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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6. 제안 2 : 새 대입 환경,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특집6. 제안 2

새 대입 환경, 학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좋은교사운동 정책 위원회


교과부가 심혈을 기울여서 내놓은 2014 새 대입 환경 변화 3부작은 학교 현장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환영은커녕 부작용과 우려만 낳고 있는 현실이다. 2009 개정 교육 과정으로 인해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까지 극심한 국영수 편중 현상을 겪고 있고, 내신 절대 평가 도입과 심화 과정 개설은 내신무력화 혹은 특목고나 자사고 우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과 고교의 닭과 달걀 논쟁

물론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열쇠는 대학, 특별히 상위권 대학들이 갖고 있다. 대학들이 수능 반영 비율을 자격 고사 수준으로 점차 줄여 가고, 논술을 포함한 대학별 고사를 포기하고, 학생부에 기록된 학생의 성적과 교과 특기 사항과 전공 관련 다양한 활동과 이력, 그리고 이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심층 면접 등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해 간다면 2014년을 겨냥한 교과부의 대입 환경 변화 3부작은 우리 대학 입시의 새로운 전기를 만든 정책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교과부가 제시한 2014 대입 환경 변화 3부작이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의 변화와 맞물릴 수 있도록 교과부는 물론이고 교육계와 시민 사회의 감시와 압박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학이 수능과 대학별 고사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학생부 중심의 선발로 나아가기에는 고교의 교육 과정이 다양화되어 있지 못하고 전공 희망에 따른 다양한 심화 선택을 할 수 있는 과목 개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업과 평가에 있어서도 수능 대비 중심의 내용 요약과 문제 풀이 중심의 수업, 점수 중심의 획일적인 평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기와 학업의 결과가 드러날 수 있는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교사가 수업 중에 발견된 학생들의 특성을 기록하고 그 결과물을 남기는 평가 형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교의 입장에서는 대학이 고교의 교육 과정이나 학생부의 정성적 평가와 포토폴리오를 학생 선발의 중심에 놓고 있지 않고, 여전히 수능 점수를 제일 중요한 선발의 요소로 붙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고교가 수능 준비 중심의 수업 형태를 벗어나 학생 진로 중심의 다양한 교육 과정 개설과 아이들의 특기와 적성이 드러나도록 하는 수업 진행과 평가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는 반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014 대입 환경 변화와 함께 정부가 대학들을 향해 대입 전형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내신 절대 평가제로의 전환으로 평가에 있어서 교사들의 자율권이 좀 더 확보가 되었으며, 많은 수의 학생들이 신청하지 않는 교과목이라 하더라도 내신 불이익에 대한 염려 없이 개설이 가능하게 되었다.


고교 차원의 노력이 더 시급한 이유

무엇보다 대입 선발 방식과 관련한 대학과 고교의 닭과 달걀 논쟁에 있어서 더 답답하고 시급한 쪽은 고교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대학은 현재와 같이 점수에 의한 한 줄 세우기 방식이 최고 교육 기관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성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현재의 기득권을 지키기에는 최선의 방식이다. 하지만 고교의 경우 현재와 같이 객관화된 점수를 따기 위해 내용 암기와 문제 풀이를 반복하는 수업 방식은 아이들의 창의력과 교사의 전문성, 학교의 교육력을 함께 죽이는 길이다. 물론 교사 통제 중심의 교육 관료와 안일한 교사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수업, 평가 방식과 대입 선발 방식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길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우리 교육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를 원하는 교사와 학교, 교육 행정가의 입장에서는 고교 교육 과정의 다양화 및 교과의 본질이 살아나는 방식의 수업,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과 그 가운데서 발견된 특기들이 기록되는 방식의 평가로의 전환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러기 때문에 이 부분과 관련해 대학이 선발 방식을 바꾸면 거기에 맞추어 고교의 교육 과정 다양화와 수업과 평가 방식을 개혁하겠다는 안일한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학이 준비가 안 되어 있고, 대학은 기존의 총점에 의한 한 줄 세우기 방식을 고수하려고 하더라도, 고교가 먼저 나서서 교육 과정과 수업, 평가의 개혁을 통해 대학을 압박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교과부가 나서서 기존의 걸림돌을 일부 제거하고 대입 선발 방식의 개선을 유도하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활용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일에 누구보다 먼저 나서야 할 학교는 혁신 학교들이다. 현재 혁신 학교들이 여러 교육적 혁신의 가치를 가지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진로 희망에 따른 다양한 교육 과정의 개설, 교과의 본질이 살아나는 방식의 수업,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과 그 가운데서 발견된 특기들이 기록되는 방식의 평가 등을 학교의 제일 중요한 혁신 과제로 삼고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특성화 학교나 대안 학교가 아닌 일반 공교육 내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가능함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학교 차원이 힘들 경우 개인 혹은 학교 내 뜻 맞는 교사들 중심의 노력도 여전히 중요하다.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교과 개설과 교과의 본질이 살아나는 방식의 수업,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과 그 가운데서 발견된 특기들이 기록되는 방식의 평가는 여건이 주어진다 해도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 교사 전문성의 형태로 축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원 단체 차원의 공동 실천과 연수도 요청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