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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일기

인간은 재밌어


인간은 재밌어


관용’이라. 처용이 생각나는 것은 나의 직업병?

사람마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생김새도, 마음도 다르다고 생각하면 조금쯤 세상살이에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하지만 순간순간 그 흥분되는 상황마다 나와 다른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너그럽게 넘어가 주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아, 정말 고매한 인격을 갖고 싶다.

학교는 매해마다 새로 바뀐 무언가에 적응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인 듯하다. 해마다 선생님들이 바뀌고, 내 학생들이 바뀌고,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지니까. 현실에 안주해서 살아가길 즐겨하던 내가, 교사가 된 이후로는 새로운 것을 즐기게 되었고, 새로운 수업 방법이나 새로운 학급 운영 방법에 탐닉(?)하게 되었지. 냐핫.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적응 중이다. 그리고 자꾸 내 자신이 좀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너희들 학급 일기의 표현대로 쒸크하고 쿨하게…. 진심을 보이는 것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지는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하다. 나는 사실 11반 너희들에게도 그렇다.

선배 선생님들은 늘 “아이들에게 마음을 다 보이지 마라”, “너무 많이 좋아하면 상처 입는다”, “너무 믿지 마라” 이렇게 조언해. 몇 번 가슴을 쿵 찍는 어려움을 겪고도 나는 그게 참 쉽지 않다. 나는 늘 내 마음에 있는 것을 그대로 말하고, 진심이 전해질 것을 믿고 기다린다. 아무렇지 않은 척, 멀쩡한 척 가면을 쓰는 일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지난 주였던가? 다예랑 눈 화장 때문에 복도에 서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하게 그대로 두고 싶은 마음과, 날마다 담임에게 날아오는 레드 포인트에, 누구 반은 숫자가 적으니 많으니 하는 소리로 받는 스트레스. 이런 잔소리를 안 해도 되는 범생이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하지만 무엇이 정말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규칙인 것일까 하는 자문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미 어느 정도는 교칙을 지키는 것에 대해 내 스스로 정립된 가치관들이 있지만,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의 ‘규칙’이란 과연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갈등이 있다.

하여튼 쌜쭉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던 다예가 내 이야기를 이해해 주고, 약속을 지켜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는 참 고맙고 감동적이었다는. 흑흑. 분명 주변엔 선생님들 눈을 피해 교칙을 어기고도 안 걸리는 친구들이 있을 테고 그래서 억울한 맘이 들 텐데도 말이야. 앞뒤가 다르지 않은, 보이는 것이 전부인 다예가 좋다. 일부러 ‘다 알아들은 척’하면서 가식적인 표정을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예’라고 한 일에 ‘아니요’로 행동하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의 사람.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너희들의 삶이 여전히 열심이길…. 자신과의 싸움에서 성실하게 이기길….

 

사랑하는 일이 살아가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는 사람

엄마 담임 여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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