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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말, 말, 말!


아줌마 쌤의 계속되는 교사도전기 19

말, 말, 말!

 

 

 

말의 한계

“왜 하나님은 귀를 다르게 만드셨는지 몰라…. 똑같은 귀면 똑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얘기를 듣는 척하며 고개 숙여 투덜거리는 소리. 조곤조곤 감정을 다스려 가며 말하고 있는 나를 향해 던지는 딸의 말이다. 순간 입을 다물고 멍하니 쳐다보며 머리를 굴린다.

‘지금 내가 자기 얘기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는 얘기인 거지. 이런, 이것이 십대들이 흔히 말하는 얘기가 안 통한다는 그 말? 참, 그래도 제대로 듣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그래도 노력이란 걸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가 국어 교사인데 못 알아듣는 엄마라는 거지? 이걸 그냥 성질대로 속사포로 말해 버려? 그래도 교양 있는 척, 지혜로운 척 일단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대화 시작을 노려?’ 머릿속을 오가는 수만 가지 생각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내 말 때문에 남편과 한바탕했다. 나는 단지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걱정이 돼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니니까 고쳐야 한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가르치려든다’로 들렸나 보다. “내가 학생이냐?”로 대응하는 그 사람의 말을 그저 귀로만 듣고 잊었는데, 그동안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왜 내 상황과 마음을 다 안다고 단정 짓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 혼자 기대를 걸었다가 그것대로 대화가 되지 않으면 갑자기 표정을 바꾸면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려. 물론 자기 말이 다 맞는 말이지. 틀린 말이 아닌데도 내가 나쁜 사람처럼 여겨지니까 기분이 안 좋아. 그래서 힘들어.”

그 솔직한 심정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혹 학교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서였다. 아이들을 향해 던지는 내 말이 마음을 닫는 것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해 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말의 능력 1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봤다. 자기 계발서인데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놀랍고, 제목 ‘다락방’에 묘한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무려 세 권에 걸쳐 반복 강조하며 독자를 설득하고 있는 그 글은 말의 힘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었다. 필자가 말하는 꿈을 이루는 공식, R=VD(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글로 쓰고 말로 선언하며 언어로 사고하며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이 꿈 성취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을 하나님이 인류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이라고 여기는 필자는 실제 R=VD 공식을 실천한 지 14년 7개월째에 꿈(나는 여기서 세계로 진출할 것이다. 내 책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에서도 독자들과 만날 것이다.)을 이루었다.

우리가 아는 세계 유명인들 스티븐 스틸버그, 오프라 윈프라, 피카소, 아인슈타인, 월트 디즈니, 나폴레옹, 짐캐리 등을 비롯하여 국내 기아자동차 창업주인 김철호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공식 때문이었다고 필자는 증언한다.(물론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안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가는 시작이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에너지임을.) ‘설마 그럴 리가?’라는 생각을 내려놓지 못하고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말’의 힘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말의 능력 2

올해 들어 중3 아이들을 데리고 ‘개성 있는 꿈 노트 쓰기’반을 계발 활동으로 운영했다. 몇 회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글과 말에는 강력한 힘이 들어 있다. 꿈을 꾸어라. 가능한 많이 꾸어라. 보이는 현실 때문에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 그리고 남겨라. 글로, 이미지로.’ 이 책을 보기 전이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갔다. 그렇게 써 내려간 26명의 아이들의 글들이 그들의 삶을 사로잡기를. 그래서 훗날 이 세상을 밝히는 꿈의 줄기에 당당하게 서 있기를.

 

말 때문에 빚어진 일 1

며칠 전 우리 반 게시판에 웬 각서가 하나 붙었다. 서로에게 공지할 사항을 붙이고 싶다는 의견에 따라 마련해 준 공간에 말이다. 내용인 즉, 이번 시험에서 한 녀석이 학급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의 확인자로 나선 녀석들과 ‘내기’를 건 것. ‘1등을 하면 확인자로 나선 녀석들 셋이 각각 일정한 금액의 돈을 1등한 녀석에게 지불하기로 했으며, 1등을 못 할 경우 우리 반 전체에게 피자를 쏘겠다는 것이다. 학업 성취 의지를 보여 주는 면에서는 재미있는 각서지만, 은근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말 때문에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고민이다. 어쨌든 1등을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다니며 드디어 학급 전체를 향해 각서까지 썼으니 그 말에 힘이 있어 꼭 그렇게 되기를.

 

말(?) 때문에 빚어진 일 2

10월 《좋은교사》 ‘사무실 소식’을 보며 다른 때보다도 더 웃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사진 두 컷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누구 덕분에 점점 코믹의 영성을 획득해 가시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사연을 알고 보니 점점 약간(?)의 안쓰러움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당신들의 ‘말’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던 것이다. 변화 과정 확인이라고 하지만 정말 기꺼이 원하셔서 사진을 박으신 것일까? 내 선입견으로는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부디 생생하게 꿈꾸셔서 꼭 이루시기를 바라는 수밖에. 어쨌든 좋은교사 선생님들을 위해 웃통까지 벗으시는 헌신에 감동받았답니다.

 

꿈 쓰기 하나 더

말과 입, 혀에 대한 말씀은 성경에 자주 등장한다. 특히 잠언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내 말로 인해 그 말씀들이 더 깊이 와 닿는다.

 

“악인의 말은 사람을 엿보아 피를 흘리자하는 것이거니와 정직한 자의 입은 사람을 구원하느니라.” (잠언 12:6)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그의 입을 슬기롭게 하고 또 그의 입술에 지식을 더하느니라.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 (잠언 16:23~24)

 

내 꿈 노트에 한 줄 더 추가했다.

“나는 나와 상대를 세워 주고 힘나게 하고 웃게 하는 선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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