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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한 걸음을 향하여(서울북공업고등학교 교사 이기정) 2012.12

교육개혁, 한 걸음을 향하여





이기정 (서울북공업고등학교 교사)

1964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서울 중계중, 청량고, 창동고등학교를 거쳐 북공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민주화운동 경력 때문에 교사 발령을 받지 못해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특별법 제정으로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되었다. 교육 현장에서의 치열한 문제의식을 담은 칼럼을 한국일보 에 쓰고 있다. 저서로 학교개조론(2007), 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2008), 국어공부 패러다임을 바꿔라(2010),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2011), 교육 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2012) 등이 있다.

 

 

인터뷰 / 사진·문경민

 

 


정치의 계절이다.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1219일에 치러진다. 우리의 학교 현장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미래가 이 선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시기에, 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창비)이라는 도발적인 이름의 책을 낸 교사가 있다. 대통령 후보들을 향한 교육계의 일갈을 던진 이기정 선생님. 교육과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운동권 학생 시절

제가 대학생일 때는 거의 대부분이 운동권이었습니다. 직접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부분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시대가 너무 억압적이었습니다. 군부독재, 광주민주화운동 등 여러 상황들이 대학생들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감옥에도 갔습니다. 198511월에 있었던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점거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내 14개 대학생 191명이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을 기습 점거를 했습니다. 저도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군사독재정권퇴진”, “외채도입 중지”, “노동운동탄압 중지”, “실업자구제책보장같은 것들을 요구했습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테러진압대까지 동원하여 학생들을 연행했고 191명 전원을 구속했습니다. 이 사건을 친북세력의 책동으로 몰아가기도 했지요. 저는 24개월 받았는데, 6월 민주항쟁 때문에 좀 일찍 나왔습니다. 20개월 살았습니다.

학교에서 제적도 당했지만 복학됐고, 민주화 운동으로 사면 복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사범대학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국립 사범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자동임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노태우 정부시절이었고, 보안심사에 걸려서 임용이 될 수 없었습니다. 임용을 못 받은 사대출신 운동권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수백 명이 이었습니다. 먹고는 살아야했고, 취직할 데가 마땅치 않았어요. 한겨레신문사 정도만 받아줬습니다. 그 정도로 취직이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당시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이 간 곳이 사교육계였습니다. 거기선 신분을 보지 않고 오직 강의 능력만 봅니다. 한 때 사교육계, 특히 논술 시장에 운동권들이 많이 진출했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거기에 2년 정도 있다가 한영외고에서 교사로 올 생각이 있느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감옥 갔다는 게 밝혀져서 1년간 시간 강사로 있다가 할 수 없이 나왔습니다. 임용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다시 학원계로 다시 나오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교사가 된 학원 강사, 그가 본 학교

학원은 먹고 살기위해서 들어간 것이 이었습니다. 그래도 직장이니만큼 허투루 할 수는 없었습니다. 돈 많이 번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아니고.(웃음)

저도 나름 유명 강사였습니다. 하지만 별로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국어를 가르쳤지만 내가 이런 삶을 왜 사나,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회의적이었어요. 그러다가 김대중 정부 때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시국사건관련 교원임용제외자 채용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죠. 그렇게 해서 다시 교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학교로 들어올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저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보수가 적고 많은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학교에 들어오면 바람직한 수업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학원 수업은 아무래도 입시위주 수업입니다. 학교에 돌아와서 입시 수업을 넘어선 수업을 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도 입시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이야 물론 있었습니다. 아주 안 좋은 차이요. 제가 경험한 학교 수업은 수능이나 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게 아니라 학교의 내신 성적을 내기위한 수업이었습니다.

제가 교과서에 밑줄 치는 수업을 벗어나서 창의적으로 가르쳐보려고 하면 아이들이 불안해했어요.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과 맞춰서 시험 문제를 내야하니 가르치는 내용도 비슷하게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슨 참신한 시도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1980년대에 존재했던 수능과 논술에 자리를 내주고 폐기된 학력고사 스타일의 수업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시험 스타일에 맞게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를 분석하는 수업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능과 논술을 넘어서야 하는데, 오히려 더 차원이 낮은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입시에 도움이 안 되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수업을 하든지 해야지……. 도대체 괴로워서 감당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학교, 업무에 영혼을 바쳐야 승진이 되는 이상한 조직

학교에 오니까 도대체 학교가 수업을 하는 곳인지 잡무 처리하는 곳인지 알 수 없었어요. 선생님들이 수업보다 업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특히 부장교사들은 더 심했고, 교감, 교장은 더 심했습니다. 학교의 체제가 학교 업무를 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제가 본 학교는 수업 잘하는 것은 승진에 거의 도움이 안 되고, 업무에 영혼을 바쳐야 승진이 되는 이상한 조직이었어요. 수업 안하려 드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학원 강사들은 수업 시수가 수입에 비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업을 더 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학교는 교사들이 수업을 안 하려고 애를 쓰는 경향이 있어요. 월급을 똑같이 받으면서 수업 시수가 다르다는 게 참…….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제가 학교에 왔을 때는 스물 네 시간의 수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어떤 선생님은 열 두 시간을 하는 거예요.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수업 안하는 게 이익인 학교. 그러면서 업무는 열심히 하고, 부장하려고 애쓰고, 교장한테 줄서려는 학교. 필요 없는 일 만들어서 하고, 단순한 일 복잡하게 하는 학교. 제 눈에 비친 학교는 이러했습니다.

 

새로운 내신 제도, 교육중심의 학교

학교가 교육중심으로 바뀌어야합니다. 제가 여러 교육 정책을 말하지만, 그것들의 핵심은 새로운 내신제도와 학교 업무체제 개편으로 요약될 수 있어요.

새로운 내신제도의 핵심은 교사별 평가, 절대 평가, 무학년 학점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기 학교 공부의 수준을 선택할 수 있고 과목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어야 합니다. 교사에게는 교재 선택권, 교사별 평가권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육중심의 학교 차원 높은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학교 업무체제를 개편해야한다는 아이디어는 현재 학교 업무체제에 대한 반성적 고찰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교무부, 학생부, 연구부 등등 업무 중심으로 교사 조직 체제가 갖추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맞는 조직 체계 속에 있어야 합니다. 교과별 체제로 업무 조직이 편성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중등은 교과별 체제로, 초등은 학년별 체제로만 가면 됩니다. 교사는 학교 업무가 아닌 가르치는 일과 관련된 업무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학교 운영을 위한 업무는 싹 모아서 업무 전담 직원들이 처리하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교육보다 업무가 더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업무를 통해 자기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교원단체들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교총이라는 단체를 보면, 보편적인 교사 이익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주로 보수적 교사 이익을 대변합니다. 교사의 기득권예요. 결국 교장, 교감의 이해를 대변하고, 승진을 위해 업무에 영혼을 바치는 일에 전념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저는 처음에 전교조에 많은 기대를 했었어요. 전교조에 가입했고 활동도 했습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랬어요. 아내가 전교조 해직교사입니다. 저도 교사 임용이 되자마자 전교조 교사가 됐었습니다. 저는 전교조가 우리 교육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아이들과 삶을 함께하려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어요. 아이러니도 하게도 이것은 지금의 학교가 반대하는 것들이죠. 하지만 저는 합법화 이후에 전교조가 방향을 잘 못 잡았다고 생각해요.

7차 교육과정 반대, NEIS 반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승진제도의 문제점을 비롯해서, 학교 교육을 위해 바꿔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이건 다 후순위인 것입니다. 첫 번째 해야 방향잡고 가느라 그랬다 합시다. 그런데 7차 교육과정 반대하던 때부터 방향이 상당히 어긋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는 전교조가 힘이 강했습니다. 한번 시위하면 몇 천 명이 서울에 모였습니다. 그 힘 가지고 7차 교육과정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NEIS 반대하고. 그게 급한 게 아니잖아요. 저는 정말 답답했어요. 학교 교육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전교조가 풍차랑 싸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탈퇴하기도 했고 다시 가입해서 전교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보려고도 했습니다. 저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전교조 위원장을 추대하는 일도 했습니다. 그 때 내세웠던 게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학생으로부터 수업 평가 받자. 둘째, 교장선출보직제 하자. 셋째, 교사 업무에 있어서 교육(수업)과 학교 업무를 분리시키자. 이렇게 요약됩니다. 물론 조직이 없어서 당선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표를 얻었어요. 저는 우리의 운동이 전교조에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왔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교사운동이 초기 전교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기의 전교조 정책을 보면 학교 교육에 의미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이 지금 그렇습니다.

저는 교육에 가장 어울리는 교원단체가 좋은교사운동이라고 봅니다. 대외적으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다닙니다. 전교조가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교총한테 희망을 걸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것 보세요. 물론 일부 조항은 좀 손을 봐야합니다. 하지만 교총이 이렇게까지 반대할 거는 아니라고 봅니다. 교권보호와 함께 균형 있게 가야합니다. 저는 좋은교사운동에 있는 기독교 신앙의 힘이 지금의 좋은교사운동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교실 붕괴를 막는 교사별 평가

좋은교사운동에서 낸 초등교사의 교육기획력을 말한다자료집을 보았습니다. 초등학교조차도 학년별 평가 틀 속에서 교사가 적극적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알았어요. 깜짝 놀랐어요. 중등은 더 심합니다. 뭔가를 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학교 수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거예요. 지금의 학년별 평가 체제로 운영되는 현재 내신제도가 그렇습니다. 이대로 가면 학교 교실이 붕괴될 수밖에 없어요. 고등학교에 가보면, 수학 수업은 절반 이상이 수업 내용 이해를 못합니다. 강북의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 계열은 2/3가 이해를 못합니다. 수업에서 소외된 애들은 자거나 떠들곤 합니다. 또 전문대 갈 학생들은 수학이 필요 없어요. 대부분 수능 시험에서 두 과목 성적을 요구합니다. 수학 수업이 입시에 도움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됩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자거나 떠들 수밖에 없습니다. 2/3가 이해 못하는 수업을 교사가 열정을 갖고 임할 수가 없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학원으로 가버리고, 교사들의 진정한 열정은 업무에 바치고……. 이것이 학교 붕괴입니다.

새로운 내신제도가 필요합니다. 교사별 평가가 시행되어야 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절대평가가 시행되어야 합니다. 지금 실행되고 교과부가 이야기하고 있는 절대평가는 상대평가성 절대평가입니다.

 

교육 개혁안의 부작용,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좋은 건 키우고 부작용은 줄여야 합니다. 노력과 능력의 문제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교육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에너지가 그 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교육중심, 선생님도 교육중심으로 돌아가면 실질적인 교육 개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집중이수제를 교과부가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은 잘못이라고 봅니다. 집중이수를 잘하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없습니다. 제도의 보완 속에서 인간의 노력, 능력이 발휘되어야 합니다. 무학년 학점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학교 제도부터 바꾸어야 하고, 국민적 합의가 따라와야 합니다. 무학년 학점제를 하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서양은 대부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인정합니다. 그러면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그런 것들이 교육중심의 학교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교사들 중에는 자기 수업의 차원을 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모든 교사들이 한꺼번에 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된 교사부터 가게 해야 합니다. 갈 수 있는 교사들부터 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가면 우리나라 교육 전체가 도약하는 게 가능해질 거라고 봅니다. 교사들의 열정과 능력은 고정된 게 아닙니다. 능력도 있다가 사그라집니다. 열정도 그렇습니다. 저만해도 그래요. 예전에는 논술 수업을 많이 하고 싶어 했지만, 요즘은 교과서 분석만 주로 했지 논술 수업 준비를 잘 안 하는 걸 보게 됩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저를 보면서 조바심을 느끼곤 합니다. 학교의 제도와 문화가 어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는 교사들은 하고, 좀 늦은 교사들은 뒤따라가는 방식으로 가야합니다.

 

갑론을박 고교평준화, 해답은 있다

저는 일반계 고등학교 내에서의 학생 선택권을 폭넓게 인정해서 다양화를 이뤄야하고 고교 평준화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입시는 필요악입니다. 입시는 어쩔 수 없이 있는 거지, 입시가 바람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입시를 어느 선에서 잘라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게 됩니다. 예전에는 중학교 갈 때에도 입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학교 갈 때의 입시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저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대학입시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입시를 없앨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죠. 하지만, 대학입시는 못 없앤다고 봅니다. 대입시를 없애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고교입시는 없앨 수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됩니다. 고교평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이건 이룰 수 있어요. 부작용보다 장점이 더 크다고 봅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갈 때 입시가 사라지면 새로운 내신제도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절대 평가와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는 게 가능합니다. 물론 영재교육은 필요합니다. 과학고는 어느 정도 인정 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는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고 등의 특목고도 적정한 수로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

자사고 많이 늘인 것 잘못이고, 일제고사 전수조사 잘못입니다. 공개까지 한 거는 정말 잘못한 것입니다. 학교의 보충 수업을 너무 많이 늘였습니다. 강제보충, 강제 자습해서 아이들을 들들 볶는 교사가 좋은교사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만약에 진보 교육감이 안 나왔으면 서울 고등학교 0교시 부활했을 것이고, 야간 자율학습을 다 했을 것입니다. 사교육비 줄인다고 강제 보충이 중학교까지 내려온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교장 선생님은 학교 수업의 질을 고양해서 아이들이 학원을 버리게 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압력을 넣어서 끊게 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것을 부추겼습니다. ‘정규수업을 어떻게 좋게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이 필요합니다. 실업고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것은 잘 한 거라고 봅니다. 취직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한 것도 좋습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정부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고졸자를 취업시키고 그랬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업계 고등학교에 대한 분명한 길을 제시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성적표에는 공()과 과()가 모두 함께 존재합니다. 하지만 과()가 더 크다고 봐요. 그런데요,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너무 과장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마치 아무 문제없었던 우리나라 교육에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문제를 막 만들었다이런 접근은 곤란합니다. 이명박 정부 이전의 우리나라 교육의 점수가 100점 만점에 10점짜리였다면, 이명박 정부를 거쳐 100점 만점에 5점이 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70, 80점짜리 우리나라 교육을 5점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교육 정책들을 다 없앤다고 해도, 우리나라 교육이 확 좋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 개혁, 한 걸음을 향하여

저는 교육 개혁을 이야기할 때, 교육의 거대한 이상을 내세워 놓고 그것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문제점을 고치고, 한 단계 더 나아가고, 그리고 거기에서 또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시절, 저는 목숨을 버리지 못하는 저의 비겁함을 자책하기도 했어요. 대학시절에 운동할 때 붙들었던 이상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데, 그저 감옥만 갔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추구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무언가 대단한 것을 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변화를 위해선 지금 한 걸음을 내딛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게 나의 역할이라고 보게 된 것입니다. 학원에 억지로 가서, 입시를 넘어선 바람직한 수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학교로 들어오게 됐지만, 그렇다고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적당히 타협하고 안온한 생활을 추구하기도 했고, 술에서 위안을 얻어 보기도 하고……. 그런 소시민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처럼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개혁은 우리가 저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몇 발자국 나간 좀 더 나은 교육이라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저의 신념이고 그것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썼을 따름입니다.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사람을 좋은교사운동에서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웃음)

 

모든 후보들이 그럴듯한 공약들을 내어 놓고 있지만, 하나하나의 정치적 해결책들이 자리를 잡고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될 날들은 요원해 보인다. 생각해보면 정치가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의 문제들은 한정되어 있다. 조금 더 나은 정권이 들어서면 조금 더 나아지겠지만, 진짜 변화는 정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는가?” 이기정 선생님을 보며 희망의 한 자락을 본다. 그리고 그의 절망과 아픔 그리고 눈물 속에서 나온 이야기를 깊이 공감하며 들어보았다. 그가 꿈꾸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교육 세상이 속히 오게 되기를 함께 소망한다. 몇 걸음 더 나아간 교육을 꿈꾸고 땀을 흘린다면 깊은 변화가 꿈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