 내 삶을 돌아보면 그 지점들에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실천으로 옮기고 지속하게 했던 것에는 나와 같은 실패(?)를 가진 사람들이 옆에 같이 있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은 시대를 거스르는 이 운동을 옆에서 지켜보는 기쁨과 작은 보탬을 마지막으로 이야기하셨지만, 그렇지 않다. 교수님은 이 운동의 중심에 서 계시고, 현장의 교사들과 함께 어깨를 두르고 힘차게 달려가고 계신다.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며 교수님과 함께라면 한국교육을 바꾸는 일이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될 것 같은 든든함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