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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전환을 이루어 내는 삶의 교육을 해야 합니다(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 단장_2018.11)

 

 

 

 

 

삶의 전환을 이루어 내는

삶의 교육을 해야 합니다

 

 

 

 

 

 

안해용(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 단장)

안해용 단장은 17개 시도교육청 중에 경기도교육청에만 유일하게 있는 학생위기지원단의 단장으로 일하고 있다. 학생위기지원단을 통해 위기 학생의 개념과 범주를 정의해서 이들을 체계적이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일과 현장의 필요를 채워 주는 다양한 활동으로 위기 학생들을 실제적으로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인터뷰·사진 _ 한병선 김영식, 최경희, 한성준

 

 

내 팔을 보고서 날 위해 약값을 줘 봐.” 랩 경연 TV 프로그램인 <고등래퍼 2>에 출연한 한 출연자가 했던 랩의 한 구절이다. 자해를 미화했다고 해서 한동안 인터넷이 떠들썩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현장에서 자해가 마치 놀이처럼 번지고 있고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자해라는 말로 검색을 해 보면 수백, 수천의 사진이 올라온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교사로서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답답한 마음에 좋은교사운동에서 위기 학생 문제를 잡고 씨름하고 있는 최경희 선생님과 함께 안해용 단장님을 만나러 갔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은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고, 일선 학교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에 학생위기지원단을 운영하는 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이 유일합니다. 위기 학생의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위기 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대처 방안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육청 차원에서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위기 학생 관리와 지원을 정책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돕고자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위기지원단에서는 자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교에 찾아가 사안 처리 지원과 상담 지원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교사 연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기 학생 지원을 위한 컨트롤 타워로서 도교육청뿐만 아니라 각 지역교육청과의 네트워크 작업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위기 학생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궁금합니다. 어느 정도의 학생들을 위기 학생으로 봐야 할지요? 학급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 심각하다 느껴지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요.

위기란 어떤 상태의 안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정세의 급격한 변화 또는 어떤 사상의 결정적이고도 중대한 단계입니다. 위기가 내포하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위험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의 양방향 사이에서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시기, 즉 위험과 안전의 기로에 서 있는 분기점을 뜻합니다. OECD에서는 위기 학생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직업을 갖거나 성인으로서의 삶을 성취하지 못할 것 같은 청소년, 그 결과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청소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정의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은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입니다. 위기 학생을 정의할 때 그 위기는 1차적으로는 학교 안에서 생활할 수 없어 학교 밖으로 나가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학생이 학교 밖으로 나가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위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학교 밖으로 나갈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위기 학생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위기 학생을 가정, 정신 건강, 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로 학업 중단의 위험에 처해 있거나,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어렵게 하는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학생으로 정의합니다.

아울러 위기 학생의 요인에 따른 범주를 학교 폭력, 아동 학대, 장기 무단결석, 학업 중단, 정신 건강,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및 청소년 도박 중독, 자살(자살 시도) 및 자해, 다문화탈북 학생,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등의 9가지 범주로 유형화하고 있습니다. 이 유형을 모두 포함했을 때 전체 학생 대비 29.7%의 학생을 위기 학생으로 보고 있습니다.

 

OCE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꽤 오래 우리나라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위기 학생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요?

조금 잘못된 정보입니다. 한국이 OECD 국가 중에 전체 자살률이 1위인 것은 맞지만 청소년 자살률이 1위인 것은 아닙니다. 2010년 통계 자료를 보면 OECD 회원국의 15세에서 19세의 청소년 자살률은 10만 명 당 6.2명으로 OECD 평균인 6.8명보다 약간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1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한국의 전체 자살률은 최근 3년 동안 점차 줄고 있는데 10대 청소년 자살률은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자살도 문제지만 올해 핫 이슈는 자해입니다. 자해도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작년에 경기도교육청에 접수된 자해 사건이 182건이었는데 올해는 거의 10배쯤 많아졌습니다. 보고된 것만 이만큼이니 보고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학교 현장에서는 자해 문제가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앞에서 9가지 유형에 포함된 위기 학생이 전체 학생의 29.7%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터넷 중독 학생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다문화 학생과 탈북 학생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 지역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대다수에 다문화 학생들이 있습니다. 다문화 학생이나 탈북 학생은 우리 학생위기지원단의 활동과 함께 사회복지나 상담,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과도 연계하여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다문화 학생은 아동 학대와도 많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인 자살률에 있어 탈북자의 자살률이 일반 성인의 자살률보다 2.5배 이상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 노출된 위기 학생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지역 사회와의 협력과 네트워크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위기에 직면한 학생들을 돕고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가는 교육 여건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양한 접근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자살률이 최근 3년간 40%씩 증가하게 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원인은 성적 압박입니다. 최근 5년 통계를 보면 고3 자살이 많습니다. 시기적으로 3월이 많습니다. 3월에 집중될까요? 3월에 모의고사를 보거든요. 우리의 교육을 보면 학생들이 받는 성적 압박이 큽니다. 전교에서 3등을 하는 고3 아이가 1학기 기말고사 첫날 시험을 망치고 그날 저녁에 자살을 선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고, 자사고 아이들이 시험 기간에 자해를 하는 경우는 아주 허다합니다. 명문대 진학과 대학 졸업 후 좁은 취업문을 우리 아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시험을 망치면 자신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정적 요인도 큽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안정감을 누리지 못하는 시대가 이미 와 있습니다. 가정 해체율이 너무 높습니다. 가정 안에서의 정서적 지지 체계가 붕괴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있는 아이들은 극단적 선택에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아이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살아갈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니까 자살을 선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이대로 성적 압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성적이 낮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가정의 지지 기반이 무너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로 계층화 되고, 계층 사이의 사다리가 없어지는 걸 우리 아이들이 보는 겁니다. 아이들이 이걸 보고 그냥 손을 놓아 버립니다. 고등학생의 자살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자살 선택 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작년에 경기도교육청에 34건의 자살 사건이 보고되었는데 그 중 3명이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요즘 갈수록 청소년들의 발달 단계가 빨라지거든요. 사춘기가 빨리 오면서 아이들이 가치 체계를 세워 가는 과정에서 성인들의 가치 체계가 조기에 유입됩니다.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요인은 충동성에 있습니다. 사춘기가 빨리 오면서 초등학생들의 충동성 자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역적인 면에서도 자살률을 분석했는데요. 신도시 지역의 자살률이 더 높았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 25개의 지역교육청이 있는데 올해 사건을 분석해 보면 신도시 지역에서 자살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정적 도시보다 신도시의 아이들의 지지 체계가 더 약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에서 마을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지역에 새로운 아이들이 전학을 와서 안정을 이뤄 가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으니까 심리적 지지 체계가 더 쉽게 무너지는 것입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조회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손목을 내밀게 해서 자해를 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고 합니다. 자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자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손목 검사를 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방식입니다. 굉장히 위험한 방식입니다. 이건 정말 자해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손목을 검사한다면 이제 아이들은 허벅지나 목 부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자해를 하게 됩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자해하는 학생들을 돕는 가이드북을 만들어 교사들을 상대로 연수를 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고 제대로 교육해 주는 곳도 없습니다.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와 자해를 선택하는 아이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뇌 구조와 심리적 기제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므로 이 둘은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에 청소년 자해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청소년 자해 이유를 밝히는 외국 연구를 번역해서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연구도 부족하고 이 아이들을 도울 방법도 없는 상태입니다.

자해를 한 아이가 있다면 먼저는 아이에게 죽을 생각으로 한 거니? 그냥 한 거니?” 하고 물어야 합니다. 아이가 죽을 의도성이 있었다면 이 아이는 자해가 아닌 자살 시도로 보아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죽음의 의도성이 없는 자해를 한 아이들에게는 치료적 개입이 효과가 없습니다. “자해하고 나니 기분이 어때?” 하고 물었을 때, 기분이 좋아졌다, 살아 있음을 느꼈다, 스트레스가 풀렸다 이런 답을 한다면 전형적인 자해 학생입니다.

올해 자해가 유행하면서 SNS에 자해 인증샷이 하루에 천 장도 넘게 올라옵니다. 바람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저는 자해를 하는 이유를 4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자기 처벌적 자해입니다. 학교 폭력 피해 학생에게 많이 나타납니다. 가해 학생에 대한 분노를 외부로 표출할 에너지가 없을 때 자기에게 가해를 합니다. 아동 학대나 폭력의 피해 학생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둘째는 감정 조절 불능 상태에 따른 자해입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데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자기 몸을 해하면서 안정감을 찾는 것입니다. 어느 학자는 자해를 통증을 잊기 위해 통증을 선택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청소년기에 사춘기를 겪으며 감정의 기복이 심한데 이 부분이 자해와 맞물리면서 청소년 자해가 많습니다. 성인이 되면 95% 정도는 자해를 하지 않습니다. 자해는 감정 조절의 문제이기 때문에 막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손목 검사를 한다고 자해를 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셋째는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 자해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이런 아이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습니다. 종일 엎드려 있다가 자해를 하면서 자기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이 아이들은 졸업하면 대부분 은둔형 외톨이가 됩니다. 우리 사회가 일본 사회를 닮아 가는 것이 많지 않습니까. 일본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이미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무기력한 아이들을 15% 정도로 보고 있는데 앞으로 30%, 40% 더 늘어날 것입니다. 앞으로 이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질환에 따른 자행입니다. 심각한 우울증에 따른 환청이나 환각에 따라 자해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정신과적 약물 치료가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네 번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약물 치료로는 자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해를 한 아이에게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를 마주했을 때 어떤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요?

제가 교사 연수 때마다 제일 처음 하는 말은 교사가 두려워하지 마라.”입니다. 교사가 두려워하는 순간 그 아이를 도울 수 없습니다. 교사가 놀라고 당황해 하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저 선생님이 나를 도울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내 앞에 왔을 때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는 자해를 해라, 하지 마라 등의 윤리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윤리적으로 판단해 버리면 아이와의 연결이 끊어집니다. 아이는 자해를 통해 자기 마음의 아픔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교사는 자해 행동 너머에 있는 마음을 봐 줘야 합니다. 교사가 자해라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행위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됩니다. 자해도 그 아이가 살려고 몸부림치는 한 행위입니다. 이 행위를 못 하게 하면 자살 시도로 갑니다. “괜찮아? 피 많이 났겠다. 많이 아팠지? 얼른 보건실 가서 치료 받자. 그래도 힘들면 언제든 선생님한테 와서 이야기해 줘.” 이렇게 말해 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힘들어 하는 부분을 만나는 지점이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2 여학생이 점심시간에 허벅지에 자해를 했습니다. 자해 후에 마음은 많이 안정이 됐는데 문제는 피가 계속 나니까 이 아이가 보건실에 갔습니다. 당연히 보건 선생님이 자해한 것을 알아차리셨죠. 그런데 보건 선생님이 놀라지 않고 지혈해 주고 밴드도 붙여 주십니다. 그리고 치료 끝났으니까 지금 가도 되고, 더 쉬고 싶으면 더 있다 가도 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는 자기에게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놀라지도 않는 교사를 처음 만난 것입니다. 보건실을 나가는 아이의 등에 이 선생님이 넌지시 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또 힘들면 선생님 찾아 와.” 이 한마디에 아이의 마음이 열렸습니다. 그 후에 이 아이는 자해 충동이 일 때마다 보건실에 오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보건실에 많으면 선생님과 자기만 아는 암호를 정해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자해는 아이들의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공감의 메시지로 아이들의 마음을 만나는 게 필요합니다.

셋째는 자해가 아주 심각한 경우입니다. 자해를 하는 아이는 붉은 피 색깔을 보는 것과 통증을 느끼는 것 두 가지를 통해 안정감을 찾습니다. 그래서 자해가 심각한 경우는 대체 행동을 하도록 안내합니다. 자해 욕구가 올라올 때를 대비해 붉은 매직이나 사인펜, 빨간 립스틱을 가지고 다니게 합니다. 통증은 고무 밴드를 손목에 차고 다니다가 자해 욕구가 생기면 고무줄을 튕기게 하기도 합니다. 찬 얼음을 손에 쥐고 있게 하기도 하고 깊이 호흡하는 호흡법을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다양한 유형의 위기 학생들을 만나고 돕는 것도 어렵지만, 이 학생들의 보호자들과 의사소통을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교사로서 위기 학생의 보호자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면 좋을까요?

위기 학생들의 학부모뿐만 아니라 모든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ADHD 학생이 20명 중에 1명 정도 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는 약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학부모가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위기 학생이라고 교사가 이야기하면 오히려 그렇게 말한 교사를 나쁜 사람으로 봅니다.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절실합니다. 아이들의 감정을 수용하는 방법,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 등에 대한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되고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학부모에게 정보 전달과 연계의 기능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총회나 교내 학부모 연수 시에 위기 학생에 대한 보다 많은 학부모 연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이 위기 학생들을 만났을 때,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까지 도울 수 있을까요?

교사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의 역할도 재정립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사 양성 과정을 보면 지식 전달 교육에 너무 치중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지식 전달 교사에서 삶을 전달하는 교육으로 교사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지식적인 면만 강조된 나머지 학생들의 삶을 만나고 돕는 부분에 있어서는 실제적인 디테일이 너무 부족합니다. 제가 상담을 배우면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자리에 앉는 법부터 자세하게 배웠습니다. 교사 양성 과정에서 교사들이 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양의 지식을 배워 전달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삶을 만나고 돕는, 그래서 삶의 교육을 가능하도록 하는 교사와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학교 안에는 위기 상황을 겪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경기도교육청의 사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요구를 도와주어 현장의 높은 만족도를 기반으로 제도화 조직화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일 먼저는 현장의 필요를 돕는 것입니다. 제가 학생위기지원단을 만들고 나서 처음 한 일은 자살 사건이 일어난 학교에 가서 사건을 수습하고 학교 구성원들을 상담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교사, 관리자, 신규 교사, 업무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위기 학생 예방 교육을 한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 것입니다. 이렇게 현장의 요구를 만족할 수준으로 채워 주고 난 다음에는 교육청의 관련 부서들끼리, 지역교육청과 도교육청 사이의 네트워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문화 개선에 힘을 쏟는 것입니다. 청소년 문화든 교육청의 조직 문화든 문화적인 면에서의 변화를 시도해 가는 것입니다. 경기도 사례가 모든 사안의 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단장님께서는 목회자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계기로 위기 학생들을 돕는 일을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자실 시도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3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고2 때 아버지마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추석에, 아버지는 설 전날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릴 때마다 명절 때가 되면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2 10월쯤에 왜 내 인생만 이렇게 힘든 것인가 싶어 절망한 마음을 갖고 강가에 섰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해용아, 너 목사 되어야지.”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글도 모르고 숫자로 모르시는 어머님의 생전 소원은 제가 목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을 돌려 셋방으로 돌아왔고 3일간 천장만 쳐다보다가 4일 만에 학교에 갔습니다. 학교에 가니 제 밀린 등록금과 졸업 때까지의 학비를 어느 분이 내주셨다는 것입니다. 집에 오니 밀린 방값도 어느 분이 다 냈다는 것입니다. 교회 담임 선생님이셨습니다. 그 집사님께 찾아가 은혜를 보답하고 싶다 하니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듯이 자신에게 갚지 말고 나중에 더 어려운 이웃에게 갚으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빚진 마음으로 위기 학생들을 만나며 삶의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삶의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신앙은 삶입니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삶에서 녹여 내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의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할 때 다른 좋은 교육 단체들이 많이 있지만 신앙의 기반이 있는 좋은교사운동은 그 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의 교육, 인생이란 삶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인지, 인생의 행복과 죽음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삶의 교육을 우리 좋은교사운동 선생님들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혁신교육의 끝은 삶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 내는 교육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