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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특집 글

5. 제안 1 : 교사와 학부모가 대입 전형을 평가하자

 

특집5. 제안 1

교사 학부모 대입 전형 평가하자

홍 인 기 (교육 정책 위원장)


대교협이 추진 중인 2011년 사업에는 대학 입학 관계자들이 각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을 평가하고 관련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대학이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을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 만큼 고등학교는 대학의 다양한 입학 전형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은 “대학(산업 대학․교육 대학 및 전문 대학을 포함하며, 대학원 대학 및 원격 대학은 제외한다)의 장이 법 제3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입학자를 선발함에 있어서는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초․중등 교육이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운영되는 것을 도모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국립 대학의 장은 국가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국가의 대학 규제, 이미 힘을 잃어

대학의 입학 전형이 고교 교육의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대학의 입학 전형 제도는 고등학교의 관점에서 평가되어 견제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입학 전형 방식에 가장 큰 견제를 행사해 온 주체는 정부다. 정부가 대학의 입학 전형에 관여한 방식은 주로 재정 지원이나 학생 증원, 동결과 같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해 대학을 압박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정부는 간접적으로 대학의 입학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시민 사회의 건전한 영향력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위원회는 결국 정부가 위임한 힘을 통해서만 대학을 견제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 외에도 언론이 대학의 입학 정책을 견제해 왔지만 언론의 견제 능력은 주로 입학 전형의 문제점이 부각되어 여론이 일 때만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대학의 입학 정책에 관한 정부의 견제 기능을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위임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대학들은 금기시되어 왔던 고교 등급제를 실시한 의혹을 받거나, 입학 사정관 제도에서 금기된 사교육을 유발시키는 전형을 실시하거나, 특목고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형들을 확대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 교과부는 대교협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시간 끌기를 통해 여론을 무마하는 데 급급해 왔다. 대교협도 법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도 올바른 조사나 징계를 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여 왔다.


위키피디아 방식의 대학 입학 전형 평가 사이트를 만들자

대학의 입학 정책에 따라 가장 큰 영향력을 받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고3 담임 선생님들이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를 구성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대학의 입학 전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도 하지만, 주요 사건마다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행여 자신들의 문제 제기로 자신들의 학교 학생이 피해를 볼까 주저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입학 전형에 실제적인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조직화되기가 어렵다. 대학의 입학 전형에 대해 가장 의미 있는 평가를 내놓아야 할 학부모들과 고3 교사들은 자녀와 제자들이 볼모로 잡힌 상황이나 조직화의 어려움으로 인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익명성과 집단 지성을 기반으로 하여 접근성이 편리한 대학의 입학 전형 평가 사이트가 필요하다. 자신이 경험한 각 대학의 다양한 입학 전형에 대해 위키피디아 방식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위임한 힘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국민 여론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0년 6월 ‘전공 적합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2011년 대학 입시 전형안 평가’를 통해 서울 소재 7개 대학의 입학 전형을 평가함에 있어 의미 있는 기준과 자료를 내놓았다. 이때 내놓은 평가 기준은 ‘전공 적합성, 입시 위주 교육ㆍ사교육 부담 완화 정도’ 두 가지 기준이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교과 전공 적합성과 입시·사교육 유발 억제 정도’는 학점화해서 평가하고 ‘관련 전공에 대한 태도, 잠재 가능성 등 단서 조항이 있느냐’ 와 ‘비교과 전공 적합성 관련 조항이 있느냐’는 유무를 판단하여 평가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한 평가 사이트 개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초기에는 고3 교사들과 자원자들을 중심으로 초기 활동가들을 구성한다. 초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방식으로 서울 소재 상위 7개 대학의 입학 전형에 대해 평가하는 사이트를 구축한다. 7개 대학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다. 초기 활동가들은 구축된 사이트에서 대학의 전형 방식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페이지를 대학별로 개설한 후 해당 전형에 대한 평가를 먼저 실시한다. 이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고3 교사들이나 학생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해당 전형에 대해 점수를 매기도록 한다. 전공 적합성과 사교육 해소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마치 영화를 평가하듯이 각각 평점을 합계하여 평균을 보여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해당 전형에 대해 구술적 평가도 실시하게 하여 대학의 관계자들이 실제적으로 자신들이 만든 입학 전형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 사이트가 활성화되고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대학들이 자신들의 전형에 대해 체계화된 평가를 통해 올바른 입학 전형을 만들어 가게 되는 가장 큰 압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