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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만남

성서 위에 교육을, 성서 위에 공동체를(2018.7)

 

 

 

 

 

 

성서 위에 교육을,

성서 위에 공동체를

 

김대현(광주동초등학교)

 

 

인터뷰·사진 한성준

 

 

엄마의 소원이라면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인도로 교회에 처음 나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교회가 집에서 멀리 있었고 친구들도 없어서 다니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교회 나가기 싫다고 했어요. 평소에 많이 이해해 주시는 어머니셨지만 교회 가기 싫다는 아들에게는 야단을 치셨고 저는 어머니께 대들고 반항했어요. 하지만 며칠 후 어머니께 대든 것이 맘에 걸려서 결국 어머님께 용서를 빌었어요. 하지만 친구가 없어서 어머니께서 다니시는 교회로 나가기에는 힘들다고 말씀을 드렸고, 친구를 찾아 교회에 다니겠다고 했어요. 엄마의 소원을 들어주느라 교회를 다니게 돼서 뜻하지 않게 우리 반에 누가 교회를 다니는지 물어보고 다녔어요. 그 때 같이 놀던 친구는 아니었는데 좀 아는 친구가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 이번 주에 너희 교회 가면 안 되냐?” 물어보게 되었고 그 친구도 좋다고 해서 나가게 되었어요. 처음 그 친구 교회에 간 날, 저는 예배 광고 시간에 소개를 하였고 그 친구는 전도상을 받았어요. 저는 어이가 없었지요. “, 너는 뭐 했다고 상을 받냐? 거의 내가 스스로 나간 건데.”

 

교회라는 새로운 세계

교회는 정말 새로운 세계였어요. 남자 중학교에 다녔던 터라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성경 공부하는 것도 재밌었고, 찬양 시간도 좋았고, 설교 시간도 좋았어요. 집과 학교만 알았던 저에게 교회생활은 정말 신세계였죠. 특히 창세기 말씀은 저의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이 세상에 하나님이라는 신이 있고 그 분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나를 만드셨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또 한 편으로 정말 감사했어요. 왜냐하면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던 저에게 학교 공부는 좋은 답을 주지 않는 것 같았고 특별한 의미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성경 말씀은 저의 존재와 세상의 근원에 대해 좋은 답을 주었어요. 또한 죄 많은 저의 모습을 보게 해 주었고 하나님을 믿고 사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을 갖게 해 주었어요. 특별히 중학교 3학년 때 수련회에서 큰 은혜를 받고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게 되었어요. 저녁 집회 때 목사님을 통해 받았던 말씀의 은혜도 컸었고, 당시 교회 선생님들께서 한 명, 한 명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축복해 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했어요. 당시에 십자가의 고난을 재현하는 게 있었는데요. 전도사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님 역할을 하고, 고등학교 형들이 채찍을 들고 예수님을 때리는 로마 병정 역할을 했어요. 형들이 실제로 예수님 역할을 하는 전도사님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고 저한테도 휘두르라고 하는데 저는 계속 눈물만 나더라고요. 그 때 믿음을 갖게 되어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믿음 잃지 않고 살게 된 것 같아요.

 

내 삶의 중심이 된 ESF

1995년에 광주교대에 입학했는데 1995년은 아직까지 데모를 하던 시기였어요. 저는 사회 과목을 좋아해서 마르크스 자본론 강의를 들으러 조선대학교까지 특강을 들으러 다녔었어요. 학과에서 친구들과 함께 데모에도 나갔고요. 그런데 너무 과격한 구호와 폭력적인 행동에 많이 실망을 했고 신앙인으로서 그러한 저항이 과연 옳은가, 괜찮은가 고민이 되었어요. 결국 데모하는 모임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마침 ESF 활동을 하는 과 선배와 만나게 되어서 예배와 성경 공부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ESF에는 성경 공부가 특징이어서 그룹 성경 공부와 일대일 성경 공부, 성경학교, 리더를 위한 워크숍을 많이 했어요. 특히 창세기, 로마서 등 일대일 성경 공부에서 말씀의 은혜를 많이 받았고 신앙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어요. 2학년, 3학년을 진학하면서 ESF는 제 삶의 중심이 되었어요. 학과 모임보다는 ESF 모임을 우선시하게 되었고 ESF 리더로 훈련을 받았어요. 특히 대학 2학년 때 현직 교사였던 선배님께 일대일 성경 공부를 받으면서 많은 은혜와 도전을 받았어요. 군대를 다녀와서는 성서교육회 수련회인 겨울학교를 참석하면서 선배님들과도 자주 교제하게 되었어요. 그 때는 예비 교사였지만 성서교육회 선배 선생님들의 모습이 곧 다가올 나의 미래였기 때문에 그런 수련회와 교제가 실제적이었고 교사로서 정체성과 사명감에 많은 은혜를 받았어요.

 

함께 길을 걸어주는 동역자들

발령 받은 첫 해에 6학년을 맡았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맡아 보니 정말 쉽지가 않았어요. 수업을 해 나가는 것도 겨우겨우 하고 있는데 학급에 규칙을 세우고 아이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저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아무리 소리를 치고 야단을 쳐도 그 때뿐이었고 반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우는 사자들처럼 언제나 저를 노리는 것 같았어요. 정말 왜 이렇게 내 맘대로 되지 않고, 화내고 야단치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퇴근도 하기 전에 수업만 끝나면 어질어질했습니다. 그 때는 다행히 지금의 아내와 교제를 막 시작한 때여서 그나마 학교가 끝나면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소망 하나로 버텼던 것 같아요(웃음).

제게 힘이 되었던 또 하나는 성서교육회 모임이었어요. 마음이 많이 힘들 때 함께 중보 기도를 해 준 동역자들이 있었기에 참고 이겨낼 수 있었어요. 그 때 함께 모임을 이루었던 선생님들이 지금도 모임을 지키며 역사를 이루어 가고 있어요. 지금 성서교육회 광주 모임 대표로 섬기는 고경진 선생님, 이동규, 서성길, 박명주, 최수경, 지금의 아내 안정숙 선생님 등이 중심을 이루어 주셨어요. 성서교육회에서 선배님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성서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며 기도하던 시간이 너무나 도움이 되었고 힘이 되었어요. 생활교육과 체육 활동, 놀이 활동, 독서교육, 수업 나눔 등 다양한 주제로 함께 공부하며 전문성을 키워 갔어요. 그리고 유명한 맛집도 두루 탐방하고 힐링할 만한 장소들을 찾아 산책하면서 교제와 공동체 세우기에도 힘썼어요.

 

성서 위에 교육을

많이들 아시겠지만 성서교육회는 ESF라는 선교 단체를 모체로 하는 기독교사모임이에요. 대학에서 ESF 기독학생 동아리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졸업 후에 학사모임을 가지고 있어요. ESF 학사회 모임을 은사별로 하자는 방향이 있었고 그 중에 교사별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성서교육회를 시작했어요. 지금도 성서교육회 모임의 대부분의 모임 장소가 ESF 회관인 경우가 많아요.

성서교육회에서는 말씀과 기도를 중심으로 학급운영, 교과연구, 교직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연구하고 나눔을 해요. 특히 해마다 1월에는 전국적으로 선생님들이 모여서 겨울학교를 하는데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수업 연수, 학급운영 연수, 생활교육 연수 등 최신 교육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연수를 들을 수 있도록 겨울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해요. 그리고 2월과 8월에는 지역별로 새 학기 준비를 위한 맞춤형 연수를 진행해서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2월에는 새 학년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내용들로 연수를 꾸리고요, 8월에는 1학기 동안 수고하신 선생님들을 모아서 함께 교제하고 있어요. 특히 8월 모임에는 각 지역의 선생님들이 가족 단위로 참여해서 나눔의 깊이를 더해 주시기도 해요.

성서교육회 전체 연수를 진행할 때에는 선생님들의 필요를 파악하여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선정하였고, 지역별 연수는 지역 구성원의 특성에 맞게 운영해요. 최근 전북모임은 수업 성찰과 말씀 묵상을 주제로 모이고 있고, 광주모임은 성경 공부와 학급운영을 주제로 모이고 있어요. 거제·진주모임은 성경 공부와 수업, 전남모임은 교제와 삶 나눔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어요. 서울·경기 지역은 지역이 큰 곳인데 반해 모일 수 있는 인원은 적어서 모임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 중에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2014년부터 광주 지역 수업코칭연구회 모임도 함께하고 있어요. 좋은교사운동의 수업코칭연구소 활동가 과정 1기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을 하게 되었어요.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모임이에요. 수업코칭연구회 모임에서 배운 것으로 성서교육회의 지역 모임이나 연수에서 섬길 수 있어서 더 감사했고요. 물론 학교에서 다른 선생님들을 돕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열어 주는 좋은 교사

성서교육회 대표로서 즐거움도 있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져요. 그냥 노는 자리는 아니니까요(웃음). 다른 선생님들에게 뭔가 영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유익을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늘 있어요. 저 혼자 이 모든 것을 하는 건 아니고 함께 고민하고 논의해 주는 리더 그룹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우리 모임이 여러 지역에 걸쳐 있다 보니 모임을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우리 모임에서 아직은 제가 뭔가 이루었다기보다는 섬겨야 할 부분이 더 많아요. ESF와 성서교육회는 공생 관계인데, 한국교회와 대학 선교 단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대잖아요. 새로운 세대를 캠퍼스에서 양육하고, 다음 세대들을 성서교육회 교사로 세워 가야 하는 큰 과제가 있어요.

제가 꿈꾸는 좋은 교사는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열어 주는 교사가 되는 거예요. 우리나라 교실은 뭔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요. 교사가 정신이 없는데 학생들이 차분하게 교육을 받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죠. 좀 더 단순하면서도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이끌어 주고 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예를 들면 문학 책을 통해 생각과 실력을 키우고, 음악과 음식을 통해 소통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은 거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교육자로 살고 싶어요.

 

좋은 만남 취재를 마치고 광주에서 인천으로 올라오는 길, 왠지 모를 따뜻함과 푸근함이 내 마음을 감쌌다.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저 먼 광주 땅에도 나와 똑같은 마음으로 이 땅의 교육을 고민하며 살고 있는 동역자가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리라. 성서 위에 교육을, 성서 위에 공동체를 바로 세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그의 따뜻함이 내게 전해졌다. 교육을 새롭게 하시는 예수님께서, 그를 통해 세워 갈 이 땅의 교육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다.