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위한 나의 인생의 후반전
권경현 목사 (전 교보문고 대표이사, 예닮학교 교장)
스물네 살에 ‘민족교육 진흥’ 이라는 회사의 창업 이념에 매력을 느껴 대한교육보험에 입사하여 삼십오 년 동안 기업인의 길을 걸어왔다. 교보생명보험 대표이사, 교보문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평생의 기업인으로 독서 운동가로 살아온 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다음세대를 위해 인생의 후반전을 드리기로 결단하면서 기독교학교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
인터뷰·사진 김중훈
지리산 작은 산골 마을에서 성장하여 스물네 살에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이라는 창업이념을 가진 회사에 매력을 느껴 그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삼십오년 동안 청춘이 담겨있는 회사에서 누구나 동경하는 최고 경영자라는 정점에서 성공을 경험했다. 그런 그가 최고 정점에서 갑자기 하나님을 위해 인생의 후반전을 다음세대를 위해 드리기로 결단하면서 내려놓았다. 그 후 목회자가 되었고, 지금은 처음부터 그에게 주신 부르심을 따라 기독교학교 설립을 위해 분주하게 헌신하고 있다. 하나님 이야기 속에 권경현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그를 찾아가 보았다.
지리산 뱀사골 작은 산골마을
제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남원입니다. 행정구역상은 남원시이지만 사실상 지리산이 가까운 뱀사골 인근 작은 산골마을입니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으나 목기를 제작하는 일을 하시다가 환우(患憂)를 얻으셨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로 진학해야 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를 진학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고민하시다가 여건이 준비될 때까지 초등학교 6학년을 다시 다니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저는 초등학교 6학년 과정을 다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친구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는데 혼자 초등학교 6학년을 한 번 더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이 숨어있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공부에 관심도 없고 또한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을 두 번 공부하면서 그곳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뜻밖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1등으로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공부가 하고 싶어 부모님 몰래 모아둔 돈을 가지고 가출을 결심하다
부모님께서도 여전히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도록 힘써 도우셨습니다. 그때부터 어머니께서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행상 일을 하셨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왠지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예전과 같이 않게 더 열심히 했습니다. 이렇게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정 형편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어서 부모님께서는 고등학교 진학을 힘들다고 저를 설득하셨습니다. 아마도 부모님께서도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것입니다. 며칠을 고민한 후 부모님 몰래 모아둔 돈을 가지고 전주로 소위 말하는 가출을 결심했습니다. 좀 무모하긴 했지만 전주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전주에서 여러 가지 정보도 얻고 하면서 2개월간 시험공부를 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예상 밖에 전주고등학교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제가 공부하는 것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으셨습니다. 고등학교 때 하숙비가 매월 쌀1가마 정도였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부모님께서는 한지와 목기를 만들어 파시면서 저의 뒷바라지를 위해 정말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신앙을 가지시게 되셨나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서울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사실 대학 진학도 어려운 형편이었기 때문에 선배의 소개로 입주과외를 하게 되었습니다. 입주과외를 하면서 저도 한 가정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정을 경험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예배를 드리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화목하며 찬송이 넘치는 신앙의 가정이었습니다. 어렵게 성장한 저에게는 “이렇게 사랑이 풍성히 넘치는 가정이 있구나!”라는 문화적인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그 가정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하나님의 선물인 저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에 아내를 따라서 교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모두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장모님의 삶이 저에게 많은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장모님은 2년 전 소천 하셨지만 베풀어주신 사랑을 생각하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목회자이자 교육자로서 삶을 이제 새롭게 시작하셨는데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셨고, 오랜 기간 기업인으로 활동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진로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래도 직업 선택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제가 대학생활을 했던 시기는 시대적 상황이 정치 사회적으로 우울한 시기였습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에 매달리거나 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길을 택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진로를 고민하면서 적어도 시대적 아픔을 뒤로하고 오직 도서관에서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은 저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을 당연한 진로로 선택했습니다.
재학 시절 우연히 보험학에 관한 강의를 신청해서 듣게 되었는데 교수님의 해박한 강의를 들으며, 저도 보험이념에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을 하고 당시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이라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국민교육진흥, 민족자본 형성”이라는 창업정신이 매력적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회사생활이 적성에도 잘 맞았고 일도 재미있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금융업계에서 최초로 30대에 임원으로 승진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회사들이 주일에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주말에는 골프를 치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회사 일과 신앙생활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일이면 교회냐 골프장이냐를 놓고 자주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니스를 치다가 골프를 할 수 없을 만큼 허리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그 당시 저에게 경고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저를 모든 것을 통치하시는 하나님 앞으로 나아오게 하셨습니다
더욱이 얼마 되지 않아서 본사에서 계열사로 좌천되어 3년 정도 여려가지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하나님께 회개하거나 신앙생활을 새롭게 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본사로 복귀하면서 저는 예전과 같이 주일에도 골프를 치러가고 신앙생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는 회사에서 중요한 승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되어 오해로 말미암아 승진이 아니라 오히려 직급이 강등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승진이 되지 않고 해임되는 경우는 있지만 직급이 강등되는 사례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제가 그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치시면서 저를 하나님 앞으로 나아오게 하셨습니다. 그 당시 하나님 앞에 나아가 많이 회개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신앙적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 3개월 후에 회사에서는 그 동안의 오해가 풀렸고. 그래서 다시 승진하게 되었으며 다음 해에는 교보생명의 사장이 되는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는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통치하시고 주관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금융업에 활동하셨지만 사회적으로는 독서운동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는 교보생명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2002년부터 교보문고로 이동하여 약 6년 동안 일했습니다. 교보문고에 부임한 후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이 회사의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교보문고는 지식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보다 더 많은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여서 회사의 존재이유를 국가의 장래와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새롭게 찾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독서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핵심어를 찾게 되었고 국민 독서력을 높이는 것을 교보문고가 수행해야 할 사명으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국민 독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책 읽는 국민, 학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며 교보문고의 사업의 본질도 ‘도서 유통업에서 독서 교육업’으로 재정립하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 읽는 국민, 학습하는 사회”만들기를 중점 목표로 삼고 5가지 영역의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책 읽는 가정만들기’ ‘책 읽는 학교만들기’ ‘책 읽는 기업만들기’ ‘책 읽는 지방자지단체만들기’ ‘책 읽는 군대만들기’ 이렇게 5개 영역에 집중했습니다. 가정에서는 거실을 서제로, 학교에서는 10분 독서, 직장에서는 독서경영, 지방자체단체에서는 MBC와 함께 기적의 도서관, 군대에서는 병영도서관 보급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함께 참여하여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책이 갖는 힘이 대단함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은퇴 후 저의 삶을 다음세대를 위한 청소년 독서운동쪽으로 생각하게 되었었습니다.
사원으로 회사에 입사하여 최고 경영자로 모두가 동경하는 정점에 오래 동안 활동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독교 교육자와 목회자로서의 삶을 선택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2006년 하반기로 기억합니다. 그때 즈음하여 저는 열심히 독서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분들에게 밥 버포드의『하프타임』(낮은 울타리)이라는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하나님을 위해 내 인생의 후반전을 드리기로 기도하고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저는 하나님 나라의 다음세대를 위한 교육과 독서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잠실교회 원광기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만나자 마자 대뜸 저에게 “학교를 할 예정이니 함께 하지 않겠냐,?”라고 직설적으로 제안을 했습니다. 고민하고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인도하신다는 마음을 주셔서 저는 함께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원목사님은 제게 신대원에 가기를 권유하였고 저는 기독교학교를 위해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저는 교보문고에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해 말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은혜를 입은 직장을 임기중에 갑자기 그만두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고맙게도 회장께서 제 입장을 이해하고 사의를 반려하며 야간에 신학대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2008년에 저는 스물네 살에 입사한 회사를 35년 만에 떠나게 되었습니다.
교보문고를 떠나던 날 이임사를 하면서 전혀 울지 않을 것 같았는데 끝무렵 정들었던 직원들과 함께 많이 울었습니다. 회사를 떠나면서 저의 책상 서랍을 정리했습니다. 평소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을 주로 책상 서랍 가장 깊은 곳에 보관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가장 깊은 곳에 있던 것은 바로 ‘고용계약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을 위해 평생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이제 회사를 떠나는 상황에서 그토록중요하고 가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휴지조각이 되어 벼렸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세상을 떠날 때 어떤 이임사를 하며 하나님 앞에 어떤 이력서를 보여드릴 것인가를 정말 깊히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빌립보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가장 고상한 지식이라”고 고백했던 사도 바울의 고백이 정말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가치 돌변’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2013년도에 개교하는 기독교학교인 예닮학교 설립을 위해 헌신하고 계십니다. 학교를 설립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학교에 대하여 잠깐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닮학교는 잠실교회에서 강릉에 설립하는 기숙형 기독교 대안 중고등학교입니다. 현재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인의 감소와 동시에 교회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어려움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위한 유일한 방법은 ‘다음세대의 교육’ 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자녀들은 세속주의에 물들어 있고, 공립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가고 더 많이 공부할수록 신앙심은 더 무뎌지는 것을 교회와 가정은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다음세대를 위해서는 좋은 기독교학교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교 수로 볼 때 적어도 10% 정도는 좋은 기독교학교가 차지할 정도가 되어서 부모님들이 쉽게 기독교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서운동을 통해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라나는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들이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과 진로을 발견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삶의 구조 또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닮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신앙갈등, 인성파괴, 성적고민의 삼중고를 극복하고 영성 인성 실력을 함께 키워서 “하나님의 이야기 속에 나의 이야기”(My Story in God’s Story)를 만들어 가도록, 그래서 이 땅이 하나님 나라로 회복되도록, 부족하지만 아이들을 돕고 섬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내려놓고, 인생의 후반전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결단한 권경현 목사. 나는 그에게 신앙인의 용기를 배웠다. 그는 오늘도 동역자들과 함께 학교설립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돌아오면서 나는 ‘하나님의 거대한 이야기 속에 나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나의 이야기는 나 혼자 만의 이야기가 아닌 하나님의 대화하며, 동역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하나님과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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